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2.24 20:24
수정 : 2017.03.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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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뤼예르치즈를 얹은 현미식빵과 딸기, 커피로 채운 어느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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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권은중의 건강한 혼밥
(2) 매일매일 과일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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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뤼예르치즈를 얹은 현미식빵과 딸기, 커피로 채운 어느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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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시작은 대략 300만년 전쯤이다. 인간이 나무에서 내려와 땅에 살기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잡는다. 인류의 조상인 영장류의 기원은 이보다 길다. 700만년쯤으로 본다(데이비드 크리스천 <빅히스토리>).
인간은 땅 위로 내려와 문명을 얻었지만 잃은 것도 많다. 내가 제일 아쉬운 것은 ‘잠’과 ‘과일’이다. 학창 시절 기말고사를 앞두고 하루의 대부분을 나무 꼭대기에서 자고 있는 원숭이 등 동물의 삶을 부러워해본 경험은 다 있을 거다.
되찾기 불가능한 잠에 대한 미련은 접고 과일을 보자. 원숭이들의 삶을 동경하는 게 철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거 같다. 하지만 공장에서 나온 화학첨가물 범벅의 음식을 먹는 털 없는 원숭이보다 과일이 곁든 자연식을 먹는 털 난 원숭이들이 인간보다 더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사람에게 필요한 건 열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라면·삼각김밥을 먹으면 휴대폰 배터리처럼 사람이 충전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은 배터리만으로 살 수 없다. 배터리의 전류를 실어 나르며 각 부문을 통제하는 회로도, 각 부문의 녹이 슬거나 오작동을 막는 유지보수 기능도 우리 몸에서는 음식에서 얻는다. 흰밥·흰밀가루·흰설탕 그리고 고기는 열량만 채워줄 뿐 이런 기능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국립암센터의 암예방 생활수칙 10가지 가운데 두번째가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기(첫번째는 당연히 금연이다)인 건 이유가 있다. 과일에는 박테리아 바이러스를 죽이는 면역작용이나 호르몬 조절 작용을 하는 항산화물질과 면역물질이 풍부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 국민의 30%가 비만인 ‘비만의 왕국’ 미국에서는 끼니의 절반을 채소와 과일로 먹자는 ‘마이 플레이트’ 운동을 펼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딸기다. 스트레스로 기진맥진해 집에 돌아온 어느날 저녁. 저녁 대신 씻어든 딸기를 한 알 먹는 순간 몸과 마음이 재충전되는 느낌이 든 경험이 있었다. 망고·무화과·블루베리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딸기·블루베리·망고는 모두 냉동해서 판다. 한 팩에 1만원 언저리다. 제철이 끝나면 이런 제품을 사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사시사철 먹을 수 있다. 나는 주로 믹서로 갈아 샐러드 드레싱이나 요구르트와 섞어서 먹는다.
사과·감처럼 저장성이 좋은 과일은 대용량으로 사놓고 먹을 수 있다. 대항해 시절 영국이나 스페인의 범선에 사과를 꼭 실었던 점을 기억하자. 마른대추·건무화·건망고·건포도처럼 말린 과일도 요긴하다. 바나나를 한두개씩 싸가지고 다니면서 과자나 빵 대신 오후 간식으로 먹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바나나는 포만감뿐 아니라 마그네슘처럼 꼭 필요한 무기질 성분이 풍부하다.
매실청·유자청처럼 청을 구입해 차로 먹는 것도 방법이다. 설탕 대신 넣을 수 있어 쓰임도 다양하다. 나는 6월에는 매실을 11월에는 유자를 유기농으로 사서 유기농 황설탕으로 직접 담근다. 초보자들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잘 익은 황매로 담근 매실청은 상큼한 복숭아 주스 맛이 난다. 유자청은 파는 것보다 더 상큼하다. 1시간 정도 뚝딱거리면 혼자서 몇 개월을 먹을 양(2㎏ 정도)을 충분히 만들 수 있어 가성비는 괜찮은 편이다.
요리하는 색다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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