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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30 10:14 수정 : 2006.12.11 15:32

마운튼데이는 산을 오르는 날이며 이번 대회에서는 2700m까지 올라갔다.

안병식씨 ‘극한 마라톤 그랜드슬램’ 도전기 ② 중국 고비사막 250km 마라톤

[stage3] 40km ‘mountain day’ = 오늘은 마운튼 데이. 산을 넘어야 한다. 몸은 피곤하고 지쳐있었지만 내심 가장 자신 있는 날이다. 지난해 10월 이집트 사하라 사막마라톤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비사막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줄곧 스피드 보다는 체력보강과 함께 한라산을 달리며 6개월 정도 준비해왔기 때문에 산을 달리는 것은 자신 있었다.

6개월 동안 준비해 산 달리는 건 자신있었다

출발부터 제주의 오름만큼 높은 산들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다 얼마가 지나 cp1까지는 내리막이었는데, 찰리와 케빈, 레이, 로빈, 프란체스코가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 달렸지만 그들은 따라가기에 벅찰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cp1 에는 네번째로 도착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선두 그룹들이 걷기 시작했다. 다행히 급경사가 아니라 오르막을 많이 연습했던 나로서는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달릴 수 있을 정도였다. 다시 선두로 나서서 달리기 시작했고 2km가 넘는 오르막이 지나 급경사가 나타난 후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는 나도 걸을 수 밖에 없었다. 2위 그룹이 따라 오는 게 보였지만 산을 오르면서 거리는 점점 더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산 정상(2750m)에 올라보니 아직도 녹지 않은 눈들이 군데군데 하얗게 보였고 아주 멀리 톈산 산맥은 겨울 한라산처럼 하얗게 눈이 덮여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 멋진 풍경들이 많았지만 사직을 찍을 여유가 없어 그냥 지나치는 게 많이 아쉬웠다. 산을 내려오면서도 달리다보니 무릎에 충격이 많았고 이후 레이스에 많은 지장을 줄만큼 무릎이 많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산을 내려오면서 작은 유목민 마을들도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푸른 초원이 나타났다.

눈이 덮인 톈산 산맥을 배경으로 한 유목민들이 푸른 초원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있다.

코스는 반복되는 오르막 내리막 때문에 쉽지 않았지만 너무나 푸르게 펼쳐진 풍경 앞에서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내가 살고 있는 제주도 너무 아름답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우리 같은 ‘침입자’들이 나타나 자연을 오염시키고 파괴시킨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움이 앞섰다. 아주 멀리 뒤에서 따라오는 선수들이 보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연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사진도 몇 장 찍었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초원지대였지만 뛰는 내내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이런 곳을 두발로 달릴 수 있는 것에 너무 감사했고 너무 행복했다.

어제까지 말이 없던 진행요원들이 “넘버원 코리아”

지금 이 순간 난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한 인간이었다.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내가 어떻게 글로 표현 할 수 있을까? 아직도 내 맘속에는 그때의 감격들이 남아있고 다시 중국을 간다면 푸른 초원이 펼쳐진 고비사막만큼은 꼭 다시가리라는 다짐을 해본다.

그렇게 5시간 15분이라는 시간을 달려 캠프에 도착했고 어제까지는 별 말이 없던 진행요원들이 ‘넘버원 코리아‘를 외쳐주기 시작했다. 모두가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뛰는 내내 발과 무릎이 많이 아프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신발을 벗고 보니 발톱 하나가 거의 빠지기 직전이었다. 무릎도 생각보다 많이 아파 남은 일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제까지도 욕심이 없던 ‘사막마라톤 우승’이라는 타이틀은 이미 내 가슴속에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일은 롱데이 날이라 내일까지만 견뎌준다면이라는 생각을 하며 텐트 안으로 들어가 쉬었다.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부는지 이미 바람에 무너진 텐트들도 있었다.

자원 봉사자들이 텐트를 고정시켜줬지만 언제 날아갈지 모를 만큼 바람은 너무 세차게 불었다. 나에게 ‘넘버원‘이라 외쳐주고, 다른 텐트보다 먼저 신경써서 쳐주던 그들이 너무 고마웠다. 같이 달리던 선수들만이 아니라 진행요원, 자원봉사 모두가 내게는 친구였다.

오늘은 달리는 내내 행복했고 새벽에 잠이 깨어 잠시 텐트 밖을 나와 바라본 하늘의 별들은 너무 선명하게 너무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롱데이를 마치고 텐트로 사용했던 유목민들의 집 ‘게르’.

