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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21 19:55 수정 : 2017.04.22 17:05

고모가 사준 옷과 모자를 쓰고 나들이 간 대현.

고모가 사준 옷과 모자를 쓰고 나들이 간 대현.
[토요판 칼럼] 남지은의 조카 덕후감

4.’고모 찬스’의 계절

연애를 하면 퍼주는 쪽이다. 쇼핑을 해도 내 것보다 남친 옷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남친 신발부터 밟힌다. 받는 것은 부담스러운데 주는 것은 행복하다. 친구들은 “헤어지면 가방 하나 남지 않는 어리석은 연애”라고 핀잔을 주지만, 어쩔 수 없는 디엔에이(DNA)다.

‘홀로’ 생활을 만끽 중인 요즘에는 이 퍼주기 혜택을 6살 조카 남대현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거리를 걷다가도 애기옷 가게가 보이면 자석처럼 끌려 들어간다. 모자부터 신발까지 풀세트로 구매해 나오는 게 다반사다. 고민 따윈 없다. 이 옷도 예쁘고 저 옷도 예쁘면? 그냥 다 산다.

거짓말 좀 보태어, 월급의 상당 부분이 조카 선물 사기로 소비된다. 조카의 생일과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과 어린이날이 있는 5월에는 탈탈 털린다. 어린이날을 2주 앞둔 이맘때는 돈도 돈이지만, 긴장되는 건 따로 있다. 조카가 원하는 물건을 반드시 구해내야 하는 ‘전국의 고모·이모·삼촌들의 능력 과시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두해 전에는 ‘요괴 워치’ 구하기 전쟁이 피 튀겼다. 일본 애니메이션 <요괴 워치> 인기에 극중에서 주인공이 차고 나온 요괴를 보는 시계가 동났다. 집 근처 마트에서 언제 들어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오전부터 가서 기다렸고, 그래도 살 수 없자 폭풍 검색해 인터넷에서 두배를 지불하고 ‘겨우’ 구했다. 지난해는 <케이캅스>전을 치렀다.

이거, 은근 자존심 경쟁이다. 정보력과 취재력, 구글링 능력치 최대인 직업상 난 늘 승자였다. 그래, 내가 이러려고 기자가 됐지. 기뻐하는 조카의 얼굴을 보면 전혀 수고스럽지 않다. 실은 조카보다 동생이 더 좋아한다. 혹은 올케일까. 이 고모, 사랑을 담아 아낌없이 퍼주지만, 장난감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기본 10만원이 넘는다. 특별한 날에는 2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아우디, 페라리 등 어린이 전동승용완구는 어린이날만 되면 3배 이상 뛴다. 54만원짜리도 있다. 완구업체들의 장삿속에 학을 떼지만, 조카 사랑에 알아서 ‘호구’가 된다. <터닝메카드> <로보카 폴리>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이용한 제품들은 색깔 등만 달리해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계속 출시한다. 아이들은 그때마다 사달라고 조르고, 엄마들은 사주지 않아도 고모는 사줘야 한다. 그게 고모·이모·삼촌들의 숙명이다.

그렇게 퍼준 남자는 헤어지면 남이지만, 조카는 평생 내 것이지 않나. 그러나 조카도 배신한다. 선물의 감흥이 그리 오래가진 않는다. 매번 새로운 게 나오니 매번 새로운 걸 찾는다. 요괴워치도, 케이캅스도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다. 이번에는 또 어떤 수고를 해야 할까. 때 되면 찾아오는 시험처럼 긴장되지만, 대현아 걱정 마. 고모는 또 승자가 될 거야! 고모 찬스 마음껏 쓰렴~.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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