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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26 19:50 수정 : 2017.08.09 22:55

일러스트 백승영

일러스트 백승영

남성: 다리와 다리 사이에 덜렁거리는 살덩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온 우주로부터 환대받는 존재.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 고추 달린 놈’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라나는 탓에 그 고추의 크기가 자신감과 자존감의 크기가 되어버리는 비운의 존재이기도 하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에서 자신이 도끼 역할을 맡고 있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으나 안타깝게도 여성은 나무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채로 짧은 인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여성이라는 미천한 존재가 감히 자신을 거절 혹은 거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성장 과정에서 배우지 못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각종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범죄자가 되더라도 걱정 없다. 나이가 어리거나 학벌이 좋다면 더더욱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촉망받는 남성이라면 성범죄자가 되더라도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도록 온 인류가 힘써준다. 태어남과 동시에 무료 자동가입 된 남성연대에서 온 힘을 다해 도와주러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열심히 활동하지 않았다 해도 걱정 없다. 앞으로 열심히 활동하면 된다.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는 주문과도 같은 말을 중얼거리기만 하면 눈앞에 어느새 남성연대가 나타나 있을 것이다. 여성과 아이는 자신이 남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절로 주어지는 보상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자신과 만나거나 살고 있는 여성이 자신의 소유물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기도 하며, 때리거나 소리를 질러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믿기도 한다. 아내는 언제나 집에 있어야 한다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아내를 ‘집사람’이라고 부르는 기혼 남성들도 있다. 역시 여성을 부르는 각종 단어를 잘도 만들어내는 언어의 마법사다.

은하선(섹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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