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9.04 17:09 수정 : 2018.09.04 19:28

이미지_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래픽_김지야

Weconomy_ 김재수의 갑을경제학

이미지_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래픽_김지야

하버드 대학 입학 심사가 아시아 학생들에게 차별적이라는 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인성과 리더십처럼 점수화하기 어려운 항목에서 아시아 학생들을 저평가한다는 소문이 그치지 않습니다.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연합’ 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은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였고, 최근 트럼프 정부는 이들의 싸움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다른 여러 대학에 대해서도 법적 싸움을 펼치고 있습니다. 흑인에 대한 소수자우대정책 Affirmative Action이 백인을 역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책의 폐지를 요구합니다.

사람은 공정함에 대해 가치를 부여합니다. 참으로 당연한 명제이지만, 주류경제학이 이를 인정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최후통첩게임 실험에서 비롯된 수많은 연구들은 '이기적 인간'과 더불어 '공정한 인간'을 발견해 내고, 이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굳건한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최후통첩게임이란 제안자가 주어진 돈을 응답자와 어떻게 나누어 가질 지를 제안하고, 응답자는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게임입니다. 만약 거부하면, 두 사람 모두 돈을 가질 수 없습니다. 실험은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다양한 환경과 문화에서 반복되었는데, 결과는 상당히 일관됩니다. 주어진 돈의 20% 이하를 제안하면, 대략 절반의 응답자들은 제안을 거부합니다. 주어진 돈의 40-50% 정도를 제안하면, 거의 예외없이 응답자들은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관련연구 ①,②)

이기적 인간의 모습이 다양하듯, 공정한 인간의 모습도 다양합니다. 공정함은 보수와 진보 성향의 사람들에게 다르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바른마음’의 저자 하이트 교수에 따르면, 보수는 공정함을 ‘비례성’으로, 진보는 ‘평등성’으로 이해합니다. 보수는 모든 개인들에게 동일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공리주의 전제에 동의하는 반면, 진보는 최약자들의 보호를 우선하는 롤스식 전제에 동의합니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한 축인 ‘공정 경제’에 대해서도, 보수와 진보가 동상이몽을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용자와 최저임금 노동자의 계약 관계에 간섭하지 않는 것을 공정하다고 평가하는 반면, 진보는 갑질 방지와 약자 우선주의를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수와 진보의 이해 차이 외에도, 공정함의 개념은 주어진 초기 상황 또는 준거점에 따라 다르게 인식됩니다. 최후통첩게임에서 $10을 가진 제안자가 $5 또는 $2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응답자에게 줄 수 있는 상황과 $2 또는 $0을 줄 수 있는 상황을 비교했습니다. $2를 제시받은 응답자는 앞서의 경우 훨씬 많이 제안을 거부합니다. $0 대신 $2를 받는 경우에는 불공평하다고 느끼지 않지만, $5 대신 $2를 받는 경우에는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관련연구 ③) 소수자우대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은 평등한 상황을 준거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차별의 결과를 불공정한 것으로 인식합니다. 반면 백인에 대한 역차별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준거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소수자우대정책을 통해 바로잡힌 운동장을 불공정하다고 인식합니다.

게다가 코넬 대학의 사회심리학 교수인 길노비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점을 무시하고, 불리한 점을 과대 인식하는 편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부모는 나 보다 형, 누나, 동생에게 잘해주고, 심판은 내가 응원하는 스포츠 팀에게 부당한 판정을 많이 하고, 현재의 정치 지형은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불리합니다. (관련연구 ④)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적용해 보자면, 공정함에 대한 이분법적 논쟁을 피해야 합니다. 비례성과 평등성의 인식 차이, 준거점의 차이, 심리적 편향에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이율배반성을 인정하고, 지루하지만 절충을 위한 대화와 노력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본능이야 칼로 무자르듯 해결하고 싶고, 무식한 적들을 무찌르고 자신이 동의하는 진정한 공정성을 회복하고 싶지만, 세상은 너무 복잡한 실타래입니다.

얼마 전, 우리 교회의 어린이 설교 시간, 로리와 베카 목사님은 커다란 검은색 장막을 드리우더니 그 뒤에 섰습니다. 큰 키의 로리와 작은 키의 베카가 같은 높이 발판에 올라섭니다. 로리는 환하게 웃고 있지만, 작은 키의 베카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베카가 발판 두 개를 딛고 올라서자, 두 사람의 웃는 얼굴이 모두 보입니다. 아이들은 이제서야 소리를 지르고 웃음을 터뜨립니다. 모두의 얼굴을 보는 것도 공정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낳습니까.

미국 인디애나 퍼듀대 교수

관련연구
① Fehr, Ernst, Lorenz Goette, and Christian Zehnder. 2009. “A Behavioral Account of the Labor Market: The Role of Fairness Concerns.” Annual Review of Economics 1 (1): 355-84.

② David J. Cooper, John H. Kagel, “Other-regarding preferences: A selective survey of experimental results”; J. H. Kagel, A. E. Roth (eds), Handbook of Experimental Economics, Vol. 2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0).
③ Amin Falk, Ernst Fehr, and Urs Fischbacher. 2003. “On the nature of fair behavior.” Economic Inquiry 41 (1), 20-26.
④ Shai Davidai and Thomas Gilovich. 2016. "The headwinds/tailwinds asymmetry: An availability bias in assessments of barriers and blessing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11(6), 835-851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Weconomy] 김재수의 갑을 경제학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