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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15 16:00 수정 : 2018.03.15 17:47

충남 홍성군의 젊은협업농장에 서울 노원구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들이 방문해 작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자급자족하며 이웃간 돌봄서비스 등 생활공동체 구축
이탈리아 농촌 ‘코무니타’ 공동체이자 자조적 결사체
국내에도 귀농 청년들 협동조합 존재

충남 홍성군의 젊은협업농장에 서울 노원구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들이 방문해 작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임순례 감독, 김태리 주연의 <리틀 포레스트>가 입소문을 타고 조용한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자극적이지도 않은, 어쩌면 심심한 이 영화에 사람들이 찾는 까닭은 힐링과 치유의 효과 덕분일 게다. 영화에서 특별한 사건은 없다. 그저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의 흐름에 맞춰 작물을 심고 제철 농작물로 요리를 해먹는 줄거리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동명의 일본 만화이다. 만화에도 도호쿠 지방에서 자급자족 생활을 했던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론 영화처럼 귀농, 귀촌이 쉽지만은 않다. 자급자족하기 위해서는 농작물 외에도 여러 생필품이 필요하다. 또한 청년이 농촌 마을에 스며들기란 쉽지 않다. 특히 영화처럼 여자 혼자서 농촌에서 산다는 것은 사회적 편견을 비롯한 여러 어려움에 부닥쳐야 한다. 그럼에도 농촌이 힐링과 치유의 공간이 된 사례는 많다.

일본인 타나카 나츠코가 소개하는 <이탈리아 사회적경제의 지역전개>(아르케, 2014)에 나오는 ‘코무니타’가 대표적인 예이다. 코무니타는 남부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의 남쪽 조그만 마을 솔레미니스(샤르데냐 주 칼리아리(Cagliari)현 소재, 인구 약1340명)에서 1984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정식 명칭은 ‘코무니타·디·솔레미니스- Communita di Soleminis’이다. 이탈리아어로 ‘코무니타’는 특정지역 기반의 공동체(Community)라는 뜻 말고도 자조적(Self-Help) 결사체나 자원봉사단체가 운영하는 소규모 생활공동체라는 의미도 있다.

여느 공동체와 다른 점도 있다. 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농업과 연계된 노동을 하며 공동생활을 한다. 생활비가 적게 들어가면서도 자급자족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도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농업의 장점을 제대로 살린다면 자급자족 공동체의 형성은 그리 어렵지 않다. 책에서도 “농업과 농산물의 가공, 판매에는 다양한 활동과 능력이 필요하게 된다. 혼자서 그러한 다방면에 걸친 활동이나 능력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누구든 반드시 어느 한 부분에서는 필요한 능력을 발휘하기 마련이다”라고 원리를 설명한다. 사실 유럽연합(EU)에서는 오래전부터 농업이 가진 이러한 문화·교육·지역사회 유지 기능에 주목하고 농업을 지원해 사회통합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촌에도 이처럼 장애인이나 취약계층 중심의 공동체를 꾸려가는 곳이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남원지역자활센터의 새벽영농조합법인이 그 예이다. 지난 2006년부터 남원시의 아파트단지 등에서 음식물 쓰레기 수거사업을 하며 시작한 순환영농이 사업모델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하여 돼지 사료로 사용했고, 돼지 배설물을 거름 삼아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다. 리틀 포레스트처럼 귀농을 꿈꾸는 청년들이 만든 협동조합도 있다. 충남 홍성군의 젊은협업농장이다. 귀농을 꿈꾸는 청년이 세명이 2011년 홍성군 장곡면에 모여 농사를 짓기 시작해 지금은 농업을 지원하는 50여명의 예비조합원들과 농업을 실천하는 7~8명의 조합원들이 협동조합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농촌공동체를 모델 삼아 올해 ‘사회적농업’ 시범사업을 한다. 사회적농업이란, 기본적인 영동활동과 함께, 장애인·고령자 등 취약계층에게 돌봄·교육서비스 및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까지 포괄한다. 농업을 통한 아동, 학생, 청년층 등을 대상으로 건강 증진, 사회성 향상, 자립 등을 위한 교육활동도 이에 포함된다. 사회적농업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9개의 사회적농업 실천농가에 사회적농업 프로그램 운영비 및 네트워크 구축비로 총 4억4천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시범사업과 동시에 사회적농업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국형 사회적농업 모델’을 구축하는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국회와 학계, 언론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농업 포럼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가 농촌 곳곳에 생겨 사회적 치유의 온실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jusuwo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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