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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27 16:17 수정 : 2017.07.27 16:25

축구. 박미향 기자

축구. 박미향 기자

여자도 당당하고 씩씩하게 컸으면 좋겠다는 부모님의 바람 때문에 어릴 때부터 웬만한 운동은 다 했다. 좋아했던 운동은 축구였다. 공 하나만 있으면 전세계가 하나가 되어 열광하는 스포츠, 축구. 골을 넣을 때 짜릿함보다 빈틈을 만들어 우리 팀 선수에게 패스할 때의 짜릿함이 더 크다. 물론 골과 연결되면 더 좋겠지만. 초등학교 이후 또래 남자친구들과 열심히 축구를 하던 나에게 신체적 변화가 생겼다. 사춘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 친구들과 똑같이 뛸 수 있는데, 더 잘 뛸 수 있는데’라고 생각했지만 2차 성징이 나타난 이후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과 축구를 할 수 없었다. 보석 상자를 뺏긴 기분이었다.

그 무렵 우연한 기회로 캐나다 밴쿠버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됐는데 깜짝 놀랄 일을 겪었다. 수업 이후 학교에 소속된 여자 축구부에서 뛰게 됐는데 우리 팀이 졌다. 너무 분해 축구화를 던졌다. 친구가 내게 와서 “왜 그래? 뭐가 그렇게 화가 났어?”라고 묻자 “경기가 져서 너무 분해”라고 답했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지. 넌 최선을 다했잖아. 다음번에 더 잘하면 돼.” 이 한마디는 충격이었다. 경기에서 늘 이겨야 하고, 잘해야지 눈에 띄어 선수로 발탁될 수 있었던 게 한국의 축구 세계였다. 두번째 충격은 축구 선수들도 수업을 성실하게 듣고 수업 후에야 운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선생님, 수업은 꼭 들어야 하나요?” 처음에는 운동만 하고 싶어 존 선생님께 물었다. “혹시나 운동을 포기할 경우에 대비해 일상적인 교육을 받아야지. 다른 것을 할 수 있어. 수업은 필수야.” 세번째 충격은 운동 경기가 있는 날은 온 마을이 축제였다는 점이었다. 1등, 2등 도장을 찍어줬던 한국의 운동회가 생각났다. 캐나다는 달랐다. 열심히 뛴 상, 기똥찬 패스 상 등 재미있는 상이 많았다. 경기를 뛰었던 모든 친구들에게 재치있는 상이 주어졌다. 집에 돌아오자 홈스테이 맘 또한 “오늘 경기는 정말 최고였어”라고 칭찬해줬다. “경기는 졌는걸요.” “아니야, 네 위치인 수비 역할은 충분히 잘했어. 각자 위치에서 역할을 잘했잖아. 그리고 다치지도 않았잖아! 잘했어.” 운동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이제는 가끔 여자축구 경기를 짬짬이 보는 걸로 일상의 즐거움을 찾고 있다. 팬심이다. 하지만 아쉬움이 크다. 응원석은 텅 비어 있기 일쑤다. 비인기 종목은 어디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

어디서든 주어진 곳에서 운동을 하고 있을 모든 친구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넌 잘하고 있어!

엄지(광고회사 4년차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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