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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15 15:42 수정 : 2018.01.15 15:43

그래픽_김지야

Weconomy | 박종현의 공감의 경제_비트코인이 아니라 기본배당을

그래픽_김지야

백년 전 서양은 세계화와 기술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제 전체의 부가 커졌지만 불평등의 골도 깊어졌다. 성장에서 배제된 많은 이들은 이민자에 대한 증오와 엘리트에 대한 반감을 키웠고 사회는 큰 혼란에 빠졌다. 백년이 지난 지금, 양상은 다시 비슷해졌다. 세계화와 기술변화가 새롭게 심화되면서 양극화와 분노와 불안도 커졌다.

과거의 양극화는 진통도 컸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결국 해결될 수 있었다. 난공불락 같았던 기업의 횡포를 제어해 누진과세·반독점법·노동권 강화·사회안전망 확대라는 사회계약이 맺어졌고, 많은 이들이 땀과 번영을 나눴다. 반면, 오늘날의 어려움도 새로운 사회계약을 이룸으로써 해피엔딩으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세계는 그 사회계약의 방향이나 핵심 내용을 놓고 암중모색 중이다. 영국의 노동당과 미국의 민주당이 최저임금 현실화나 노동자의 기업경영 참여에 초점을 맞춘다면, 프랑스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시장 변화에 대한 기업의 신속한 대응을 돕는 한편 낙오된 노동자들의 보호 및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부의 창출과 고용이 분리되는 새로운 상황을 근본적으로 타개할 기본소득이나 로봇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리스 재무장관을 역임한 야니스 바루파키스의 ‘기본배당’이 눈에 띈다. 그는 전근대 사회의 자본인 농토와 종자의 가치가 수세대에 걸친 농부들의 집단적 노력 속에서 키워지고 개량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대적인 기술혁신의 시대에는 자본 형성의 이러한 사회적 성격이 한층 심화된다. 스마트폰에는 정부의 보조금이나 무상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에 힘입어 개발된 수많은 부품들이 들어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업이 사회적 배당 없이 그 이익을 독식하는 것은 경제 원리로도 옳지 않다며, 바루파키스는 오늘날 자본이 만들어내는 대규모의 소득흐름에 대한 재산권을 구성원 모두에게 주자고 제안한다. 모든 기업들이 주식을 새로 발행할 때마다 일정 비율을 공익신탁에 출연토록 입법화하고 이들 주식에 대한 배당을 국민들에게 균등하게 분배하자는 것이 그 핵심 내용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등장으로 일의 미래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네트워크 효과의 확산 속에서 부의 창출 또한 전체 이용자의 참여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가 진정으로 ‘멋진 신세계’로 이어지려면 기존의 발상을 뛰어넘는 담대한 사회계약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거론된 가장 유력한 대안은 역시 기본소득이다. 이 기본소득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켜 줄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바로 기본배당으로 보인다.

기본배당은 새로운 조세의 도입이 아니라서 조세 저항도 덜하고 세법상의 복잡한 문제도 없다. 기존의 세금은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실업급여를 제공하거나 로봇 관련 기술을 가르치는 데 사용하고, 기본배당은 극빈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재능에 투자하고 의미 있는 일에 쓰이도록 한다는 점에서 현존 제도와의 보완성도 높다. 이 구상은 또한 기업과 개인과 사회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줌으로써 변화에 대한 능동적인 적응을 돕는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기업의 번영과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소득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만들고 그들이 지속적인 기술발전을 받아들일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에 소득주도 혁신성장 경제정책에도 잘 부합한다.

비트코인 거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큰 탈 없이 이 광풍을 잠재울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사람들이 여기에 열광하게 된 근본적인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몫을 다하며 경제성장의 열매를 공유할 수 있는 사회계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삶의 보루를 각자도생의 비트코인이 아니라 모두의 공유자산인 기본배당에서 찾는 이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해본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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