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이전 잃어버린 10년] ③
지역경제 불황 겪는 동두천 가보니
휴전선까지 불과 20㎞ 거리인 경기 동두천에는 ‘외국인관광특구’가 있다. 인구 10만명이 채 안되는 군사 도시에서 ‘외국인’은 사실상 미군과 그 가족이 거의 전부다. ‘관광특구’에 소요산 관광지와 자유수호평화박물관 등 몇몇 볼거리가 있다지만, 전철 1호선 보산역 뒤편의 상가가 중심이다. 폭 5~6m가량의 길 양편으로 클럽(유흥주점), 레스토랑, 옷가게, 미용실, 잡화점 등 150여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철길과 도로 건너 편에는 주한미군 기지 중 최대 규모인 캠프 케이시(약 428만평)가 있다. 주한미군 주력 전투부대인 2사단 예하 210포병여단과 1기갑여단의 주둔지다.
미군 ‘전략적 유연성’ 재배치 추진“상권 완전히 죽어” 상인들 한숨
“도심 852만평 제때 돌려줬으면”
진즉 무슨 수가 나도 났을텐데” 화창한 주말이던 지난달 10일 오후, <한겨레>가 돌아본 이 곳 거리는 지나다니는 사람을 손에 꼽을만큼 한적했다. 빼꼼히 문이 열린 한 클럽 앞에선 흑인 여성 한 명이 어쩌다 두세명씩 지나가는 미군 병사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손님이라곤 없었다. 어두운 실내에서 새어나온 팝송이 쇠락한 거리로 흩어졌다. 고종빈 관광특구 상가연합회장은 “지금은 상권이 완전히 죽었다. 현재 동두천 주둔 미군이 약 4000명이라는데 우리가 체감하는 건 500명도 안되는 것 같다”고 했다. 동두천 토박이인 고씨의 ‘체감’은 느낌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내세워 해외 병력을 중무장 지상군 대신 해·공군과 스트라이커 부대 중심의 신속기동군 체제로 재편해왔다.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 프로젝트도 그 일환이다. 동두천 주민들은 미국의 글로벌 군사전략을 지역경제 불황으로 실감한다. 고씨는 미군이 즐기는 튀김 가게를 6년째 한다. 한 달 매상은 400만원가량. 이런저런 비용을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다. 늘 그랬던 건 아니다. “그 전엔 클럽과 레스토랑을 했습니다. 한참 좋을 땐 월 2천(만원)도 넘게 벌었어요. 그런데 걸프전쟁 때 미국이 동두천 미군을 빼내 파병한데다 일부 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이 곳 경기도 계속 내리막길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 때 전투부대를 긴급편성하면서 주한미군 2사단의 2기갑여단 병력 3600여명을 빼냈다. 이 부대는 그 뒤 미국 본토로 재배치됐다. 또다른 주력부대인 1기갑전투여단도 지난해 6월 장비는 그대로 둔 채 철수했다. 지금은 미국 본토의 2기갑여단의 병력을 9개월마다 순환배치하는 형식으로 기존 전력을 대체하고 있다. 해외 주둔군 예산 절감 정책에 따른 조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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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경기 동두천 도심인 보산동 외국인관광특구 상가 거리가 화창한 봄 날씨의 주말임에도 이 곳으로 나온 미군이 거의 없어 썰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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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기지 중 최대 규모인 경기 동두천 도심의 캠프 케이시 정문 앞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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