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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1 14:08 수정 : 2006.12.11 15:33

하늘 위 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안데스 산맥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안병식씨 ‘극한 마라톤 그랜드슬램’ 도전기 ③ 칠레 아타카마 사막 250km 마라톤

남미의 혁명전사 체 게바라가 모터싸이클을 타고 달리던 광활한 사막과 평원, 흥겨운 라틴 음악과 감미로운 포도주.

세계에서 가장 긴나라인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서 열린 마라톤은 떠나기 전부터 설레임과 신비로움에 몸을 떨었다.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페루, 쿠바 등 중남미 지역은 예전부터 한 번 쯤은 꼭 가보고 싶었던 나라들이다. 이번 여행에서 여러 곳을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라틴아메리카의 중심 칠레를 구경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다.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은 남북 약 1000km, 동서 30km의 규모로 안데스 산맥과 태평양 연안의 도메이코 산맥 사이에 있다. 강수량이 매우 적어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으로도 불린다. 완전한 불모지대이며 소금과 탄산칼슘분이 많은 진흙이 말라붙어 있는 호수와 소금의 퇴적층으로 덮인 지역이 많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 칠레 아타카마 사막마라톤 250km


7월20 = 인천 공항을 출발해서 12시간의 비행 끝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 한 뒤, 칠레의 LAN 항공을 갈아타고 다시 산티아고로 출발했다. 중간에 페루의 리마 공항에서 30분 정도 머물렀고, 하늘에서 바라본 안데스 산맥은 하얀 천국 같았다.

한국에서는 너무나 먼 나라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여름옷을 입고 있었지만 칠레는 아직 겨울이었고 사람들도 모두 두터운 외투을 껴입고 있었다. 싸늘한 공기가 겨울임을 실감케 했다. 칠레의 대통령궁과 산티아고 시내 구경을 하고 난 후 아침을 먹었는데 10명이 먹은 식사가 40만원이 넘게 나와 버렸다. 서로들 너무 놀라워하면서도 아무 말 없이 지갑을 털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칠레 서북부 깔라마 거리에 펼쳐진 퍼포먼스.

다시 시내 구경을 하고, 오후 3시에 비행기를 타고 늦은 저녁 칠레의 서북쪽에 위치한 깔라마 공항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와 시내 구경을 하며 저녁을 먹었는데 음식은 비싼 편이었지만 맛있었다. 낯선 깔라마의 거리를 잠시 구경하고 난 후 숙소로 돌아 왔는데 피곤해서 금방 잠이 들어 버렸다.

7월21일 = 오전 10시 숙소를 떠나 깔라마 공항에 도착해서 대회 측에서 마련해준 버스를 타고(약 2시간) 칠레의 북쪽 아타카마 사막 지역의 작은 오아시스 마을 산페드로에 도착했다. 호텔이 1층으로 되어 있어 조금은 당황스러우면서도 낯선 풍경들이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난 후 저녁이 되어서는 배낭 검사와 메디컬 검사가 이루어 졌다.

7월22일 = 이제는 시차적응도 되어가고 몸도 많이 가벼워졌다. 정말 상쾌한 아침이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난 뒤, 김경수, 이용술님이랑 마을에 있는 작은 박물관을 구경했는데 칠레의 문화에 대해서 문외한이었던 내게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해주었다.

오후 2시에 숙소를 떠나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도착한 아타카마 사막은 다른데서는 볼 수 없는 낯선 풍경들이 너무 신비롭고 아름답게 펼쳐졌다. 이런 이국적인 풍경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져갔다. 오후 늦게 대회 측에서 아타카마 사막에 대한 소개와 이번 대회 브리핑 시간이 있었고 대회 측에서 마련해준 음식으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낯설고 이국적인 사막을 배경으로 텐트가 보인다.

[stage1] 37km = 밤에는 텐트 안도 영하의 기온으로 내려가서 새벽에 몇 번이나 잠에서 깨었다를 반복하다 일어났다.

각자 개인이 준비한 음식으로 아침을 먹은 뒤, 약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마라톤 출발 장소인 해발 4000m의 고지대에 도착했다. 반바지 차림으로 버스에서 내렸는데 시냇물이 얼음으로 변해있을 정도로 날씨가 많이 추웠다. 대회 출발 장소에는 작은 교회가 하나 있었는데 잉카 문명이 남아있는 지역이라고 했다. 고지대의 환경에 적응하려고 오르막을 조금 뛰었더니 금세 숨이 차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대회는 해발 4,000m의 고지대에서 시작됐다.

돌산을 반복해서 오르 내리고 있다.

이날 출발은 4000m의 고지대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코스였다. 돌과 바위들이 있는 canyon(협곡) 지역이라 코스는 험난하고 어려웠다. 특히 경사가 심한 암벽을 오르고 내리는 위험한 지역도 많았다. 10여명의 선두 그룹이 형성되어 같이 뛰었지만 코스가 어렵다보니 첫날부터 힘들었다. 특히 어려웠던 건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수없이 계곡물을 건넜는데 눈이 녹아 내려오는 물이라 너무 차가워서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온 몸이 얼어버릴 정도로 고통이 느껴졌다. 셀 수는 없었지만 50여회가 넘게 반복되는 계곡물 건너기는 사람을 너무 많이 지치게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끝은 보이지 않고 반복 되는 험난한 코스들...

