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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02 11:20 수정 : 2017.11.08 14:21

오서윤씨가 오매백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수지 제공.

이동섭의 빠담빠담

오서윤씨가 오매백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수지 제공.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개를 ‘우리 아기’ 하는 것처럼, 요즘은 제가 빚은 술독에서 익어가는 술을 보며 ‘아이고, 우리 아기야!’ 하고 있어요. 술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소리들이 아우성치는데, 그 소리가 참 좋아요.”

교육공학을 전공한 오서윤(38)씨는 기업이나 대학 등에서 15년 남짓 교육과정 및 수업을 구상하고 설계하는 일을 했다. 2016년 1월 우연히 전통주에 빠졌고, 1년여의 준비 끝에 최근 현재 살고 있는 경기도 오산시에 양조장 ‘오산양조’를 열었다. 지난 9월부터는 전통주 교육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술을 좋아하면 더 많이 마시려고 한다. 굳이 만들 필요가 있을까? 이유가 궁금했다.

“인문학 모임을 통해 접한 <막걸리, 넌 누구냐?>라는 책이 시작이었어요. 책을 읽으며 ‘나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속 외침을 들었거든요. 곧바로 ‘막걸리학교’에 등록하고 배우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빚은 술을 지인들과 나눠 마시는 정도였어요. 근데 알면 알수록 막걸리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 외국 술에 밀려 소외되어버린 전통술의 처지가 안타까워지더라고요.”

그동안 멋모르고 마시기만 했던 술에 대한 미안함과 동정심이 생기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가 사는 오산지역과 막걸리를 접목시킨 사업 아이템을 실현시키려고 사방팔방 노력하던 와중에 전통장터인 오매시장에도 양조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제야 흩어졌던 아이디어들이 하나로 모아졌다. ‘오산의 색깔을 담은 우리 술을 빚자’고 결심했다. 이런 사업 계획으로 여러 곳에 전화를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일단 경기도 안양시에 조그만 연구소를 얻어 간단한 양조 설비를 갖추려는데 마침 오산시청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30대 후반에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한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온갖 반대와 장벽에 부딪쳤다. ‘저렇게 어린 애가 전통주를 만든다고?’라는 무시와 불신을 감수해야 했다. 그것을 넘어서야 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전통이 전통에만 머문다면 죽은 것이니, 전통이라는 단어에 갇힌 편견을 깨야 새로운 해석이 가능한 법이라고 강변했다. “우리 술의 현주소에 한탄만 하고 있기보다는 나의 작은 목소리를 통해서라도 사람들이 가진 오해나 편견을 조금씩이라도 해소해나가고 싶어요. 제 양조장이 단순히 술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을 넘어 체험, 문화, 기행, 강연 등 술과 함께하는 문화도 소개하는 공간이 되도록 할 겁니다.”

그렇다면 그는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우리 술에 어떤 특징을 담으려고 하는 것일까?

“우리는 단맛과 짠맛에 깊이 길들여져 있어요. 동시에 사람들은 몸에 좋은 음식, 힐링 푸드를 먹으려 하잖아요. 술도 마찬가지죠. 시판되는 술 대부분은 유통상의 문제와 경제적인 이유로 다양한 합성 첨가물을 사용하는데, 저는 그런 거북스러운 첨가물 없이 술을 빚을 겁니다. 다만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 단맛이 감도는 술과 단맛이 없는 술을 동시에 출시할 계획이죠. 저는 술로도 힐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병이 낫는 ‘치유’(治癒)가 아닌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치유’(治柔)의 목적이면 좋겠어요. 술 마시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모나지 않은,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술을 만들 겁니다.”

막걸리가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고 하지만, 이미지가 저렴하고 말끔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 술의 자리를 되찾고 기존의 막걸리의 좋은 점에 고급 이미지를 덧입혀 전통 방식으로 빚되 위생이나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술을 만들 겁니다. 나아가 제가 만든 술이 오산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어서 고용 창출도 많이 하면 좋겠어요.”

그가 갖은 노력으로 빚는 술의 이름은 ‘오매백주’다. 술을 안 마시고 살 수 없는 우리에게 오산의 쌀로 정직하게 만든 오매백주를 권한다. 그의 양조장에서 갓 빚은 ‘오매백주 스위트’를 마시니, 친구들을 불러 모아 한바탕 취하고 싶어졌다.

이동섭(예술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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