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16 17:21
수정 : 2006.02.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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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들의 사회
우대식 지음. 새움 펴냄.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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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독서
“물리적 죽음과 의식의 죽음이 한 지점에서 만나 불꽃처럼 타오르다 소멸해간” 요절시인 9명을 찾아나선 시인이 맞닥뜨린 것은 무엇일까. “생의 모든 촉수들이 죽음이라는 물가로 그 뿌리를 아주 서서히 어느 순간 급속히 뻗어가는 광경”이다. 시인은 이를 두고 “황홀한 일”이라 했다.
<죽은 시인들의 사회>(새움 펴냄)은 우대식 시인이 시혼을 다 못 피운 채 짧게 살다간 시인들의 시 세계에 뛰어들어 남겨진 시편과 사람들의 기억 갈피를 헤집어 찾아낸 그들의 진면목이자 영전에 바치는 진혼사다.
9명의 시인들의 향년은 스물아홉에서 서른여덟(박석수 시인이 예외적으로 마흔일곱이다). 이들은 목숨을 줄여서라도 좋은 시를 쓰고자 했고(김민부), 철로변 판자집에서 기찻길 굉음과 자갈빛을 시로 바꿨다(김용직).
시인의 애잔한 시선은 미군기지로 인해 잃어버린 쑥고개 고향(박석수), 유기와 남사당패가 화석화한 안성 고향(임홍재)에 머문다. 이들의 특징은 술을 무척 좋아했다는 것. 막걸리집에서 밤 늦도록 술을 마시는 일이 허다했으며(송유하), 혼몽한 상태서 엘리어트의 시를 읊조렸고(김용직), 술자리는 하루를 꼬박 넘겨야 끝났다(원희석).
가난과 외로움은 시와 안팎을 이룬다. 갈등과 모순이 겹쳐진 간고한 삶 가운데 낙원의 꿈을 꾸고(김만옥), 사랑과 죽음 사이에서 고독한 자신을 바라보았다(이경록). 또는 심야극장 객석에서 죽음으로써 스스로 ‘광장속 유폐된 실존’의 신화가 되기도 했다(기형도).
황홀함의 일상은 남루한 음울이거니, 지은이는 “이제 당분간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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