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9.13 19:57 수정 : 2017.09.13 20:13

원재훈씨가 모은 스니커즈. 원재훈 제공

[ESC] 이동섭의 빠담빠담

원재훈씨가 모은 스니커즈. 원재훈 제공

나는 ‘덕후’든 누구든 무엇에 깊이 탐닉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오랫동안 무언가를 좋아해 꾸준히 수집해온 그들은 특유의 열정 에너지를 뿜어내 주변을 긍정적으로 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일상은 지루하고 돈벌이는 괴롭다. 하지만 그들은 온전히 쉴 수 있는 자기만의 오아시스를 갖고 있다. 가수 겸 배우 안소희를 모델로 내세운 ‘리복 지엘(GL)6000’ 광고를 만들었던 광고대행사 프로스앤찬스의 원재훈(40)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오아시스는 스니커즈다. 그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출시된 나이키의 조던 농구화로 그는 스니커즈에 눈떴고 교복을 입으면서는 개성을 표출할 수단으로 스니커즈의 매력에 빠졌다. 영국 런던 유학 시절부터 스니커즈를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해서 현재 200~250켤레를 갖고 있다. 구매 가격대는 5000원부터 다양하다.

“(티브이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같이 복고 바람이 불면 사람들은 그 당시 인기를 끌었던 스니커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요. 복각판이 출시되기도 하고요. 그만큼 문화와 스니커즈는 함께 호흡한다는 뜻이에요. 조던 농구화도 ‘넘버링 조던’이라고 해서 1번부터 13번까지 출시되었는데 모두 완판됐어요. 특히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한 뒤에 거머쥔 첫번째 우승에서 조던이 신었던 11번 조던 농구화는 인기가 제일 많아요.”

스니커즈에 대한 그의 설명은 스포츠와 문화, 패션과 경제학을 자연스럽게 넘나들었다. 오랫동안 뭔가를 좋아한 사람이 관련 분야의 일을 하면 두각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지식이 통찰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원씨가 만든 광고가 많은 사람들을 스니커즈 소비자로 이끌었던 결정적인 이유다.

“기존 신발 광고들이 대체로 신으면 편하다 혹은 무게가 가벼워서 잘 달릴 수 있다 등 기능 위주의 설명이었다면, 제 광고는 그 신발을 신고 있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이었어요.”

사실 리복은 그에게 로망이었다. 언젠가 꼭 광고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30대 이상은 배우 이종원이 의자를 넘는 장면이 나오는 1980년대 말 리복 광고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로는 혁신적이고 세련된 콘셉트 광고였다. “(아이돌 그룹인) 갓세븐(GOT7)의 제이제이(JJ)프로젝트와 찍은 리복 광고에 의자를 넘는 장면을 넣었어요. 예전 ‘이종원 광고’에 대한 오마주였던 거죠.” 이 정도면 ‘성공한 덕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의 수집품 절반은 미국의 미술가 키스 해링 같은 예술가들과 스니커즈가 협업한 한정판이다. 그는 예술가의 혼이 녹아든 스니커즈를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착용하지 않는다. 그림을 포장지로 사용하지 않듯이 말이다. 예술작품을 소유하는 그만의 방식 같다.

무엇보다 그가 조만간 만들겠다는 <스니커즈>란 책이 몹시 기대된다. 스니커즈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놓을 듯하기 때문이다.

이동섭(예술인문학자)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이동섭의 빠담빠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