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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16 16:36 수정 : 2006.02.21 19:09

뜨인돌 ‘빅 이어’

아깝다 이책

해마다 북미에선 ‘빅이어(Big Year)’라는 별난 대회가 열린다. 새에 미친 사람들이 벌이는 새 사냥 놀이다. 총으로써가 아니다. 망원경과 수첩, ‘새사냥 현장가이드’ 책자, 그리고 희귀한 새를 찾아내려는 열정만으로 대회는 초긴장 상태가 된다. 꼬박 1년동안 펼쳐지는 빅이어는 그야말로 새에 미친 사람들의 고결한(?) 의식이다.

1년 전 손에 잡았던 <빅 이어(Big Year)>는 ‘주인공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었다. 우리 출판사가 좋아하는 주제인 ‘모험’ ‘도전정신’ ‘열정’을 모두 가지고 있기에 쉽게 선택할 수 있었다.

1년동안 오직 새 사냥만을 하려고 나선 세 사람이 있다. 새를 위해 자신의 금쪽같은 인생 중 1년을 바치기로 결심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1998년 챔피언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인 세 사람의 모험가는 조류학자도 아니고 직업적인 사냥꾼도 아니며 무직자도 아니었다. 뉴저지의 공장 지붕 설치업자와 핵발전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잘 나가는 기업가였다.

멀쩡한 사람들이 희귀종 새 한 마리가 어디어디에 있다는 전화 한 통화에 중요한 약속을 미루고 수천㎞를 비행하고, 오늘 이후로는 못 볼지도 모르는 철새를 찾아 폭풍을 뚫고 몇백㎞를 미친 듯이 달려간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수많은 새들이 각각의 매력적인 자태로 날갯짓을 하며 등장한다. V자를 그리며 떼 지어 이동하는 다른 새들과 달리, 뿔뿔이 흩어져 날아가는 고독한 붉은목벌새. 시속 48㎞의 속도로 구름과 안개를 뚫고 몇백㎞를 밤새 날고 나면 체중이 줄어 3그램으로 뼈와 가죽만 남는단다. 그 고독하고 고단한 장정이 심금을 울린다.

또 세계에서 가장 작다는 요정소쩍새,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완벽하게 위장을 한다고 하여 ‘조류 세계의 그레타 가르보’라고 불리는 알락뜸부기 등을 만나는 기쁨도 느껴 볼 만하다. 새한테 남편을 빼앗긴 어떤 여인은 “모든 새는 나의 연적이다!”라고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에 썼다니 그 심정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1998년 ‘빅 이어’ 우승자인 샌디 코미토는 달까지의 거리(약 38만㎞)보다도 훨씬 먼 43만2천㎞를 여행하며 745종을, 그 뒤를 쫓는 그레그 밀러와 앨 레반틴도 700종을 넘기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다. 그러나 현실에서 얻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샐러리맨이었던 그레그 밀러는 신용카드를 여섯 장 모두 한도까지 대출해서 경비를 마련했건만 고작 진통제 두 알로 자신의 기록을 자축했을 뿐, 빚은 고스란히 남았다. 세속적인 성공과는 무관한 일에 자신의 열정을 내던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감동적이다. 말로만 듣던 희귀한 새를 만나러 달려가 천신만고 끝에 딱 마주치는 순간의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니, 그 순간의 감동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임에도, 독특함과 도전정신에 기대어 독자들의 손길을 기대했던 책 <빅 이어>. 사람들이 이 같은 책들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이유는 우리가 잃은 것이 바로 꿈과 열정과 도전정신이기 때문은 아닐까?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꿈과 열정을 담은 책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우리 출판사의 한 주류로 성장할 그때를 상상하며, 오늘도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정광진/뜨인돌출판사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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