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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2 18:54 수정 : 2006.01.17 15:24

두바이 외곽 알 아위르거리에 있는 대형 중국 쇼핑몰이자 유통단지인 드래곤마트에서 한 가족이 의류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길이 2㎞, 넓이 5만평에 육박하는 이 거대한 마트 안이 모두 중국 상품으로 가득차 있다. 두바이/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고유가 시대 중동의 새바람 ⑤ 뜨거운 중국 모래바람

두바이 벌판 길이 2km 드래곤마트에 중국 기업 2천곳
세계 2위 석유소비국 ‘자원외교’ 지레 삼아 시장 공략
중동 원유 개발에도 각별한 관심…정보통신까지 진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외곽 알 아위르거리, 사막에 가까운 황량한 벌판 한가운데 갑자기 2㎞에 걸쳐 꿈틀거리는 용 모양으로 지그재그 늘어선 8동의 웅장한 쇼핑몰이 사람들을 맞는다.

고유가 시대 중동의 새 바람
지난해 문을 연 ‘드래곤마트’라는 이름의 이 거대한 건물은 용이 승천하듯 중동에서 엄청난 속도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중동 속 중국’의 상징이다. 급속한 경제성장의 혈액인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중국이 중동 국가들과 자원외교를 벌이면서, 이를 지렛대로 중동 지역을 주요 시장으로 개척해가고 있다. 에너지를 겨냥해 적극적으로 중동 외교를 벌여온 중국은 비석유 부문의 경제관계까지 단단히 다지고 있다.

이미 15만㎡에 이르는 드래곤마트 주변에선 창고와 주거건물 등 확장공사가 계속 진행중이다. 안에는 가전제품, 사무용품, 통신장비, 기계류, 건축자재, 가구, 의류, 신발, 장난감 등 구획별로 산더미 같은 중국 상품들이 진열돼 손님들을 맞고 있다. 12월말 찾아간 이곳에는 아침부터 가족끼리 찾아온 두바이 주민들이 구경에 바빴다. 중국 저장성에서 왔다는 가방가게 주인은 “손님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한다. 이곳에는 2000여개 중국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그러나, 드래곤마트의 야망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두바이 소비자들을 넘어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의 바이어와 시장을 겨냥한 ‘중국제품 유통거점’이 목표다. 이태식 코트라 중동·아프리카지역본부 부본부장은 “드래곤마트는 이곳에 오는 중동 지역 바이어들에게 중국 제품을 전시,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물건을 일단 두바이로 들여와 중동 전역으로 나가는 전시·유통·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모하메드 알바나 두바이 제벨알리 자유무역지대 아시아 담당 메니저는 “ 중국 정부는 두바이가 중동으로 가는 핵심 관문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중동을 겨냥한 무역을 위해 드래곤마트를 지었다”고 말한다.

두바이 외각에 자리잡은 드래곤마트, 두바이 부동산개발회사인 나킬이 건축을 맡아 창고 등을 계속 건설하고 있으며, 중국업체 차이나맥스가 운영을 맡고 있다. 두바이/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태식 부본부장은 “2003년 12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두바이 방문 당시 차이나타운을 건설하기로 했다. 나중에 중국을 이용해 인도인들의 과도한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두바이 정부의 포석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반발이 일자 인터내셔널시티라는 계획으로 바뀌지만, 실제로는 차이나타운이나 마찬가지가 됐다”고 말한다.

중국 대중동 수출 증가 추이
코트라 통계를 보면, 중국산 제품의 중동 진출은 2000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1996년 30억달러 수준이던 중국의 대중동 수출은 2000년 61억달러 규모로 수출 급증한 뒤 매년 평균 30% 넘게 늘면서 2004년에는 169억5천2백만달러에 이르렀다. 중국은 생필품과 자동차 부품, 섬유 등을 내세워 중동시장으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특히 두바이, 쿠웨이트 등 중동의 부유한 산유국들에서 최상류층 생활을 하는 20% 정도의 자국인은 미국·유럽산 고급품을 쓰지만, 스리랑카·방글라데시·파키스탄 등에서 들어와 건설노동자나 가정부 등으로 일하는 80%의 저소득층을 위한 시장은 중국산이 점령한 구도다.

쿠웨이트에서도 쿠웨이트국영석유회사(KPC)가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SINOPEC)과 합작으로 중국 광둥성에 짓기로한 대형 정유·화학공장 소식이 주요 뉴스로 연일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세이크 아흐마드 파하드 알 사바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지난 12월21~24일 중국을 공식방문해 50억달러를 들여 광둥성에 하루 30만배럴의 쿠웨이트산 원유를 처리할 정유공장과 석유화학 공장을 건설하기로 서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이기도 한 알 사바 장관은 사상 처음으로 오펙 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이 계약을 맺으면서 “앞으로 10년 안에 하루 생산량이 350만~400만 배럴로 증가할 쿠웨이트 원유를 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쿠웨이트는 장기적 판로를 개척하고, 중국도 안정적 원유공급을 보장받는 전략이다. 현재 쿠웨이트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270만배럴이며,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석유 소비국이다.

이번 합의는 쿠웨이트 등 OPEC 산유국들이 중국을 가장 유망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상징으로, 앞으로 중동 산유국들과 중국의 관계가 훨씬 긴밀해질 것을 예고한다. 쿠웨이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2004년부터 논의하고 있다.

