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06 20:52
수정 : 2009.02.0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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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올리브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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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처녀가 걸어간다. 그 뒤를 어떤 총각이 따라간다. 총각은 처녀에게 결혼하자고 말한다. 처녀는 암말도 하지 않고 제 갈 길만 간다. 그래도 총각은 자기가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지 끈질기게 얘기한다. 계속 그렇게 가다가 둘은 올리브 숲 사이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다시 나온다. 이번엔 총각이 앞장서고 처녀가 수줍게 뒤따라 걷는다.
너무나 기쁜 총각!
이란의 영화감독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 <올리브 나무 사이로>라는 영화에 나오는 올리브 숲. 그 숲을 내가 들어갔다. 장소는 크레타 섬. 올리브는 처음에는 대추만 한 열매를 막대기로 털어서 땄는데 지금은 기계로 윙윙 돌려서 털어낸다. 그걸 나도 해 봤다는 거.(누구 올리브 따본 사람 나와 봐여! ㅎㅎㅎ!)
그러고 나서 먹는 저녁의 맛. 농장주인 마놀리스와 ‘우조’라는 그리스 술도 한잔하고 노래도 부르며 놀았다. 처음 보는데도 모두들 너무나 밝고 친절하였다.
내 그림을 받은 마놀리스의 장모님은 “다음에 우리가 한국에 가서 그림을 그려 줄게” 하며 귀여운 농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친구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장인의 말씀.
그리스의 기후도 경관도 좋다. 음식도 좋다. 유구한 문화도 좋다. 그러나 역시 가장 좋은 건 사람의 맛.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