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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12 20:42 수정 : 2017.08.09 22:54

일러스트 백승영.

일러스트 백승영.

온 세상 남성들로부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스캔당할 각오를 해야 하는 존재. ‘유리처럼 약해 깨지기 쉬우니 조심하라’는 말을 듣고 살 각오를 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눈, 코, 입 등 얼굴 생김새를 비롯해 가슴, 엉덩이 등 몸 전반에 대한, 원하지 않는 타인의 평가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순간 ‘피해의식’이 심하다거나 ‘예민하다’는 말을 덤으로 듣게 된다. 한달에 한번 질을 통해 피를 흘리기도 하며 그 피를 알아서 잘 숨기지 않으면 불결한 취급을 받는다. 남성이 원할 때 섹스를 해주지 않으면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게 되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섹스’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여성은 때로 남편 혹은 남자친구의 자신감을 낮추거나 높일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누가 여성의 몸을 가졌고 누가 여성의 몸을 갖지 못했는지는 공교롭게도 남성들이 판단해주기도 하나 헛소리인 경우가 많으므로 무시하는 것이 좋다. 여성임을 말하는 데 있어서 성기나 자궁의 유무는 중요하기도 하지만 전혀 중요하지 않기도 하다.

옷차림 등을 지적하며 이 세상 온갖 범죄의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려는 시도 안에서 꿋꿋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존재도 바로 여성이다. 1970년대 한국에서는 여성의 치마 길이를 단속하기도 했으며 미니스커트 단속에 걸린 여성은 ‘긴 치마 입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길 한가운데 서 있어야 했다. 여성의 노출이 우발적인 성범죄율을 높일 수 있다는 놀라운 상상력은 21세기에도 지속되고 있다. 경찰청 공식 블로그에는 성폭력 예방 요령으로 ‘계단을 오를 때 핸드백이나 가방으로 뒤를 가린다’라는 놀라운 팁이 올라와 있다. 어서 이 놀라운 상상력을 가진 남성들이 여성 부르카 강제 착용을 위한 각종 시위들을 시작해 전세계 뉴스에 한국의 이름이 올랐으면 좋겠다. 그것이 국위선양 아니고 무엇이겠나.

은하선(섹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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