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2.23 16:24 수정 : 2006.04.03 17:36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들꽃 이야기

얼마전 서울 근교의 농촌에 사는 만화가 박연씨를 만났다.

박연씨는 옛날 부터 농촌을 너무 좋아해서 일찌감치 시골에 들어가 만화를

그렸는데 거기서 완전 무공해 농사를 짓는 총각(물론 노총각이렸다.)과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고 농사와 만화를 그리며 살고 있다. 자신은 농촌에서 피는 수많은

들꽃들을 보는 게 그렇게 즐거운데 데려다 놓은 문하생들은 너무나 심심해 한단다.


그게 다 들꽃 하나하나를 모르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그 들꽃을 모아 사연을 곁들

여 만화로 엮어 내었다. 민들레, 쑥, 찔레, 접시꽃, 씀바퀴… 들을 ‘들꽃 이야기’란 제목으로.

그러면서 난 물어 보았다.

-암튼 농촌에서 아이들과 그렇게 살면 참 재미나겠어요.

그랬더니 그의 대답.

-아, 그건 정말 모르는 소리예요. 시골 우리 동네에선 어떤 줄 아세요? 선생님들

이 아이들이 무얼 하는지, 집에 부모가 있는지 없는지, 점심을 굶는지 아무것도 몰

라요. 게다가 성추행 같은 불미스러운 일로 쫓겨나 돌다돌다 이런 농촌으로 들어오기도

한다는 말이라도 떠돌면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교육의 질이 도시보다

낮다는 결론을 얻으면 젊은 부모들은 여건만 되면 결국 다들 떠나게 되죠.

이제 우리만 남았어요. 이런 문제를 이야기 하면 더욱 농촌 학교 이미지가 나빠지겠지요?

농촌 문제는 교육 문제예요. 이것을 풀지 않으면 절대 안 풀려요.

나는 한동안 멍 했다.

한 학년에 아이들이 열 명 안팎인 학교라면 아이들과 들로 산으로 다니면서 진짜

재미나게 수업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박연씨는 말을 잇는다.

-농촌 현실은 정말 팍팍해요. 그래서 저도 좀 더 농촌을 사랑하고 삶의 윤활유를

부어 넣고 싶어 이런 책을 내기도 한 거구요. 또 실지로 힘들지만 사랑할 만하기도 하

구요.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박재동의 스케치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