[stage4] 73km ‘long day’ 아침은 밝았지만 무릎과 발이 얼마나 견뎌줄지 걱정이 되었다. 발가락에는 발톱이 빠지지 않도록 테이핑으로 동여매고 무릎에도 테이핑을 했지만 걱정들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선두 그룹 25명을 제외 한 나머지는 8시에 출발했고 우리는 10시에 출발했다. 롱데이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선두 그룹들이 그렇게 빨리 달리지는 않았다. cp 1까지는 여러 명이 같이 도착했지만 cp1을 지나면서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같이 따라올 것 같은 2위 그룹들은 그대로 페이스를 유지했고 거리를 조금 더 벌려야 한다는 욕심에 난 조금 무리를 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강풍 몰아치는 모래언덕이 다가오자 두려웠다

cp4를 지나서야 2시간 먼저 출발한 선두 그룹이 보였고 서로 격려를 하며 다시 앞서기 시작했다. 어느새 또 나는 혼자가 되어버렸다. 오는 내내 진통제를 먹어서인지 무릎과 발톱은 어느 정도 견딜만했다. 잠시 깃발을 잃어버려 헤매다 cp6에 도착했다. cp6을 지나면서 강풍이 불기 시작했고 빨간 깃발은 멀리 모래언덕 쪽으로 향해 있었다.

말이 모래 언덕이지 제주의 오름만큼이나 높은 모래언덕들이 솟아 있어 웅장함과 동시에 긴장감이 느껴졌다. 모래언덕으로 들어서는 순간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부는지 선그라스 속으로 모래가 들어오면서 눈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강풍과 함께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빗방울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무서웠다. 아무도 없는 모래언덕 속으로 강풍이 불어 한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 들어가야 된다는 것이 두려웠다.

멀리 모래 언덕 사이로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잠시 기다렸다가 2위가 오면 같이 갈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강풍과 모래먼지 때문에 서서 기다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반팔을 입고 있어 살갗이 너무 따가워 배낭에서 바람막이 옷을 꺼내 입었다. 그렇게 10여분을 헤매다 다시 모래언덕 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푸른 초원과 호수, 거기가 캠프인 줄 모르고…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고 빨간 깃발만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깃발이 바람에 뽑혀 버려 길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다행히 깃발들은 깊게 꽂혀있어 방향을 제대로 표시해 주었다. 그렇게 모래먼지와 강풍속에서 모래언덕을 헤매는 동안 이탈리아인 프란체스코가 따라왔다. 모레 언덕을 오를 때는 자꾸 미끄러져 내려 정말 힘들게 올라갔다. 모래 언덕에서 체크포인트가 하나 더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체크포인트는 보이지 않았다. 모래 언덕을 내려오니 푸른 초원과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유목민들의 마을이 보였는데 거기가 캠프인지는 모르고 cp 하나를 그냥 지나쳐 온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와 있었고 롱데이는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쉽게 끝나 버렸다. 마지막 모래언덕에서 헤맨 걸 제외하고는 무난한 코스였다. 오늘 롱데이는 6시간 12분에 도착했다. 선두 그룹이 예상외로 너무 빨리 도착하는 바람에 캠프에서도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 2위인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하고는 종합기록에서 1시간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렇게 안심할 수 는 없는 기록이었다. 일반마라톤과는 달리 사막에서는 길을 잃어버리면 금방 순위가 바뀌기 때문이다.

6월1일 휴식 = 어제의 모래 폭풍이 아직도 생생히 잊혀지지 않는 날이다. 사막에서의 모래폭풍은 정말 끔찍했다. 바람이 없으면 저렇게도 아름답고 고요한 모래언덕인데...

모래 언덕과 푸른 초원이 만나고 옆으로 호수가 있는 곳에 유목민 텐트가 있었다. 임대하는 곳인데 사막 한가운데 있는 호텔(담요 하나밖에 없는 초라한 텐트지만)이라 생각하면 된다. 담요를 있어서 춥지 않게 편하게 잘 수가 있었다. 오랜만에 찾은 여유라 사직도 찍고 편하게 쉴 수가 있었다. 너무나 힘들었던 첫날의 기억과 어제의 모래폭풍을 생각하며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영원하기만을 바랬다.

