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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11 22:45 수정 : 2017.10.11 22:49

소영이의 반려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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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피너츠’ 시리즈 표지. 정소영 제공
미국 만화 <피너츠>(Peanuts) 시리즈에는 늘 담요를 든 라이너스라는 남자아이가 등장한다. 담요가 있어야 안정을 찾는 캐릭터다.

내 유년기에도 라이너스의 담요처럼 ‘애착 베개’가 있었다. 외할머니가 만들어준 파란색 벨벳 베개를 허구한 날 벽에 세워두고 놀았다. 베개의 가운데를 적당하게 쥐어 목을 만들면 마치 고양이 같아 보였다. 눈코입도 없고 이름도 없었지만 난 그 베개를 참 좋아했다. 밤마다 같이 잠들었다. 지금은 반려인형 ‘술빵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술빵이’는 나의 ‘애착 인형’이다.

‘애착 인형’을 검색하면 극단적인 양방향의 질문이 뜬다. “우리 아기, 애착 인형 만들어줘야 할까요?” “애착 인형 몇 개월부터 주는 게 좋을까요?” 이에 대한 답변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애착 인형과의 ‘분리불안’을 막아준다며 다들 추천한다. ‘국민 애착 인형’이라는 연관 단어까지 있다. 그런데 한쪽에는 “인형에 집착하는 아이, 괜찮을까요?”, “우리 애는 인형 ‘껌딱지’죠. 부모가 충분히 애정을 못 줘서 그런 걸까요?”라는 질문도 있다.

서너 살이 아니라 어른이 돼서는 그러면 안 된다는 얘기 같다. 바로 나 같은 경우를 일컫는 것이로다! 육아 잡지에서도 이런 질문에는 ‘부모와의 애착이 문제 해결의 열쇠’ 같은 답변을 내놓는다. 하지만 인형놀이 좀 오래 한다고 큰일 나는 거 아닌데. 애착 인형은 아이들에게 줬다 뺏는 존재여야만 하는 걸까?

국내에선 아직 번역 출간되지 않은 미국의 심리학자 마저리 테일러의 책 <상상의 친구를 만드는 아이들>(Imaginary Companions and the Children Who Create Them)을 보면, 애착 인형 같은 존재와 상상의 놀이에 빠진 아이들에 대한 기존의 우려를 털어버리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즐기는 아이들이 곁에 놀 사람이 없을 때 애착 인형 같은 상상의 친구와 노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아이가 인형놀이만 해 현실 감각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부모의 생각은 그저 기우다.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상의 친구를 둔 아이들이 집중력과 사회성이 더 좋다고 한다. 그러니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 앞으로도 나는 곰인형한테 많이 의지할 생각이다. 나도, 이제 30개월이 된 내 아들도.

정소영(출판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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