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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03 14:00 수정 : 2017.08.03 15:43

이시엠 시디. 이규원 제공.

이동섭의 빠담빠담

이시엠 시디. 이규원 제공.

“물욕으로 점철된 삶이지만, 이시엠 음악을 들으면 잠시나마 지적인 인간이 된 것 같아요.”

보통은 책을 읽어야 그런 기분이 들기 마련인데, 웬 이시엠(ECM. Editions of Contemporary Music)? 이시엠은 가수 이름이 아니라, 독일의 음반 회사다. 1969년 프로듀서 만프레트 아이허가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겠다’며 설립한 이시엠은 재즈와 현대음악, 유럽과 세계의 민속음악 등을 주로 다룬다. 특유의 정갈한 사운드는 청취자를 음악자체에 집중시킨다. 키스 재럿, 팻 메시니 같은 스타 뮤지션들의 음반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광고 편집실 ‘키스톤 플레이’ 소속으로 최근 광고 ‘프렌치카페’ 등을 작업한 이규원(41·광고 편집실장)씨는 이시엠 음악에 심장이 뛴다. “이시엠이 앨범 사진을 모아 책()으로 발간됐을 때 친구와 누가 더 이시엠 시디를 많이 갖고 있나 말하다가 다 모으기로 결심했어요.” 우연히 시작해서 8년째 이시엠 음반을 모으고 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은 역시 진리다. 2000년에 칙 코리아 음반을 구매하면서 처음 알게 됐던 이시엠 레이블(음반회사)을 그는 그때 그 순간에 푹 빠져버렸던 것이다.

“다른 레이블의 재즈음악이 사람의 기분을 그저 좋게 만들어 준다면, 동굴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의 결을 가진 이시엠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요. 내면의 나를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지요. 음악을 들으면서 그런 느낌과 재미는 처음이었어요.” 그는 차원이 다른 음악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하지만 주의사항도 있다. 이시엠의 예쁜 앨범 표지에 이끌려 샀다간 낭패를 당하기 쉽다. 귀에 낯선 멜로디와 이해하기 어려운 음악을 만날 수도 있다. “이시엠의 모든 음악이 좋지는 않죠.(웃음) 너무 실험적인 사운드의 음악이나 유럽 민속음악은 경험 삼아 듣는 거죠.”

지금까지 이 실장은 800장이 넘는 이시엠 음반을 모았는데, 그 가운데 겉비닐은 뜯지도 못했거나 이미 구매한 것을 또 산 경우도 많다고 했다. 컬렉션 하는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만한 지점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오디오에 빠지지 않게 됐지요.(웃음) 오디오 기계에 탐닉하는 마니아보다 음반 애호가가 됐어요.”

‘당신의 비어 있는 리스트를 채울 절호의 기회다’라는 문구와 함께 1년에 한번씩 이시엠은 세일을 한다. 소비욕구를 강하게 자극하는 동시에 의문점이 생긴다. 그렇다면 컬렉팅 하기 너무 쉬운 거 아닌가?

“이시엠 음반은 초기작들도 쉽게 구할 수 있어요. 한정판도, 구하기 어려운 것들도 없어요. 하지만 한장 한장 컬렉팅 해나가는 재미가 있어요. 집 지을 때 벽돌을 한장 한장 쌓는 재미와 같다고 할까요?”

이시엠 카탈로그북에서 이미 산 음반을 표시해나가는 즐거움도 크다고 한다. 컬렉션은 과정의 재미다. 과정을 즐기는 사람만이 행복을 맛본다. 한번에 모두 사면 과정이 생략된 소유일 뿐이다. 수집은 행복한 경험을 쌓는 일로써 가치있다.

“옛날부터 재즈카페를 하는 게 꿈이었는데, 쉰이 되기 전에 카페 이시엠을 열고 싶어요.”

그가 어서 ‘카페 이시엠’을 열기를, 그리하여 물욕에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지적인 시간이 제공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동섭(예술인문학자), 사진 이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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