[stage5] 51km = 하루를 쉬었지만 73km를 뛰고 난 후 오늘 다시 51km를 뛰어야 한다는 게 조금 부담은 되었지만 오늘까지만 잘 견디면 내일은 짧은 코스라 편하게 뛸 수 있다는 생각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오늘도 2그룹으로 나누어 출발했는데 먼저 출발하는 팀은 04시에 일어나서 6시에 출발장소로 이동했다. 먼저 출발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기다리는 동안 그동안 매일 텐트를 쳐주며 자원봉사로 일하던 사람들이 몰려와서 ‘코리아 넘버원’을 외치며 사인을 해달라고 난리였다. --;

자원봉사자들이 몰려와 사인해달라고 난리였다

많이 쑥스럽고 어색했지만 너무 고마웠던 친구들이라 그 이상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7시가 조금 넘어 버스가 오고 출발장소로 20여분 이동했다. 출발은 바로 산 밑에서 했지만 오늘은 길을 따라 올라가는 거라 그리 부담은 없었다. 오히려 초반부터 스피드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너무 만족스러웠다. 대회기간 동안 코스설계가 너무 맘에 들었다. 나중에 코스를 디자인한 롤프에게 코스가 너무 맘에 들었다면서 정말 고맙다는 말까지 했다. “첫날 ‘진흙(뻘)’코스만 빼고”라고 말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일주일전에는 안 그랬다”는 거다. 재미있고 농담도 잘하는 멋진 친구였다.

출발은 산을 걸어 오르며 시작되었다. 급경사를 제외하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선두그룹하고 같이 가야 된다는 생각에 무리하지 않고 2위와의 거리를 생각하면서 큰 부담 없이 뛰었지만 산을 내려오고 난 후 무릎과 발가락이 너무 많이 아팠다. cp3에 다가와 가면서 지성이형을 만났고 잠시 사진을 찍는 사이 로빈과 프란체스코가 선두로 나서기 시작했다. 혼자 앞서기도 싫었지만(혼자가다 길을 잃을까봐) 너무 뒤쳐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같이 뛰기 시작했다.

지난 고비사막 마라톤대회 우승자 찰스와 사하라사막 마라톤대회 우승자 레이가 강을 건너고 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협곡.

얼마나 달렸을까? 개울가가 나왔고 다리가 보였다. 개울가로 향한 빨간 깃발을 보지 못한 나는 다리를 건너려는 순간에 로빈이 다리 밑으로 깃발이 있다고 말해줬다. 혼자 달렸으면 또 길을 잃고 헤맬 번 한 순간이었다. 한국에서 온 류윤기 선생님이 깃발을 보지 못하고 30분 이상을 지나가 버렸다고 했다. 대회기간 내내 행운은 나를 따라다녔다.

개울가를 따라 깃발이 있었지만 깃발을 보지 못하고 바로 개울을 건너고 말았다. 그렇게 반대편에서 한참을 올라가다 다시 깃발이 있는 쪽으로 건너갔다. 나무 숲을 지나면서 무릎이 따끔거리는 게 벌에 쏘인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간 후 반대편으로 깃발이 보였고 다시 개울을 건너는 순간 먼저 출발한 한국의 창용찬님이랑 노민섭님이 보였다.

끝없는 오르막과 급경사, 바위, 그리고 폭염

잠시 사진을 찍는 순간 캐빈과 찰스 레이가 깃발을 보지 못했는지 위로 계속 향하 길래 이쪽이라고 소리쳐 불렀다. 개울을 건너면서 선두그룹은 모두 여섯 명이 됐다. 그렇게 한참을 같이 달렸다. 협곡은 바위와 돌, 급경사로 인해 위험한 지역도 많았다. 잠시 깃발을 잃어 방향을 잘못 잡았다가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 끝없는 오르막과 급경사, 바위 그리고 오늘은 고비사막에 와서 가장 더운 날(35도)이었다.

cp 3에서 다음 체크포인트까지 10km라는 말에, 물을 한 병밖에 안 챙겼는데 물이 부족해서 갈증도 심했다.

모두가 지쳐갔고 그렇게 한참을 가고 난 후 cp4에 도착했다. 아직도 남은 거리는 10km였다. 다행히 순위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상태라 서로 앞서려고 하지도 않았고, 레이가 “우리 모두 같이 캠프에 도착하자”고 힘들어 하는 친구들에게 격려까지 했다. 사막에서 레이스 도중 처음으로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우린 다 같이 걸었다. 서로 말은 없었지만 얼굴표정 눈빛 호흡소리만으로도 서로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사막에서 이렇게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오늘에야 알았다. 레이, 찰스, 케빈, 로빈, 프란체스코 모두가 멋진 친구들이고 그들이랑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영광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힘들어하면서 한참을 간 후 얼마큼 왔는지 얼마가 남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협곡 정상에 가까워지자 위로만 향하던 깃발이 오른쪽으로 향해있었다.

