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2.01 19:43
수정 : 2017.02.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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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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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Y기자, 내 인생은 시트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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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00년 9월부터 운전을 했다. ‘2종 수동 보통’ 운전면허다. 2종도 수동이 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아무 생각 없이 1종보다 어렵다는 2종 수동(승합차보다 시동이 잘 꺼진다) 시험에 지원했으니까. 첫 시험에서는 출발 몇 초 뒤 언덕에서 시동이 꺼지는 바람에 떨어졌고, 두 번째 도전에서는 99점으로 합격했다. 1점은 과속으로 깎였다. 무사고 10년이 되자 1종 보통 면허로 바꿔준다고 했으나 거부했다. 적성검사 보기가 귀찮았다. 며칠 전 남편에게 “엔진 브레이크도 모른다”고 타박을 받았으나 그래도 차는 잘 굴러간다. 운전경력 17년 가까이 그리 큰 사고도 없었다. 몇 차례의 접촉사고를 빼면.
2011년 5월이던가. 한 달 동안 접촉사고가 두 차례나 났다. 모두 다른 차가 내 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첫 번째 사고의 ‘가해차량’은 택시였다. 그런데 이 택시기사 아저씨, 그냥 대충 넘어가려고 했다. 내 차 뒷범퍼에 자국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는데도 말이다. 조금 황당했으나 그래도 범퍼 수리비만 받았다. 택시는 사고경력이 있을 경우 나중에 개인택시 등을 운전하게 될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해서다.
그로부터 몇 주 뒤, 이번엔 어떤 회사 소유의 승합차와 접촉사고가 났다. 내 차는 횡단보도 앞에 ‘얌전히’ 멈춰서 있었다. 이번에는 아저씨가 “회사차량이라 보험처리하면 인사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읍소했다. 또다시 보험처리 없이 차 수리비만 받았다. 그나마 내 소형차 범퍼는 겉보기에 멀쩡했으니까.
“내 차에 자석이 달렸나.”
계속 구시렁대자 남편이 한마디 했다.
“후방 주시를 좀 해!”
헐~. 이게 무슨 말인가. 내 차 세우고 사이드미러 보면서 뒤차 멈추는 것까지 확인하고 너무 빨리 달려오는 것 같으면 내가 먼저 내 차를 앞으로 움직여줘야 한다는 얘기야. 어떻게 정차 뒤 후방 주시를 하란 말인가. 잠자리 눈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리고 1년여 뒤 난 세 번째 접촉사고. 이번엔 회사 근처였다. 상대 차량이…관광버스였다! 내리막길이어서 그랬는지 관광버스가 급히 서다가 쿵. 진짜 차를 뒤에서 세번쯤 받히게 되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오른발에 양말만 신은 상태(난 차를 운전할 때 가끔 오른쪽 신발을 신지 않는다. 액셀과 브레이크가 밟는 느낌 그대로 느껴져서 편하다)로 있다, 여유롭게 신발을 챙겨 신고 나와 운전사 아저씨와 마주 섰다. 역시나 아저씨는 관광버스 운전 특성상 “보험처리 안 하면 안 되냐”고 했다. 나? 그래서 보험처리를 또 안 했다. 그 대신 범퍼 교체값 영수증대로 받고, 허리도 조금 아팠던 터라 치료비 10만원을 따로 받았다. 천사라고? 하긴 내가 귀가 좀 얇긴 하다.
그 후 2년쯤 지났을까. 이번엔 내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평행주차해 있던 외제차 뒤꽁무니를 살짝 박았다. 상대방 차 범퍼는 흠집조차 나지 않고 깨끗. 하지만 그 차에 타고 있던 중년 부부는 보험 청구를 했고 나는 1인당 80만원씩의 합의금과 범퍼 수리비, 그리고 렌터카 비용 등을 합해 360여만원을 물어내야 했다. 물론 보험 처리를 했다. 주차장에서 시속 10㎞ 미만으로 후진하던 차에 받힌 그 차량 주인은 뭔 심보인지. 이런 상황에 지인은 옆에서 “거봐,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러잖아”라고 속을 긁어댄다.
그럼에도 난 앞으로도 내 방식대로 살아갈 거다. 접촉사고로 피해를 봤을 때 보험 청구를 안 하는 게 손해 보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 또한 차량 보험료를 내는 사람으로서 보험청구비가 종국에는 내 호주머니, 혹은 지인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일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세상에 ‘공돈’이란 없다. 그리고 조금 손해 보면서 살면 어떤가. 마음만 편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Y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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