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2.07 17:38 수정 : 2006.12.11 15:37

모래언덕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안병식씨 ‘극한 마라톤 그랜드슬램’ 도전기 ⑥ 이집트 사하라 사막 240km 마라톤

때론 사막의 모래바람은 모든 것을 삼킬 것만 같았다.

[stage3] 38km = 대회 아침 출발 30분 전에 매일 그날의 코스에 대해서 브리핑을 한다.

오늘 레이스는 모래언덕을 지나는 구간이 있고, 레이스 지도에는 ‘Extreme difficult’ 라고 표시되어 있어서 힘든 레이스가 예상됐다. 초반에는 평평한 지역이라 코스가 쉬웠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을 것 같은 모래평원이었다. 모래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풍경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순위 때문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들을 오래 구경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간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첫째 날 둘째 날 경험 미숙으로 약간 뒤쳐져 있던 지미가 사막에 적응해가면서 속도를 많이 내기 시작했다. 지미는 사막레이스에는 처음 참가하지만 많은 레이스 경험이 있고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 30분에 뛰는 전문 런너 이상의 실력을 갖춘 선수였다.

cp1을 지나 한참을 달리고 난 후 마치 모래산맥처럼 보이는 풍경들이 나타났다. 대회코스를 표시하는 빨간 깃발들이 모래 언덕 쪽으로 향해 있었다. 저 모래 언덕들을 건너야 된다는 생각이 ‘끔찍함’으로 다가왔지만 힘든 순간들을 즐기는 게 사막레이스의 또 다른 ‘즐거움’ 중의 하나가 아닌가?

어차피 ‘고통은 순간’일 뿐. 모래언덕에 다가와서 보니 멀리서 볼 때보다 훨씬 높게 느껴졌고 한 발짝 오를 때 마다 발은 미끄러져 내려와 마치 제자리걸음 마냥 힘들었다. 언덕 위에는 바람도 많이 불어 얼굴과 팔다리가 따갑게 느껴 질 정도로 모래가 날려 레이스는 더욱 힘들어졌다. 여러 개의 모래언덕을 오르고 내리고 반복하고 나서야 cp2에 도착했고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지미와 프란체스코가 괜찮냐고 묻는다. 언제나 그렇듯 미소로 답할 수밖에.

대회 3일째. 이제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간다. 하지만 일찍 들어와서 같이 뛰었던 친구들이랑 얘기도 하고 서로 장난도 치며 재미있는 휴식을 취한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때론 너무 지쳐 쓰러져 오후 내내 잠이 들어버리기도 하지만.

바람은 사하라 사막을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사막에서의 키스.

[stage4] 38km = 대회 4일째, 이미 사막의 기후에는 적응해 있지만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뭘 먹어도 토할 것만 같고 많이 지쳐가고 있다.

오늘은 바람하나 없는 가장 더운 날이 될 것 같다. 초반부터 조금 힘이 들었지만 cp2까지는 지미랑 프란체스코랑 같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cp2에 도착해보니 자원봉사자로 같이 간 민영이가 괜찮냐고 물으며 얼굴에 물을 뿌려주는데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특히 가끔은 외롭고 낯설게 느껴지는 이런 사막 한가운데서 힘이 들 때 누군가 옆에서 격려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다.

cp2를 지나 조금 달리다 지미와 프란체스코에게 먼저가라고 하고 난 다시 뒤쳐져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보충제도 먹지 못한 게 갑자기 체력이 떨어지며 힘든 레이스가 된 이유였던 것 같다.

오늘까지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프란체스코가 20여분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지미는 3분 차이로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캠프에 도착한 이후 체력이 회복되지 않아 오후 내내 누워 있었다. 많이 힘든 날이다.

아무도 없는 사막을 혼자 달릴 때 난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stage5] 90km long day = 롱데이 날은 2개 그룹으로 나누어서 출발하는 데 오늘은 선두그룹 20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6시에 출발했다. 새벽 4시가 조금 넘어 잠이 깨었다가 먼저 떠나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난 후 다시 누워 잠시 잠을 청했지만 많이 피곤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은 되었지만 곧 회복 되리라 생각하며 사진을 찍으며 출발시간을 기다렸다.

