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김성일이 만난 완소 피플
영국 고급 백화점 입점 '푸시버튼'
20~30대 ’패피’ 열광하는 브랜드
가수·모델·디자이너···박승건 이력 특이
"옛것에서 영감 받아 새롭게 시대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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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디자이너 박승건.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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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명품 편집숍 ‘네타포르테’, 영국 런던에 위치한 최고급 백화점 ‘셀프리지’ 등에 입점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 한국 패션 브랜드 ‘푸시버튼’. 화려한 성공 뒤에는 10여년간 푸시버튼을 이끌어온 디자이너 박승건(43)이 있다. 공효진, 선미 등 최근 가장 ‘핫’한 연예인과 20대 젊은이가 가장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 푸시버튼. 지난 21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린 ‘2018 에프더블유(F/W) 헤라 서울 패션위크’에 참가한 푸시버튼의 디자이너 박승건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쇼룸에서 만났다.
김성일(이하 김)
푸시버튼이 몇년도에 생겼지?
박승건(이하 박) 언제 시작했는지 정확히 생각이 나지 않아.(공식적으론 2009년 서울 이태원동에 첫 쇼룸을 열었다) ‘서울 패션위크’에 처음 참가한 순간만 기억나요. 2010년 가을과 2011 에스에스(S/S) 컬렉션이 처음이었어.
김 초창기의 푸시버튼 하면, 이태원 해밀턴호텔 건너편, 가구 골목에 있던 푸시버튼 쇼룸이 기억나요.
박 박승건이 직접 고르고 박승건이 그리는 이미지를 파는 숍이 콘셉트였지요. 직접 제작한 옷과 외국에서 가져온 옷을 리폼한 ‘푸시버튼 리와인드’ 라인을 판매했지.
김 그 당시 푸시버튼 쇼룸은 패션 브랜드의 쇼룸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소품을 늘어놓고 파는 편집숍 같은 느낌이 강했어.
박 스스로 의도한 바이기도 해. 패션 디자이너라는 틀에 갇히는 것이 고루하다는 생각을 했거든. 그 당시 해외에서 구입한 빈티지 옷을 새롭게 디자인해서 판매하는 브랜드는 푸시버튼이 유일했어. 옷과 어울리는 액세서리와 신발, 각종 소품까지 가져다 놓고 팔았지. 그 시절의 푸시버튼이 더 좋다고 말하는 이도 많아.
김 푸시버튼 쇼룸에 가면 한국 어디에서 볼 수 없는 각종 장신구와 옷들이 그득했어. 방문할 때마다 설레고 새로운 나라로 여행을 간다는 생각이 들었어.
박 ‘안 팔리는 옷을 만들자’는 것이 목표였어. 젊은 시절의 치기라고도 볼 수 있지만 푸시버튼만의 독특하고 기상천외한 스타일은 거기서 왔지.
김 데뷔 이력이 신선해요. 가수로 데뷔했다면서요?
박 19살에 우연한 기회에 발탁됐어요. 압구정동에서 친구들과 노래 부르고 놀다가 한 연예소속사 직원의 눈에 띈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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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스타일리스트가 박승건 디자이너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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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가수는 왜 그만뒀어?
박 1집만 내고 말았어.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분위기도 싫었고, 옷을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도 싫었어. 생각했던 것과 연예계 생활이 다르더라고. ‘개그’라는 패션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되면서 모델로 전향했어.
김 모델 일을 계속하지 않고 브랜드를 낸 이유가 뭐예요?
박 성격 자체가 뭔가에 빠지면 확 빠져 버리는 스타일이야. 모델로 일하다 보니 패션에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됐어. 내 브랜드를 내야겠다고 결심했지. 푸시버튼 쇼룸을 처음 열 때도 엄청나게 빚을 내서 시작했어요. 주변에서 모두 ‘미쳤다’고 했지. 해외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가 판을 치던 때였으니까.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가 성공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어.
김 2010년부터 현재까지 7년째 서울 패션위크에 참여하고 있어. 패션쇼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박 친하게 지내던 스타일리스트의 권유가 시초였어요. 쇼룸 안에서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정식 패션쇼를 통해서 나의 디자인을 선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이 아닌 이태원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이는 나뿐이어서 이상하게 보는 이도 많았고.
김 바로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설 수 있었어? 신인 디자이너로서 쉽지 않았을 텐데요.
박 2009년 처음 지원했을 때는 왜인지 모르지만 떨어졌어요. 무척 낙담했지. ‘다시는 서울에서 쇼를 하지 않겠다’는 마음마저 먹었어. 런던, 파리 등 외국에서 할 수 있는 쇼를 알아보다 그다음 해인 2010년, 주최 측에서 연락이 왔어요. 쇼에 서 줬으면 좋겠다고. 푸시버튼 쇼룸을 운영했던 경력을 인정받아서 2010년에 처음으로 참가하게 되었지.
