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07 10:00
수정 : 2017.12.0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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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 한 술빵이. 정소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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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이의 반려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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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 한 술빵이. 정소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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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형 라이프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조금 우습고도 실용적인 팁을 전해 드리려 한다. 인형 사진 찍는 법에 대해서. 반려 인형 사진에도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다.
우선, 자기 인형의 크기를 잘 알아야 한다. 몸집에 따라 걸맞은 사진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순남이처럼 커피 잔에 걸쳐지는 자그마한 인형인지, 연남이 같은 커다란 인형인지에 따라 공략 방향이 달라진다. 각기 다른 몸집에 각기 다른 재미가 기다리고 있다.
인형을 쥔 사람 손이 드러나는 건 반칙이다. 반려인형 사진 대회 같은 게 있다면 그런 사진은 본심에 오르기 어려울 것이다. 역동적인 몸짓을 찍으려면 인형을 패대기치듯 ‘휘둘렀다가’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방법도 있다. 100번쯤 휘두르면 한 번쯤은 만세 비슷한 걸 하는 모양도 나온다.
인형들이 셀카를 찍는 것처럼 보이게 구도를 잡는 것도 재미있다. 셀카의 묘미는 각도인데, 인형이 카메라 렌즈를 내려다보듯 엉성한 각도로 찍어 보자. 그럴 땐 초점이 약간 흔들려도 좋다.
인형은 동물이 아니라서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므로, 일일이 만들어 주는 게 묘미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라 생각하면 된다. 몇 장의 사진을 연결해서 ‘지아이에프’(GIF·그래픽 파일 포맷)로 만들면, 얼마나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지 상상해 보자. 1초 또는 3초씩 짧은 동영상을 찍어서 연결하는 앱을 활용해 보자. 처음엔 인형의 상체를 움직이고, 그다음 장면에서는 다리를 바둥거리는 모습을 찍어 보자. 전신이 다 나오지 않더라도 인형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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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남이. 정소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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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점프 샷’이 있듯 반려인형에게도 ‘공중부양 샷’이 있다. 이때만큼은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는 장점을 한껏 누리자. 하늘 높이 날려 보내고, 연속 촬영을 해 보자.
가끔은 ‘목욕을 작정한’ 담대한 사진도 찍어 보자. 순남이는 황토팩을 한 적도 있고, 휘핑크림에 얼굴을 파묻은 적도 있다. 금기를 깨는 유쾌한 기쁨을 사진으로 남기면 두고두고 즐겁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주의사항이 있다. 안전이다. 바람 부는 바닷가에서, 절벽 근처에서, 난롯가에서, 창밖으로 인형을 내밀고… 그렇게는 찍지 말자. 마지막 사진이 될 수 있다. 정 찍고 싶다면 꽉 잡아야 한다. 아주 꽉.
정소영(출판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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