한국에서는 롯데월드에 근무하는 정수철씨와 아이언맨 동료인 여상훈씨랑 3명이 남았다. 9시가 되어서야 출발했고 벌써부터 뜨겁게 느껴지는 태양은 오늘의 레이스가 힘들 거라고 경고하는 듯 했다.

cp1까지는 오르막이 많고 발이 모래 속으로 많이 빠져들어 힘들었다. cp2에 가까워지면서 체력이 많이 소모된 듯 싶더니 온 몸에 기운이 빠지면서 너무 힘든 레이스가 됐다.

여러 번의 사막 레이스를 경험했지만 롱데이 날 초반에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지미와 프란체스코에게 먼저 가라고 했고 난 다시 뒤쳐져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순위는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늘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남들과 같이 가다 때론 이렇게 뒤쳐져 힘들게 갈 때는 외롭기도 하고 심리적으로도 더욱 힘든 것 같다. 하지만 살아가다보면 남들보다 앞설 때도 있고 조금 뒤처지기도 하는 게 우리의 인생 아닌가? 그렇다고 세상이 변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일등으로 달리든 꼴찌로 달리든 각자의 위치에서 세상을 즐기며 열심히 살아가면 되는 것이 아닐까? (흔한 얘기지만) 순위는 어차피 인간이 만들어 놓은 숫자일 뿐인데..

얼마를 달렸을까? 끝없는 사막이 나타날 뿐 cp는 그렇게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몸은 계속 지쳐가고 있었고 ‘고통은 순간‘일뿐 지금 이 순간만 견디면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계속 달렸지만 몸 상태는 점점 더 안 좋아져 갔다.

사막을 달리는 선수들.

멀리 체크포인트가 보인다.

달리는 내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음료형태의 보충제만 먹다보니 구토증상까지 나타났다. cp6에 도착 한 후 몸 상태가 너무 나빠 약을 달라고 했다. 물을 마시며 조금 쉬었지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힘들어 하면서 계속 사막에 오는 이유는 뭘까? 여기에서 포기한다면 나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끝까지 완주를 한다면 또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많은 생각과 질문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60km가 넘는 거리를 참고 잘 견뎌왔고 앞으로 약 25 km 만 더 달리면 된다는 생각을 하니 다시 본능적으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얼마를 걷다보니 몸 상태는 괜찮아졌다.

날씨는 바람이 불어 많이 서늘해져 달리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주웠다. 시간을 너무 많이 지체 한 거 같아 다시 속도를 내서 달리기 시작했다. 앞에도 뒤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사막을 혼자 이렇게 ‘쓸쓸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쓸쓸함’은 ‘외로움‘은 나에게는 또 다른 ’자유‘인지도 모른다. 해가지기 시작하면서 석양 노을이 붉게 물들어 가기 시작했고 그 풍경은 마치 영화 속 풍경처럼 너무나 곱고 아름다웠다. 가도 가도 끝이 없고 멀게만 느껴지는 사막.

사막에서의 낙타.
몸에 있는 모든 감각이 없어지고 구름 위를 달리는 것처럼 몸은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곱게 물든 석양 노을을 뒤로하고 난 계속 달렸다. 금세 어둠이 깔려왔고 어둠속을 계속 달렸지만 cp는 그렇게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마지막 cp에서 물을 마시고 다시 언덕을 내려오니 왼쪽으로 캠프 불빛이 보였고 야간에 코스를 표시하는 야광막대의 불빛이 장관을 이뤘다. 하지만 야광막대는 캠프와 반대 방향으로 표시되어 있었고 오르막과 내리막 언덕의 연속이서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금방 도착할 것 같은 캠프는 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이고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는 순간 갑자기 야광막대가 보이지 않았다.. 낮에도 가끔 길을 잃어버린 적은 있었지만 밤에 이렇게 길을 잃고 나니 황당하기도 하고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야광막대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헤매는 동안 뒤에 따라 오던 선수들이 내 몸에 달려 있는 야광막대를 보고 따라왔다. 그들과 함께 길을 찾으려 했지만 도저히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1시간 30분을 헤매고 난 후 마지막 야광막대가 보였던 지점으로 돌아가서야 왼쪽으로 꺾여 있는 길을 찾을 수가 있었다. 사막레이스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체력도 바닥이 난 상태고 밤이라 더욱 지치게 만들어 버렸다.

마지막 남은 5km는 작은 마을을 지나는 코스였는데 마치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캠프에 도착하고 나서 내 몸이 정말 많이 지쳐있다는 게 느껴졌고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던 롱데이의 하루는 이렇게 끝이 났다.

