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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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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 대학 3학년 쯤인가 신당동에서 하숙을 할 때 친구랑 이런 이야길 한 적이 있다. 친구: 니는 제일 묵고 싶은기 머꼬? 나: 응… 나는 불고기. 친구: 나는 돼지 고기 넣고 보글보글 끓인 김치찌개.
그 당시는 먹을 게 없어서 뭐든지 먹게 해 준다면 대개는 다 불고기나 갈비를 말하는데 이 친구는 김치찌개를 말하는 것이다. 난 좀 충격을 받았다. 그 친구는 훨씬 있어 보이고 세련되어 보이는데 나는 없이 큰 표가 나는구나 하는 기분이 들어 창피했다. 지금도 김치찌개를 보면 늘 그 때 생각이 난다. 나도 이젠 불고기 먹는게 소원이 아니야…. 나도 불고기 보다 김치찌개가 더 좋다구…. 하면서. 그건 그렇고 요즘 내가 먹는 것 그림을 많이 그리게 되었는데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더듬어 보니까 음식에 자꾸 마음이 가는 것이다. 다만 음식이 식어 버려 다시 데워야 하는 점은 있지만 그 래도 내가 좋아 하는 식탁의 음식을 그리는 일은 상당히 재미가 있다. 이러다가 후세에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화가가 아니라 밥상의 먹거리를 주로 그린 화가로 기억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허허 뭐 그건 그렇고 이 그림을 본 여러분은 오늘 틀림없이 김치끼개가 먹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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