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15 19:30
수정 : 2017.11.15 19:40
[ESC] SO COOL,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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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쿠르 티브이’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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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우리는 무엇이었을까? 종교 혹은 진화론에 대한 질문이 아니다. ‘파르쿠르’(parkour)라는 게 있다. 건물 혹은 여러 시설물을 뛰어넘고 심지어 날아다니는 스포츠다. 보면 누구나 와, 하고 탄성을 지른다. 나도 저렇게 날쌔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아니 저게 왜 어떻게 가능해? 합성인가? 연출된 동작인가?’라는 의심까지 품게 된다.
예전엔 이 놀라운 행위를 영화나 티브이에서 가끔 접할 수 있을 뿐이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세계 파르쿠르 선수들의 동작을 볼 수 있다. ‘파르쿠르 티브이’도 그런 계정 중 하나다. 건물 담벼락 한두 개를 뛰어넘는 수준의 동영상은 이곳에 업로드 되지 못한다. 수준이 검증된 파르쿠르 선수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성공한 동작들을 담은 영상이 올라온다. 보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건물 옥상과 옥상을 손쉽게 넘고 달리는 게 당연하고 쉬운 일 같다.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나오면, ‘음, 영화니까’ 하고 본다.
파르쿠르는 현실이다. 영화에서 그런 ‘현실’이 나오면, ‘아무리 영화여도 뻥이 심하군’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동작들을 완벽하게 해낸다. 엄마가 보았다면, ‘이놈의 자식, 위험하니까 그만둬!’라고 소리 질렀을 텐데…. 이 말 안 듣고 용감한 선수들은 파르쿠르를 계속 하고 있다.
내가 특히 사랑하는 동작은 건물 벽, 혹은 돌출된 지물에 매달려 잠시 머무는 것이다. 그 순간 그들은 중력을 이긴다. 공중에 ‘있는다’. 멋있고, 우아하다. 나도 이 무거운 육신을 잠시 허공에 걸어두고 싶어진다. 그렇게 못 하니까 보면서 즐거워할 뿐. 그들과 나의 전생이 정말 같은가?
이우성(시인, ‘미남 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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