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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10 19:38 수정 : 2008.10.10 19:43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사잇골 하은이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사잇골엔 까만 얼굴에 볼과 다리가 탱글탱글한 5학년 하은이가 살고 있다. 하은이랑 이웃 마리아 선생님네 집도 같이 지었던 아빠 황시백 선생이 돌아가셨다. 암으로.

-아, 정말 어제는 14시간을 절을 했는데, 아,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독일서 형도 아직 못 오고 삼촌이랑 한꺼번에 50명도 받고 아,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지금 당장은 없어도 괜찮은데 영원히 아빠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까 … 아, 눈물 날 거 같애 … 아, 정말 그리울 거 같애 ….

-삼촌! 부탁이 하나 있어요. 아빠를 한 장 그려줘요. 마음속에서 아빠를 본다고 했잖아요. 꼭요! (이런! 아까 맘속에서 불러 보면 만날 수 있다고 했더니!)

난 이튿날 하은이가 오기 전에, 감다시피한 영정사진의 눈을 크게 띄우고 팔 위치도 고치면서 마치 안 보고 그린 것처럼 그렸다. 좀 있다,

-됐어요?

하고 보더니 하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성공이다. 하은아, 아빠 대신 말을 하마. 늘 명랑하고 건강해라. 그리고 크거든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아라. 힘들어도 노력해 봐라. 사랑 안에는 모든 것이 다 있단다. 아빠도 거기 있고.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독자 여러분, 오랫만에 다시 뵙겠습니다. 매주 토요일 글과 그림을 자유롭게 싣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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