중국은 원유를 대량 구매하는 것을 넘어 각국의 석유 개발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이를 ‘장기적 포석’으로 활용한다. 2003년 12월 중국 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는 알제리국영석유회사(Sonatrach)와 알제리 석유 탐사 계약을 맺었다. 이란에서도 중국은 2004년 10월 액화천연가스(LNG) 장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고 이 대가로 야다바란 유전 개발권을 얻었다. 2004년에는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가 3억달러에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가와르 가스전 지역에서 천연가스전을 개발하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거래의 위험부담이 크고 실패 가능성도 높다며 “중국이 가스보다는 사우디와의 안정적 관계를 맺기 위해 ‘정치적’ 거래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은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미래를 보고 과감한 ‘도박’을 한 것이다.

중국은 진출범위를 전방위로 넓히면서 북아프리카 등에서는 정보통신 분야까지 선점하고 있다. 최근엔 알제리에 초고속통신망(ADSL)을 확충하는 사업에도 손을 뻗쳤다. 중국의 2개 기업이 각각 40만 회선과 50만 회선을 깔았다. 수입의 70%를 임대료로 내기 때문에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데도, 향후 사업 전망을 보고 과감하게 나섰다고 한다. 알제리텔레콤쪽은 “중국의 제안이 매력적”이라며 한국에도 그런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인구 1천만명의 대도시 테헤란의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건설되고 있는 테헤란 지하철도 중국기업들이 건설 중이다. 9개 노선중 현재 3개 노선이 운행중인 테헤란지하철 역사에서 시민들이 열차가 멈춰서기를 기다리고 있다. 테헤란/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카타르 도하 공항. 알제리행 비행기를 타기 위한 환승장에서 30여명의 중국인들이 몰려왔다. 알제리 토목공사 현장으로 가는 노동자들이다. 중국인들의 출입이 잦은 지 공항 직원들도 “니 하오”라며 인사를 건넨다. 알제에서만 아파트나 도로 건설 현장에 대략 5만명의 중국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일부 알제리 사람들은 중국인들을 ‘알리바바’라고 부르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실업률이 20%를 웃도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것이다.

인구 1천만의 대도시 테헤란의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건설되고 있는 테헤란 지하철도 노린코 등 중국기업들이 건설 중이다. 쿠로쉬 미르자데 테헤란지하철공사 대변인은 “테헤란 지하철은 이란과 중국의 합작으로 건설됐으며 토목공사를 뺀 모든 공사는 중국이 했다. 중국기업을 선택한 첫째 이유는 ‘정치적’인 것이고 두번째는 공사비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7년전 첫 노선을 개통한 이래 현재 1·2·5호선이 운행되고 있고 9호선까지 건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라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중국을 핵 외교 등에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이란은 중국과 밀착하고 있고, 이런 정치·외교적 관계와 경제적 접근은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중국과 이란의 교역량은 2004년 70억달러에 이르렀으며, 단순 교역에 머물지 않고 중국이 자동차, 가전제품 산업에 부품을 공급하고 기술을 이전하거나 아예 해외공장을 짓는 등 협력관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2004년 중국체리자동차가 이란의 사나바드 코드로 투스와 합작으로 1년에 5만대 이상의 완성차를 생산할 첫 해외공장을 이란에 세웠다.

중동 국가들이 중국과 전방위로 밀착하는 현상이 중동을 세계전략 요충지로 여겨온 미국의 패권을 얼마나 뒤흔들게 될지도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두바이·테헤란·쿠웨이트시티·알제/글 박민희·유강문, 사진 이정아 기자 minggu@hani.co.kr

중국 돌풍에 한국입지 ‘흔들’

섬유·생활용품 벌써 중국이 장악…자동차도 ‘시동’
거의 모든 분야서 한국의 기술·품질 우위에 도전

중동은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 기업들은 고유가 시대를 맞아 대형 플랜트 공사 수주와 제품 판매 호조로 ‘제2의 중동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해외 건설공사의 50% 이상, 해외 플랜트의 70% 이상을 중동 지역에서 수주했다. 수출도 2002년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타기 시작해 2004년 1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5% 안팎에서 머물던 수출액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엔 7%로 올라섰다.

그러나 중국의 거센 모래바람에 한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중국은 이미 섬유와 생활용품 시장을 장악했고, 가전제품과 휴대전화, 의료기기 시장도 잠식하고 있다. 두바이 거리엔 최근 중국 자동차까지 등장했다. 건설시장에서도 중국 건설업체들은 아직 기술력과 경험 부족 등으로 주로 토목공사 등 하청공사에 주력하고 있지만 1500만달러~2천만달러 중소형 일반 건축 분야에선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약진하고 있다. 한국의 기술과 품질 우위가 거의 모든 부문에서 도전받고 있는 양상이다.

기업인들은 이제 ‘선택과 집중’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한발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지인들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동 사람들이 즐겨먹는 대추야자 열매를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전용칸을 둔 냉장고나 무슬림들의 기도시간에 맞춰 메카 방향을 알려주는 휴대전화, 코란을 통째로 수록한 전자수첩 등은 그런 전략이 성공한 사례다.

긴 안목으로 중동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흐디 사파리 이란 외무차관도 “중국, 일본, 인도에 비해 한국 기업들은 공사 수주 등 단기적 투자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장기 투자를 확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중동판 한류의 가능성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최근 알제 대학에 문을 연 한국어 강좌는 수강생이 100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다. 12월18일 이곳을 방문했을 때 학생들은 한국 노래를 배우고 있었다. 학생들은 며칠 전 한국대사관에서 영화 <가문의 위기>를 재밌게 봤다고 한다. 한 학생은 “한국을 알수록 호감이 커진다”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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