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01 19:51
수정 : 2017.11.01 19:56
[ESC] SO COOL, SNS
탈 슈피겔(Tal Spiegel)은 파리에서 활동하는 파티시에다(한국말로는 제과제빵사쯤 되겠지). 뜬금없는 질문! 파리에는 어떤 디저트가 있을까? 파리 사람들은 어떤 디저트를 먹을까? 탈 슈피겔은 매일, 정말 하루도 거르지 않고, 파리의 디저트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dessert_in_paris)에 올린다. 콘크리트 바닥 위에 서서 오른손으로 디저트를 들고 왼손으로 카메라를 디저트가 내려다보이게 높이 올린 후 사진을 찍는다. 사진가들이 흔히 “톱에서 찍었다”고 말하는 각도다. 탈 슈피겔은 2년 넘게 이 작업을 하고 있다. 놀랍게도 모든 디저트가 다르다. 디저트 종류가 이렇게 많아? 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 이제 더 소개할 디저트가 없겠어, 라는 생각이 뒤이어 든다. 그런데 그가 업로드한 디저트 사진을 한참 보고 있으면, 아, 파리에는 이렇게 다른 디저트가 몇천 몇만 개 있을 거야, 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달콤한 사람들!
탈 슈피겔은 디저트를 소개하며 그것을 만든 셰프를 함께 소개한다. 이 놀라운 창조자들은 존재하고 있던 디저트를 반복해서 만든다기보다, 자신의 창의성에 의존해 새로운 디저트를 만든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마치 그림 같다, 모두 다른 그림들. 그래서 먹기도 전에 반해버린다. 탈 슈피겔이 찍은 사진 역시 그림 같은데, 그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뜻밖에 신발이다. 그는 매일 다른 신발을 신고 사진을 찍는다. 소개하는 디저트의 색과 분위기에 맞춰 어울리는 신발을 고른다. 귀찮을 텐데 굳이 그렇게 한다. 그는 맛있고 예쁜 디저트를 찾아 파리를 탐험한다. 소셜네트워크에 그의 얼굴과 몸이 나오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신발 위로 보이는 발목을 보고 추정하건대 남자고, 다행히 뚱뚱하지 않다. 매일 디저트를 먹는다고 뚱뚱해지는 것은 아닌가 보다. 아마도. 그러니까 쌀쌀한 이 계절, 우리도 파리 사람들처럼, 따뜻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여유를 부려보면 어떨까. 자주 그렇게 해도 괜찮다.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면 탈 슈피겔의 소셜네트워크에서 그림 같은 디저트를 감상해도 좋겠고. 아, 결국 먹으러 나가게 되겠군!
이우성(시인, ‘미남 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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