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30 09:37
수정 : 2018.05.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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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한가운데에서 벼포기를 움켜쥐고 초저녁에 노래하는 수원청개구리. 논둑을 차지한 청개구리에게 밀려 위험한 장소와 시간에 번식행동을 한다. 장이권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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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조홍섭의 생태뉴스룸
청개구리와 경쟁에 밀린 수원청개구리, 위험한 논 안에서 번식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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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한가운데에서 벼포기를 움켜쥐고 초저녁에 노래하는 수원청개구리. 논둑을 차지한 청개구리에게 밀려 위험한 장소와 시간에 번식행동을 한다. 장이권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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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청개구리와 청개구리는 생긴 모습이나 행동, 서식지가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수원청개구리는 보존등급이 가장 높은 1급 멸종위기종으로 서해안을 중심으로 극히 일부 지역에만 살고 청개구리는 전국에 분포한다. 비슷한 두 개구리가 어떻게 다른 운명에 놓이게 됐을까.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등 연구진은 두 청개구리의 행동생태 연구를 통해 한가지 대답을 제시했다. 청개구리와의 경쟁에 밀려 수원청개구리가 멸종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두 청개구리는 한곳에 살지만, 행동이 미묘하게 다르다. 청개구리는 나무줄기에서 쉬다 저녁 7시쯤 해가 지면 논둑 근처에서 노래하며 번식행동을 한다. 반면 수원청개구리는 나무 밑동에서 쉬다가 오후 4시쯤 논 가운데로 가 벼포기를 움켜쥐고 짝을 찾는다. 청개구리는 부근 산에서 겨울잠을 자지만 수원청개구리는 논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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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는 한반도 전역을 포함해 동북아에 널리 분포한다. 성격이 대담하며 자극에 반응이 빠르고 인내력이 강한 편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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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는 “청개구리가 해가 진 뒤 노래하는 것은 천적을 피하기 위해서인데, 수원청개구리가 적합하지 않은 때 번식행동을 하는 건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구리의 천적은 논둑에서 뱀이고 논 안에서는 백로와 왜가리 등 물새다. 뱀은 동작을 멈추고 숨어 피할 수 있지만, 물새는 전속력으로 달아나 수초 밑에 숨어야 한다. 새가 활동하는 시간에 논둑보다 위험한 논 안으로 밀린 건 치명적이다. 청개구리를 제거한 실험에서 수원청개구리는 논 안에서 논둑 쪽으로 이동했지만, 수원청개구리가 없어도 청개구리는 이동하지 않은 건 이를 뒷받침한다.
또 수원청개구리가 전반적으로 소심하고 자극에 대한 반응이 느리며 인내력이 약하지만, 청개구리는 대범하고 반응이 빠르며 강인한 특성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이런 차이가 수원청개구리의 경쟁력을 갉아먹어 결국 좁은 서식지로 밀려난 것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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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권 교수와 시민이 구성한 ‘수원청개구리 탐사대’가 2012년 6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의 한 아파트단지 주변에서 수원청개구리를 조사하고 있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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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청개구리는 경쟁에서 밀린 데 이어 청개구리와의 교잡을 통해 유전적으로 흡수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습지 감소와 농약 사용으로 수원청개구리의 서식 환경은 더욱 나빠졌다. 장 교수는 “감소 추세에다 서식지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앞으로 10년 안에 멸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동물행동 생태 및 진화’ DOI: 10.1080/03949370.2018.1441192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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