모두 같이 손잡고 뛰어 함께 들어온 뒤 서로 껴안았다

잠시 후 넒은 평원이 나타났고 하얀 캠프가 보였다. 우린 서로를 쳐다보며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모두가 같이 손을 잡고 캠프을 향해 달렸다. 캠프에서 진행요원들이 북을 치며 환호해주었다. 우린 그렇게 다 같이 손을 잡고 피니쉬 라인에 도착했고 모두가 서로를 껴안으며 서로를 격려해주었다. 가슴이 뭉클했다. 서로를 껴안으며 느꼈던 감정을 난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의료지원을 도왔던 스텝들.

텐트에 들어와 쉬고 있으니, 같이 텐트를 쓰는 일본친구들이랑 류윤기, 창용찬 선생님, 노민섭님, 이영호님, 지성이형 모두가 들어왔다. 모두가 너무 힘들었는지 많이 지쳐 있었다. 여자 1위로 들어온 일본의 카추코는 협곡에서 넘어져 몸에 상처가 나있었다. 또 다른 선수 몇 명도 협곡에서 넘어지면서 크게 다쳐 레이스를 포기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지희 누나가 많이 걱정되었다. 고비사막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는 생각에 지나온 시간들을 메모도 했고, 텐트 밖에 나와 사진도 찍으며 쉬는 동안 하늘에는 어느새 사막에서의 마지막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1~2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샜다

잠을 자려고 누웠지만 잠이 금방오지 않았다. 얼마를 잤을까? 너무 추워서 잠에서 깼다. 새벽 기온이 영하의 날씨였지만 추위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던 나로서는 너무 추운 밤이었다. 1-2시간 밖에 자지 못하고 추위에 떨며 꼬박 그렇게 밤을 새웠다.

[stage6] 13km = 아침에 일어나서 온도를 물어보니 영하 5도 까지 내려갔었다고 했다. 오늘은 3그룹으로 나누어 6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출발했다. 산을 내려갔고, 거리가 짧아 큰 부담은 없었지만 무릎이 많이 아팠다. 마지막 그룹에서 출발하면서 얼마를 가지 못하고 걷기 시작했다. 이미 순위는 거의 결정된 상태라 서두를 필요는 없었지만 빨리 뛰라고 해도 이런 상태로는 뛰지 못할 상황이었다.

결승점 50미터를 남겨두고 누군가 태극기를 건네줬다

내려오는 내내 무릎이 너무 아파 힘들었다. 어떻게 그 많은 거리를 달려왔는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절룩거리며 뛰다 걷다를 반복하다 1시간이 넘어서야 드디어 결승점에 도착했다.

대회 우승자에게는 마지막 50m를 남겨 놓고 우승자의 국기를 들고 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진행요원들이 북을 치며 환호해주었고 결승점 50m를 남겨두고 우승자에게만 주는 깃발이라며 한 그 누군가가 태극기를 건네주었다. 평소 ‘애국주의자‘가 아니라 태극기를 들고 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 순간만큼은 기분이 좋았다. 내가 우승을 한 것이다. 순간 지난 일주일의 고통과 인내가 뇌리에 스쳐간다. 많은 사람들이 ’코리아 넘버원’이라고 외치면서 격려해줬지만 나에겐 ’우승‘이라는 행운보다는 이제 6박7일 동안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

대회 측에서 뷔페 음식을 마련해 주었다. 너무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느라 체할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사진도 찍고 서로 격려하며 모두가 기쁨의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맨 마지막으로 지희 누나가 들어왔고 많은 박수가 이어졌다. 오늘 진정한 승자는 내가 아니라 마지막 까지 포기하지 않고 눈물까지 흘리며 끝까지 완주한 지희 누나에게 주고 싶었다. 12시가 넘어 버스를 타고 우루무치 시내에 있는 호텔로 향했다. 다시 8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야 된다는 말에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이제는 그 시간들도 지루함 보다는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버스 안에서 1시간 정도 잠을 자고 난 후 오는 내내 창밖을 구경했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들이 아름다웠다. 지난 6개월 동안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고 다시 제주도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땅 제주에 살고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여기 250킬로미터에 도전한 우리 모두가 승자였다

이번 고비 사막 마라톤은 나에게는 많은 행운을 가져다 줬다.

아름다운 중국 고비 사막에서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간직하게 돼서 행복하다. 사막마라톤은 정말 매력이 있는 대회다. 하지만 사막에서의 250km의 거리는 그렇게 쉽지 않았다. 특히 이번 고비사막은 산이 많았고 코스가 험난하여 정말 힘든 대회였다. 거기에서 두발로 달릴 수 있다는 것에 너무 행복했고 여기에 도전했던 사람들 우리 모두는 승자였다.

피니쉬 라인 풍경.

(계속) 이어 칠레 아카다마 사막 마라톤 완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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