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10 10:01
수정 : 2017.08.10 10:21
|
프리다이버 나탈리야 압세옌코가 흰돌고래를 만나고 있다. 데일리메일 화면 갈무리
|
[ESC] 향이네 식탁
|
프리다이버 나탈리야 압세옌코가 흰돌고래를 만나고 있다. 데일리메일 화면 갈무리
|
소설가 김훈은 한때 경북 울진 후정리 바닷가에 머문 적이 있습니다. 2012년 초가을부터 2013년 봄까지, 8개월 정도였죠.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동해연구소가 그의 집필을 돕기 위해 숙소를 마련해준 겁니다. 하루 2~4시간씩 울진 바닷가를 걷고 을씨년스러운 겨울 포구에서 가끔씩 한잔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세상을 경험할 만큼 한, 삶이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육십대의 소설가에게 그 바닷가는 어쩌면 상투적인 단어 정도의 감흥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그 심드렁한 바닷가에서 그가 뜻밖에 발견한 건, 예상하지 못한 싱싱한 바다와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빛과 파도와 시간이었습니다. 그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에서 그의 바다 예찬론은 넘치고도 남습니다. 의외의 소득은 마음의 병의 원인과 처방전이라고 합니다. 병명은 ‘종신변비’. 마음의 쓰레기를 배출하지 못해 꽉꽉 차 변비가 돼버렸다는 겁니다. 울진 바다가 준 선물이죠.
햇살 가득 받은 바다만큼 영롱한 보석이 있을까요? 태풍이 불 때면 무섭기가 지옥불이지만 거대한 생명장치인 바다는 자애로운 어머니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 바다가 줄 수 있는 선물이 진단과 처방전만은 아닐 겁니다. 프리다이버들에게는 특히나 말이죠.
2011년 프리다이빙 전문가인 나탈리야 압세옌코는 러시아 무르만스크 인근 북극해에서 프리다이빙을 해 흰돌고래를 만났습니다. 마치 인어처럼 흰돌고래와 춤추는 영상은 신비합니다. 세계 프리다이빙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그는 무려 12분을 공기통 없이 차가운 바닷속에서 견뎠는데, 바로 그 점이 프리다이빙의 치명적인 매력입니다. 흔히 무호흡다이빙이라고 하는 프리다이빙은 공기통 없이 숨을 참으며 자연에, 바다에 더 가까이, 더 가까이, 더 깊이 다가가 결국 나를 만나게 되는 레저 스포츠입니다. 마음 시끄러울 때면 초밥을 찾던 제 스트레스 해소법을 이참에 프리다이빙으로 바꿔볼까 합니다.
ESC 애독자 최선우님이 이번 호의 주제 프리다이빙을 맞히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박미향 ESC팀장 mh@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