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28 19:24
수정 : 2008.11.2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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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선물이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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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역 맞은편 하나은행 앞에는 나무 한 그루가 앉아 있어. 원래 전북 무주에 있었는데 23년 전 서울로 옮겨져 지금 16년째 이 자리에서 살고 있어. 여름에는 포도나무, 가을에는 감나무, 겨울에는 귤나무로 바꿔 가며 지낸다네. 이름은 김기봉. 55살.
인천서 짐 올리기 5년, 3년 목수 일, 그리고 여기 과일나무 되어 돈 벌어서 동생 장가보내고 집 한 채 마련해 주었다네. 자신은 아직 홀아비여. 재작년에 돌아가신 노모 사진 모셔놓고 2년째 아침마다 밥·국 차려 촛불 켜놓고 절하고 있어. 3년까지 할 작정이라네.
“허허, 여그가 과수원이여. 봄 여름 가을 겨울 과실이 다 다니 시골보다 낫제. 재미난 일? 장사 잘되면 재미나지. 괴로운 일? 뭐 돈 벌어 돈 있는데 괴로울 일 뭐 있어. 없어. 바라는 거? 여자나 하나 생겼으면.”
감을 매우 좋아하는 나, 오늘도 이 나무 아래 들러 감을 따 간다네. 도시의 감나무, 행복해. 싱싱한 이 나무의 웃음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여. 추워지는 날, 오늘은 독자들께 노량진의 이 웃음을 선물하고 싶구려.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