그렇게 37km의 거리를 5시간이 다 되어서 캠프에 도착했다. 몸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흐르는 계곡물에 머리를 감았다가 몸살기운까지 겹쳐 그대로 텐트에 들어가서 눕고 말았다.

[stage2] 43km =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cp1 까지는 계곡을 지나는 코스였고, 어제는 시작에 불과했다고 생각이 들만큼 반복되는 계곡물 건너기였다. 마치 강을 건너는 것처럼 물도 더 깊었고 물살도 빨랐으며 물은 어제보다 더 차갑게만 느껴졌다. 특히 100m가 넘게 계곡 물속을 따라 내려오는 코스에서는 다리가 마비되었다 싶을 만큼 너무 고통스러웠다.

0도에 가까운 차가운 물 속을 건너는 선수들.

차가운 계곡물을 건너고 나오면 온 몸이 얼어버릴 정도다.

cp1을 지나면서 길이 나타났고 선두로 나서야겠다는 생각에 길을 따라 속도를 내며 뛰었는데 얼마를 갔는지, 가도 가도 깃발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1km를 넘게 코스를 이탈해 버렸는데 다시 돌아가야 된다는 생각에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다. 그렇게 15분 정도 헤매고 난 후 다시 달렸지만 cp2까지는 계속되는 오르막이라 힘들었다.

거기에다 오늘따라 가방은 왜 이렇게도 무겁게만 느껴지는지... cp3까지는 비교적 쉬운 코스였지만 체력소모도 많았고 물도 모자라 너무 힘들었다. cp3을 지나면서는 끝이 보이지 않은 벌판이 나타났고 걸었다 뛰었다를 반복하면서 6시간이 넘어서야 너무나 어렵게 캠프에 도착했다. 선두는 나보다 40여분이나 앞서 들어와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크게 순위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참가했지만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그렇지 않은가보다. 오늘은 10여명이나 나보다 먼저 들어와 있었다.

저녁이 되면서 몸은 회복되었다. 캠프주위에는 넓은 호수가 있었으며 하얗게 소금가루가 호수를 따라 펼쳐져 있었다. 저녁노을이 지기 시작하자 붉게 물든 노을이 호수 위에 비치면서 경이롭다고 할 만큼 호수는 아름답게 변해갔다. 호수 가에 앉아 노을이 저물어 가는 풍경을 한참을 바라보다보니 어느새 주위에는 어둠이 깔려있었다.

체 게바라도 이렇게 지는 노을을 감상했을 것이다.

소금이 펼쳐진 호수에 아름다운 노을이 지고 있다.

[stage3] 40km = 몸은 가벼웠지만 지면이 불규칙적이어서 출발은 어려웠다. 고비나 사하라사막 마라톤 때에는 보통 1~2일 힘든 코스를 주면, 다음날은 쉬운 코스를 달리게 해주었는데 이번 대회는 달랐다. 이날도 코스는 만만치 않았다.

사막 마라톤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참가하는데, 캐나다에서 온 마크는 싸이클 선수 출신이고 직업이 변호사이면서 어드벤쳐 레이서로도 활동하고 있다. 미국의 죠는 미국 올림픽 스키 국가대표 출신이었고,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는 지난 고비사막에서 2위를 했던 만능 스포츠맨이다.

그 외에도 특이한 이력과 정말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이 참가하는데 그들과 달리면서 서로 친구가 되어 가는 것은 사막 마라톤의 또 다른 매력이다. 생각해보니 그들도 ‘그림쟁이’인 내가 사막마라톤을 하는 걸 보며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나도 그 ‘특이한’ 한 사람 중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100m가 넘는 언덕을 내려 올 때는 무척 위험스럽다.

cp3까지는 다시 지면이 불규칙적인 곳이어서 뛰었다 걸었다를 반복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유난히 이런 곳이 많았다. 소금과 진흙이 섞여 돌처럼 굳어진 곳인데 뛸 수 없을 만큼 지면이 너무 불규칙적이었다. cp3을 지나면서는 계속되는 오르막이었지만 모래를 달리는 코스라 발에 부담이 없어 너무 좋았다. 모래가 얼마나 부드럽고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경사도가 낮은 오르막이라 선두로 나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리고 난 후 뒤를 돌아보니 따라오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 급경사와 바위가 있는 코스가 나와 속도를 줄이면서 걸었다 뛰었다를 반복하는 사이 캐나다의 마크가 따라와 있었고 멀리 캠프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1km를 남겨 놓고는 경사가 심한 언덕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코스였는데 조금 위험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어려운 코스였다. 정말 이번 대회는 사막마라톤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모래사막보다는 산, 계곡, 협곡, 소금사막 등 코스는 다양했지만 너무 어렵고 험난한 코스가 많았다.

마지막 바위 언덕을 마크와 함께 올랐는데, 먼저 오르고 난 후 마크의 손을 잡아 주었더니 고맙다고 미소를 지어 주었다. 나이는 나보다 10살이나 넘게 많았고 키도 190cm에 가까워 보였지만 그의 미소가 너무 귀엽게만 느껴졌다.

캐나다의 마크와 함께 손을 잡고 피니쉬 라인에 도착했다.

남은 50m의 거리를 손을 잡고 같이 피니쉬라인을 통과하고 난 후 서로를 껴안으며 격려했다. 많은 얘기는 못했지만 나에게 많이 고마워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달리면서 우린 그렇게 친구가 되어갔다.

오늘레이스에서 나는 선두로 들어와서, 중간 순위는 4위로 껑충 뛰어 올라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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