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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9 19:32 수정 : 2008.12.19 19:32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감 하나 드세요

나는 그림 팔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팔 만한 그림을 그릴 시간도 없거니와 있어도 아깝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도 그렇고 또 학교 선생이어서 당장 팔지 않아도 되니까.

몇 해 전 대학원 수업 겸 양재천에서 작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지나가다가 옆에 앉는다. 심상찮다. 계속 앉아서 그림을 본다. 불길하다. 이러다간 틀림없이 그림을 갖고 싶다고 말할 것이니까. 결론을 말하자면 그림은 그 아주머니의 것이 되었다.

이름은 박근자씨. 너무나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베풀기 좋아하시는 분이다. 그 뒤로 그림값은 물론, 때가 되면 케이크며 먹을 것을 이것저것 챙겨 주셨다. 그러더니 이번엔 감·사과·무화과를 한아름 보냈는데 그 중에도 감이 가장 먹기가 즐거웠다. 보통 시중에 파는 감처럼 카바이드를 써서 억지로 익히지 않은, 그 큰감을 두 상자나 보낸 것이다.

마치 크는 족족 닭을 잡아먹듯 익는 대로 하나씩 꺼내서 숟가락으로 파 먹는 재미가 아주 쏠쏠. 하도 고마워서 답례로 이 그림을 그려 보내드렸다.(물론 송아지를 보내면 송아지를 그려 보낼 생각이다.ㅎㅎ)

오늘은 겨울 감 하나 맛보세요!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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