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30 21:18
수정 : 2017.08.30 21:22
|
순남이 우표. 정소영 제공
|
[ESC] 소영이의 반려인형
|
순남이 우표. 정소영 제공
|
요즘 라인프렌즈 캐릭터 상품 숍에서 곰돌이 ‘브라운’을 산다. 카카오프렌즈 스토어에서는 ‘라이언’이 그려진 물건을 고른다. ‘라이언’은 사자이지만 갈기가 없어서 곰처럼 생겼다. ‘곰 인형 덕후’인 나에게 두 캐릭터는 강렬한 매력을 발산하는 존재들이다. 라이언과 브라운 둘 다 각 사 캐릭터 상품 중 선호도 1위라고 한다. 동글동글한 외모, 입 모양이 확실하지 않은 등 여러모로 둘은 비슷하다. 브라운 인형은 지금까지 20만개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캐릭터 상품에 지갑을 자주 여는 ‘키덜트’(Kid+Adult)로서, 어린애 장난감 같은 그런 걸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근엄한 사람들을 만나면 참 난감하다. 감당할 수 있는 지출 한도에서 즐거운 소비를 기꺼이 선택하는 것뿐이다. 기분 좋은 삶을 꾸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 커지면서 일을 벌여놓고 말았다. 반려인형으로 ‘굿즈’(문화상품)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 어느 날 ‘순남이 우표’가 탄생했다. 곰 인형 순남이와 함께 한 알프스 여행을 기념해 ‘2010 순남이 융프라우 등반 기념’ 우표를 제작했다. 실제 우표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우표 옆에 붙이는 ‘크리스마스실’(결핵퇴치기금 마련 봉인표)에 가깝지만, 재미있으니까 상관없다.(인터넷 우체국 사이트에서 사진을 업로드하면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술빵이 사진으로 냉장고 자석을 만들기도 하고, 그림을 실크스크린에 옮겨 엽서로 찍었다. 딱히 쓸모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삶을 채워주는 재미다. 찾으면 참 많다.
요즘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직접 문구를 제작한다. 메모지나 엽서, 스티커, 배지, 마스킹테이프 등 자기가 좋아하는 귀여운 캐릭터를 넣어서 말이다. 이렇게 만든 문구를 교류하는 행사인 ‘문구 온리전(only+展)’도 열린다. 2017년 7월에 3회가 열렸다.
한 은행은 카드 앞면에 반려동물의 사진을 박아주는 서비스를 한다. 술빵이 사진을 넣어달라고 간청해 결국 흐뭇한 ‘술빵이 체크카드’를 손에 거머쥔 적도 있다. 카드가 도착할 때까지 가슴이 두근거렸고, 이 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이 또한 기분 좋은 삶을 가꾸는 자세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은 대세 트렌드다. 라이언 체크카드가 인기고 대통령 기념우표가 ‘완판’되는 세상이다.
정소영(출판 편집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