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2.04 10:44 수정 : 2017.03.20 09:52

현미밥과, 들기름으로 볶은 갓김치. 밥이 건강하면 식탁도 건강해진다.

[토요판] 권은중의 건강한 혼밥
① 현미밥

현미밥과, 들기름으로 볶은 갓김치. 밥이 건강하면 식탁도 건강해진다.
건강한 혼밥은 ‘소리없는 아우성’처럼 모순형용이다. 혼자서 밥을 먹는데 건강하기란 쉽지 않다. 밥상이 둥글고 한식구라는 말이 있는 것은 여럿이 밥을 먹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밥을 먹어야 하고 이왕이면 좋은 밥을 먹어야 한다. 그 모순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연재를 시작한다.

혼밥은 영양의 측면에서도 비슷하게 나쁘다. 혼자 밥을 먹으면 아무래도 빠르게 끼니를 때운다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삼각김밥이나 라면을 먹는 이유인데 균형잡힌 영양은 우물에서 숭늉 찾기다.

그래서 혼밥은 외톨이라는 생각을 지워줄 만큼의 스토리가 필요하다. 그래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올릴 수 있다. 컵라면이나 백종원도시락을 그대로 페북에 올리면 ‘좋아요’를 받을 수 없다. 그렇다고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조합해 짜파구리 따위를 매번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토리가 있는 혼밥’을 차리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끼니의 맨 처음과 맨 나중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거다. 위장이 아니라 머리를 위한 식탁을 차려보라는 거다. 이렇게 하면 귀찮은 혼밥을 차릴 용기가 생긴다. 요리는 시작이 반이다.

건강한 혼밥의 시작은 마땅히 ‘밥’이 돼야 한다. 밥은 농경이 시작된 1만년 전부터 우리 삶의 중심이었다. 밥의 맨 처음과 맨 끝을 생각해보자. ‘밥 어디까지 먹어봤니’라고 스스로 물어보자. 연대기순으로는 1만여년 전 탄화미부터 현재의 햇반까지 떠오를 거다.

우리가 발딛고 있는 현재, 세계에 유통되는 쌀은 자포니카와 인디카 크게 두 종류다. 우리가 먹는 쌀은 찰기가 많은 자포니카다. 이 쌀이 찰기가 많은 것은 분자구조가 단순한 아밀로스보다 복잡한 아밀로펙틴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인디카 대신 소화가 더디 되어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자포니카를 선택했다. 자포니카 가운데서도 가장 찰기가 많은 것이 찹쌀이다. 멥쌀에 견줘 열성인 찹쌀은 아밀로스가 0%다. 쌀은 인디카에서부터 시작해서 찹쌀로 끝난다.(밀은 쌀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안남미로 불리는 인디카는 퍼석해서 볶음밥이나 카레라이스에 잘 어울린다. 안남미는 이제 봉지쌀로 쉽게 구할 수 있다. 찹쌀밥은 진밥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강추한다. 찹쌀밥은 진밥의 황제다. 밥이 어떻게 떡으로 넘어갔는지를 가늠케 해준다. 단순한 카레라이스나 나물반찬이라도 이런 밥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 누군가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조밥 수수밥 콩밥처럼 맛있는 변주도 가능하다.

내가 밥의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싶은 건 현미밥이다. 나는 주중에 외식이 잦아 살이 주초에 견줘 금요일쯤에는 2~3kg 넘게 찌지만 주말에 현미밥을 먹으면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현미밥은 먹는 것만으로 살이 빠진다. 현미밥의 소화율은 흰밥의 절반 정도다. 소화기관이 흡수를 잘 못하기 때문에 혈당을 느리게 올리고 포만감을 유지해 최근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미가 처음에는 까끌까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대신 오래 씹으면 고소하다. 나중엔 백미밥이 심심해질 정도다. 조리법도 간단하다. 압력솥은 불릴 필요 없이 물을 흰쌀밥 지을 때보다 1.5배 넣으면 된다. 이마저도 귀찮다면 현미햇반을 추천한다. 통곡식을 꺼리는 요즘 입맛을 고려해 현미찹쌀도 들어 있어 제법 먹을 만하다. 하지만 50%가 흰쌀이다. 현미 마니아로서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요리하는 색다른 기자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권은중의 건강한 혼밥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