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곤의 먹기살기/백중의 잡채
백중(百中)은 음력 7월 보름에 드는 속절(俗節)이다. 보통 머슴날이라 부른다. 우리의 내재적 감성이 선도가(仙道家)와 불가(佛家) 어느 것이 우선인가를 판단하는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시원은 선도가의 중원(三元)이다. 하늘의 선관(仙官)이 내려와 인간의 선악을 심판하는 날이다. 반면 불가에서는 스님들이 석달동안의 하안거를 해제하는 이날 지옥에 떨어진 조상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올리는 우란분재(盂蘭盆齋)를 지내 우란분절 또는 망혼일(亡魂日)이라 한다. 그래서 백중의 시절풍속은 두가지 가문의 이념적 의미가 섞여 있다. 각 가정은 물론 궁중에서도 조상을 위해 천신(薦新)을 올리는 풍속은 불가적 관념의 실천방식이다. 그런가하면 이날 양반들이 아랫사람들에게 전시용 착한 짓(?)을 몰아서 하는 것은 하늘의 심판을 두려워하는 선도가적 감성의 발로다. 때마침 7월은 바쁜 농번기를 보낸 뒤이면서, 한편으로는 가을추수를 앞둔 때라 잠시 한가함을 누릴 수 있는 시기. 머슴들과 일꾼들에게 특별히 장만한 아침상을 차려주고 새옷과 용돈을 주어 ‘백중돈을 탄’ 머슴들이 백중장에 나가 물건을 사거나 ‘백중놀이‘를 즐기도록 베풀었다. 또 노총각이나 홀아비 머슴에게는 마땅한 배필을 골라 결혼식을 치러주고 신접살림도 장만해 준다. ‘백중날 머슴 장가간다’ 라는 말의 근원이다. 이런 습속이 그대로 이어져 직장인들이 7월에 받는 여름보너스가 백중돈에서 비롯된 전통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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