김 쇼도 쇼지만 그것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데, 푸시버튼은 어떻게 성장했어요?
박 스타일리스트, 잡지 기자들이 이태원 가구 거리로 빈티지 가구 협찬 받으러 왔다가 우리 쇼룸을 본 거야. 호기심을 가지고 들어오게 되면서 입소문이 났어요. 1층에 위치해 있어 접근이 쉽고 쇼윈도와 매장 디스플레이를 독특하게 해 놓았거든. ‘이태원에 특이한 곳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매체와 연예인 협찬이 많아졌어.
김 푸시버튼의 옷에는 세련되면서도 고전적인 멋이 있어. 영감을 주로 어디서 받아요?
박 세월의 때가 쌓인 빈티지 옷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 디자인이라는 건 돌고 도는 거고, 태양 아래 새로운 디자인은 없다고 생각해. 옛것에 동시대성을 더해 푸시버튼만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거지.
김 박승건은 이제 디자이너 같아.
박 주변의 모든 사람이 그 얘기를 해, ‘이제야 디자이너 다 된 것 같다’고. 처음 이태원에 매장을 낼 때의 박승건과 지금의 박승건은 다르지 않은데. 초심을 잃지 않고 박승건만의 푸시버튼 감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김 외국에서 박승건의 푸시버튼 옷을 사 가는 이도 늘어났다면서요? 예전 이태원 매장이 부티크 개념이라면 지금의 푸시버튼은 대량 생산을 해야 하는 ‘매스(MASS) 브랜드’(대중 브랜드)가 된 셈이네?
박 한 사람에게만 팔아도 되는 부티크 매장일 때는 생산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아도 됐어. 밤을 새워서 손바느질을 해서 한두 점만 만들어도 되니까. 다양한 소비자에게 판매해야 하는 지금은 공장 생산이 가능한지,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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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건이 푸시버튼의 옷들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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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디자이너의 역할과 판매자의 역할 사이에서 고민이 많을 것 같아.
박 쇼에서 선보이는 옷은 어디까지나 ‘쇼 피스’(show piece)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일상생활에선 입기 어려운 옷인 경우가 많아.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쇼 피스와 실제 판매하는 옷 사이의 간극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중요해. 푸시버튼의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대중적인 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디자이너의 고뇌지.
김 박승건의 뮤즈는 누구야?
박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뮤즈는 역시 마돈나야. 마돈나를 빼고 푸시버튼의 옷을 상상하기 힘들어. 의식하지 않아도 마돈나 스타일이 푸시버튼에 깊이 새겨져 있거든. ‘한국의 마돈나’ 김완선도 뺄 수 없어.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그녀가 출연하는 티브이(TV) 프로그램을 보려고 밤을 지새우기도 했어. 생애 첫 팬 사인회도 다녀왔을 정도니까.
김 디자이너와 뮤즈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하기도 하잖아. 마돈나와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처럼. 현실적으로 박승건에게 영향을 주는 뮤즈는 누가 있을까요?
박 가까이 두고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이를 뮤즈라고 한다면 배우 공효진이 나의 진짜 뮤즈야. 늘 옆에 있고 소통이 되는 뮤즈가 있다는 것도 행운이야. 디자이너로서 슬럼프에 빠질 때 인간적으로 위로해 주고 계속해서 격려를 해주는 이거든. 인복이자 인덕인 것 같아.(웃음)
김 마지막 질문. 환갑 때 뭐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박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 1등 디자이너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어. 디자이너가 늙는다고 브랜드까지 늙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60대가 되어도, 70대가 되어도, 20대부터 40대의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 푸시버튼은 언제나 ‘현재’에서 젊은이와 소통하는, 동시대적인 브랜드였으면 좋겠어.
<박승건 프로필>
1975년 출생.
1995년 <드림> 앨범으로 가요계 데뷔.
2009년 푸시버튼 이태원 매장 설립.
2010년 ‘푸시버튼’ 이름으로 ‘서울 패션위크’ 첫 참가.
2013년 <씨제이이앤엠>(CJE&M) 인기 패션 프로그램 ‘겟 잇 스타일’ 시즌1 출연. 패션 디자이너로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림.
2017년 영국 런던 셀프리지 백화점과 팝업 스토어 진행.
2018년 ‘2018 에프더블유(F/W) 헤라 서울 패션위크' 컬렉션 참가.
정리 백문영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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