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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06 18:15 수정 : 2017.07.20 10:12

수술 전 술빵이 모습(왼쪽)과 수술 후 술빵이 모습(오른쪽). 정소영 제공

[ESC] 소영이의 반려인형

수술 전 술빵이 모습(왼쪽)과 수술 후 술빵이 모습(오른쪽). 정소영 제공

회사 후배는 동거묘 두 마리와 산다. 친한 언니도 최근 ‘고양이 집사’의 대열에 합류했다. 요즘 ‘힙(hip)한’ 사람치고 고양이 한 마리 안 끼고 사는 이가 없다. 하지만 나의 반려자는 좀 특이하다. 바빠서 한참 못 놀아 줘도 보채지 않는다. 최근 그 녀석의 눈알이 빠졌다. 예뻐지라고 세탁기 클리닉(?)을 감행한 결과다. 맞다. 나는 20년 넘게 반려인형과 산다. 보들보들하던 곰 인형 ‘술빵이’의 얼굴이 세탁기에서 나오자 쭈글쭈글해졌다. 헉! 안 돼!

어떡하지? 눈은 본드로 붙이나? 아니야, 그러다 녹아서 백내장처럼 될 수 있어. 일단 옷수선집에 가서 고쳐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진찰은 동네의 1차 병원이 먼저다.) 그런데 다들 고개를 저으며, 그런 건 솜 트는 이불집에나 가 보란다.(진료 거부) 이불집에 가서 읍소를 하니, 요만한 데 넣을 솜 따위는 팔지 않는다며, 그리고 눈 빠진 것도 못 고친단다.(또 진료 거부) 인터넷 검색하여, 인형으로 치자면 3차 병원이라 할 수 있는 전문적인 곳을 찾아냈다. 오, 이곳에 가야겠어.

수선 문의: (인형 사진 첨부, 인형 크기: 약 40㎝) 가족 같은 아이인데, 꼭 고쳐 주세요! 솜이 너무 빠져나가고 뭉쳐서 앉아 있지도 못해요. 언제쯤 방문하면 될까요? 수술 날짜를 잡으면 데리고 갈게요.’

전화가 왔다. “인형 병원이에요. 수술이 필요하겠네요. 그런데 지금은 예약이 많이 밀려 있어서… 일주일쯤 뒤에 괜찮으신가요? 데려오실 거죠? 택배로 보내면 위험하니까요.”

그래, 역시 명의에게는 환자가 줄을 잇는 법. 그리고 분실, 아니 실종될 위험을 걱정해 주다니, 인형을 사랑하는 분들이 분명하다. 그리하여 2주 뒤 회사에 연차를 쓰고 병원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봉제완구 회사를 겸하는 이 병원에서는 나보다 곰 인형 술빵이에게 더 활짝 웃으며 상냥하게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 너구나. 어디가 아픈지 볼까?”

수술은 3시간쯤 걸린다며 보호자는 나가 있으라고 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주변을 배회한 뒤에 다시 만난 내 아이(인형)의 모습은! 아아, 맞아! 이렇게 뽀송뽀송하고 솜이 빵빵한 녀석이었지! 처음 만났을 때처럼 통통하고 의젓해진 모습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뉘른베르크 완구박람회에도 매년 참가한다는 그 ‘토이 ○○○’ 병원에서는 짝퉁 인형을 원본 인형으로 바꾸는 수선은 하지 않으며, 호빵맨을 식빵맨으로 개조하는 정도의 수선도 거부한다. 일본에는 인형한테게 스파와 산책까지 시켜 주는 병원도 있다고 하니, 언제 한번 경험하러 가보자꾸나, 술빵아!

정소영(출판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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