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2.09 19:59 수정 : 2006.02.12 15:57

경제학 콘서트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1만3000원

스타벅스 가격 결정부터
중고차 매매의 비밀까지
일상을 관통하는 경제 법칙

과연 주식투자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주가를 제대로 예측할 수만 있다면야 답은 당연히 “그렇다”다. 주가는 ‘미래의 기업 수익에 대한 권리’다. 경제학자들이나 투자자들 주가를 예측하기 위해 경제주체들의 합리적인 투자행동에 관해 연구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투자자들의 행동이 합리적이 되면 될수록 주가 움직임은 더욱 예측 불가능해진다.

<파이낸셜타임스> 경제담당 논설위원으로 활약한 팀 하포드의 <경제학 콘서트>는 이렇게 얘기한다. “오늘 합리적인 사람은 내일 가격이 올라갈 것이 확실한 주식을 사고, 내려갈 것이 확실한 주식을 팔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내일 확실히 가격이 오를 것이란 예측이 틀렸음을 의미한다. 대신 오늘 주식을 사기 때문에 가격은 오늘 오른다. 이러한 매수는 더 이상 내일 가격이 오를 수 없을 정도로 비싸질 때까지 이어진다.” 결국 투자자들의 합리적 움직임 때문에 주가와 주식시장 지수들은 완전히 무작위로 오르내리게 되는데, 수학자들은 이런 움직임을 ‘랜덤 워크’라 부른다.

비슷한 현상은 붐비는 슈퍼마켓 계산대에서도 나타난다. 어떤 줄에 서면 가장 빨리 계산을 끝내고 나갈 수 있을까, 따위를 고민하는 일은 전적으로 그렇다고야 할 수 없을지 모르나 거의 쓸모없는 짓이다. 어떤 줄이 가장 빠를지 분명해 보인다면 사람들은 이미 그 줄로 달려가 섰을 테고, 그러면 더 이상 그 줄은 가장 빠른 줄이 아니다.

오늘날 투자자들은 ‘그롤쉬’방식으로 주식을 고르는데, 그롤쉬란 맥주회사 이름이다. 런던 인근에서 열리는 많은 파티들에 어김없이 하이네켄이나 스텔라 아르투아 대신 그롤쉬 맥주가 제공되는 걸 보고 투자자들이 그롤쉬를 성공한 회사로 여겨 그 주식을 살 것이니 덩달아 사 두자, 그런 상황이라면 적어도 잠시 동안이라도 일단 주가가 올라갈 것이다, 나중에야 어찌되든 알 바 아니고 잠시 샀다가 팔면 이익을 남길 수 있겠다 해서 투자한다는 것이다. 그롤쉬 방식은 투자대상 주식의 가치에 아무 관심이 없고, 단순히 다른 투자자들의 실수를 이용하려 할 뿐이다.

하포드는 투자자들에게 구글과 야후의 예를 들면서 인터넷 선점효과 등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최초’가 아닌 ‘최고’의 기업을 선택하라고 권한다. 그가 거듭 강조하는 것은 토지든 브랜드든 기술이든 ‘희소성’이 경제활동 수익의 원천이며 그걸 파악하는 게 투자의 기본이라는 거다. ‘커피값이 비싼데도 잘 팔리는 스타벅스 경영전략은 뭔가?’라는 화두를 내세운 이 책 제1장부터 희소성에 대한 얘기가 줄기를 이룬다. 데이비드 리카도의 차액지대론과 비교우위론 외에 가격차별론, 완전시장, 외부효과, 정보의 비대칭성, 게임이론, 합리적 무시 등 오늘날의 경제현상을 이해하는데 긴요한 전문 경제용어들을 이처럼 생활 주변의 구체적인 관심사들을 소재로 재치있고 재미나게 풀어간다. 혼잡세가 교통체증을 막을 수 있을까, 좋은 차는 왜 중고차 시장에서 팔지 않을까, 인생도 세상도 게임이다, 카메룬은 왜 계속 가난하고 중국은 잘 나갈까 등이 그런 관심사들이다.

하포드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확고한 예찬론자다. 그런데,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가 거듭 풀고 있는 얘기들을 읽어가다 보면, 그거 혹시 전형적인 강자의 논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카메룬이 못 살고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와 중남미가 가난한 것이 오직 정책 미스 등 그들 내부 잘못 때문만인가? 할리우드 독점에 대항하는 스크린쿼터도 그렇게 되면 ‘악’이요 결국 손실이란 말인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