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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19 09:42 수정 : 2017.03.20 09:51

세발나물된장무침과 갓김치. 해풍을 맞고 자란 새발나물은 된장으로 무치면 고소하다.

[토요판] 권은중의 건강한 혼밥 / 봄나물 도전하기

세발나물된장무침과 갓김치. 해풍을 맞고 자란 새발나물은 된장으로 무치면 고소하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나물이’로 불렸던 블로거 김용환씨(2015년 작고)의 등장은 신선했다. 아니 그의 블로그 나물이네(www.namool.com)는 파격에 가까웠다. 지금은 남자 셰프의 전성시대가 왔지만 그가 등장했던 2002년께 요리하는 남자는 드물었다.

그는 필명을 왜 ‘나물이’라고 했을까? 난 그가 한국인 밥상의 핵심을 꿰뚫어 봤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그의 어머니가 차린 밥상의 핵심은 고기반찬이나 잡채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반찬은 어쩌다 올라왔던 것이고 밥상은 늘 콩나물·시금치·우거지 같은 나물반찬으로 꾸려졌다. 그 시절 어머니들은 계절마다 저렴하지만 건강에 좋은 나물반찬을 많이 해주셨다.

“밥상이 축구장이다”, “풀밭이다”라며 철없는 투정을 하던 자식들은 이제 나물로 어머니의 밥상을 추억한다. 편의점의 ‘김혜자 도시락’이 ‘갓혜자 도시락’으로 불리는 건 다른 업체보다 나물반찬에 신경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물은 초보자에게는 대략난감한 식재료다. 대충 손질해서 굽기만 하면 되는 생선이나 고기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고백하자면 내가 지금까지 한 요리 가운데 가장 많이 실패한 요리는 콩나물무침이었다. 요리 초보 시절, 어떻게 해도 콩나물은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콩나물을 삶는 정도, 간의 세기 같은 핵심 공정은 대부분 경험에 의존해야 한다. 어머니를 비롯해 여러 사람에게 물어봐도 뾰족수는 없었다. 계속 실패하면서 어느 순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수천년 동안 이 땅의 며느리들이 겪어온 시집살이 설움에 콩나물이 상당 부분 일조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진짜 봄이다. 나물이 지천으로 쏟아져 나오는 때다. 쑥, 냉이, 부추, 시금치 종류도 다양하다. ‘봄부추는 장남에게도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봄나물은 효능이 뛰어나다. 그렇다면 이런 나물을 쉽게 요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나물 요리에 자신이 붙게 해준 고마운 식재료가 있다. 시금치다. 겨울의 혹한을 이긴 이맘때의 시금치는 참 달다. 맛과 영양뿐 아니라 시금치의 장점은 나물 가운데 대가 튼실하다는 점이다. 요리의 실패 확률이 적다는 뜻이다. 나는 콩나물 탓에 생긴 나물 트라우마를 시금치로 치유받았다.

시금치는 볶거나 굽거나 삶거나 어떻게 먹어도 맛이 난다. 맨 처음에는 기름이나 버터를 두르고 중간불에서 살짝 볶아 먹는 걸 추천한다. 잣이나 치즈를 뿌려서 먹으면 서양식이고, 볶다가 물과 간장(맛술을 넣어도 괜찮다)을 둘러서 촉촉하게 만들면 중국식이다. 볶은 시금치는 삶은 계란, 구운 삼겹살과도 잘 어울린다. 그냥 씻어서 된장국이나 라면에 넣어도 풍미가 산다.

몇번의 요리로 나물에 자신감이 붙으면 이제 데쳐서 마늘, 소금, 참기름, 깨소금 양념으로 무치면 된다. 시금치 한 단을 무쳐도 양은 참 적다. 허망하긴 하지만 엄청난 식이섬유를 한 끼에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자. 시금치무침을 자주 먹으면 변비 따위는 안녕이다. 시금치에 성공하면 콩나물, 숙주, 냉이, 부추 등 여러 가지 나물도 쉽게 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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