11월3일 휴식 = 예민해서 자그마한 소리에도 잠이 깨는 성격인데 어제는 얼마나 피곤하게 잠이 들었는지 아침에 일어나서보니 몇몇의 한국선수들이 들어와서 누워있었다. 모두들 많이 지쳐있는 듯 했다.

자원봉사자(문민영)가 작은 오아시스 마을에서 어린이들에게 학용품을 나누어 주고 있다.
오늘은 지난 5일 동안의 레이스를 정리하고 같이 달렸던 친구들과 얘기도하면서 하루 종일 휴식을 취했다. 통증을 주던 발톱은 거의 빠진 상태라 의료진에게 가서 치료도 받았다. 같이 달렸던 친구들과의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하루가 저물면서 태양도 붉게 물들어 갔다..

오늘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모래위에 그냥 침낭을 깔고 누워 몇 시간을 그렇게 별만 바라보았다. 이 순간이 영원하기만을 바라며.

[stage6] 12km = 새벽 3시에 버스를 타고 사막을 떠나 피라미드가 있는 기자지구 마을로 이동해서 마지막 레이스가 이루어졌다. 후미 그룹보다 2시간이 늦은 12시가 돼서야 출발했다. 기자지구의 시내를 돌아 피라미드로 향했고 마지막 모래언덕을 오르니 앞에는 너무나 웅장한 피라미드가 앞에 우뚝 서 있었다. 그렇게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250km의 사막레이스는 마침내 끝이 났다. 프란체스코가 우승하길 바랬지만 종합기록에서 3분이 뒤쳐져 있던 지미가 오늘레이스에서 프란체스코를 앞지르고 우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피니쉬 라인에서 레바논의 알리와 함께.
프란체스코에게는 아쉽다는 인사를, 지미에게는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일주일 동안 250km의 사막을 힘들게 같이 달렸던 우린 모두가 친구가 되어있었다. 서로 같이 사진을 찍으며 축하의 인사를 나눴다. 이제 힘들었던 순간의 고통과 많은 친구들과의 만남은 모두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막마라톤에 참가하면서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내 자신을 조금씩 더 성숙해지게 만들었고 여행은 언제나 새로운 꿈을 만들어 냈다.다시 또 새로운 여행을 꿈꾸며….


■ 사막이 내게 준 선물

난 너에게 아무 것도 해준 게 없어.
오히려 ‘침입자’가 되어 파괴하고 오염시키고,
하지만 너는 내게 너무 많은 선물을 안겨줬어.
새로운 세상을 알게 해줬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해줬지.
그건 내 삶의 어떤 부분과도 바꿀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야.
너랑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야. ^^;

* 도움 주신 분들 = 제주대학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노스페이스,제주MBC, 인진지, MTV KOREA, 제주트라이애슬런클럽회원님들, 제주도생활체육협의회 현향탁 회장님, 제주도육상연합회 김동완 회장님, 이종량 선생님(제주노스페이스대표),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김문두 교수님 등 그 동안 많은 성원과 도움을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사막마라톤을 준비 하시는 분 들께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중국 고비 사막 마라톤 (GOBI MARCH) 250km
칠레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 (ATACAMA CROSSING) 250km
이집트 사하라 사막 마라톤 (SAHARA RACE) 250km

* 경비
참가비 : 2,800 달러
항공료 : 중국 고비 사막(우루무치)-80만원
이집트 사하라 사막 : 120만원
칠레 아타카마 사막 : 300만원
그외 물품구입 : 50-100만원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큼)
합 계 : 400 ~ 550만원

* 필수장비
Backpack, Sleeping bag, Food(하루 필요 칼로리 2,000 calories), Headlamp 1개, 예비램프 1개, Compass, Safety pins, Lighter, Knife, Pocket Knife, Whistle, Aluminum survival blanket 2개, cap, Sunglasses, Running shoes, Windbreaker jacket, Long nylon tights, Signaling mirror, Survival KitEmergency flare, Glow sticks

* 금지품목 : Cigarettes

그 외 자세한 내용은 밑에 주소를 참고해주세요.

대회 홈페이지 www.racingtheplanet.com
한국 에이전트 홈페이지 www.runxrun.com
블러그 http://blog.naver.com/tolerance__
이메일 outsider9@dreamwiz.com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안병식씨 ‘극한 마라톤 그랜드슬램’ 도전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