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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3 17:47 수정 : 2006.02.24 19:02

미다스북스 ‘행복한 허무주의자의 열정’

아깝다 이책

이 책은 우리 출판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 그와는 정반대로 나와 우리 출판사에 상당한 경제적인 도움을 주었다. 초판 3천부를 찍고 3개월 동안 2천5백부가 팔린 상태에서 그만 판매가 멈추나 싶더니, 문예진흥원 우수문학도서로 2천부가 납품이 되어 총 4천5백부가 판매되었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도 남았다. 그러나 그러한 손익분기점 상회 여부와 상관없이 나는 이 책을 아깝게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이 2만5천명이나 25만명이 아니고 고작 2천5백명 정도만 구입하여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한 것이 아깝고, 집집마다 책꽂이에 한 권씩 꽂혀서 이 책의 내용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지 못한 것이 너무 아깝다. 이 책이 덜 읽힌 것이 세상 탓이라면 이 세상이 문제가 좀 있는 것이고, 출판사의 능력이 문제였더라면 나는 너무나 부끄럽다.

호들갑스럽게 이야기하는 이 책의 제목은 <행복한 허무주의자의 열정>, 박이문 선생이 썼다. 내가 저자를 글로 처음 대한 것은 20여년 전 고등학생 때였다. 그때 나는 10년의 차이가 나는 형이 보던 <문학과지성>이란 잡지를 뭐 야한 소설이나 없나 해서 뒤적거리다가 이 저자의 글을 읽고 바닥이 보이는 듯한 푸르스름한 강물을 내려다보거나 뿌옇게 밝아오는 새벽녘 하늘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를 실제로 만난 것은 그후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 내가 편집장으로 있던 어느 출판사에서 저자의 책을 출간하고 간단한 식사를 할 때였다. 그후 나는 저자를 10년간 만나면서 모두 일곱 권의 책을 만들었는데, 세 권은 편집장으로, 네 권은 발행인으로였다. 그렇게 10년의 세월 동안 저자를 만나면서 나는 편집자나 기획자 혹은 발행인으로서 책을 통해 저자와 소통할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느꼈다. 나와 띠동갑으로 36년의 차이가 나지만 저자는 언제나 겸허했고, 열정적인 도전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아름답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저자는 나에게 정말 좋은 책을 내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신념을 갖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행복한 허무주의자의 열정>은 내가 저자를 만나 일곱 번째로 만든 책인데, 이런 그의 모습이 투명하게 드러난 자전적인 책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을 때마다 그의 얼굴과 모습과 숨결이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나에게만 만족을 주는 책이 아니라 21세기를 살아가는 이 세계가 정신적으로, 철학적으로, 사상적으로 도달해야 할 세계적인 수준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책에는 순수한 소년이 열정적인 정신을 간직한 채 성장하고 발전해가는 투명한 모습이, 개인의 추구가 어떻게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혜가, 한 개인의 투명한 정신이 어떻게 보편적 세계정신으로 진화해갈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이, 동서양의 조화로운 만남이, 환경파괴로 우주에서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지구와 인간의 미래에 대한 지혜로운 통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최고가치의 책이 기술적으로 책을 부족하게 만들거나 팔아낼 능력이 없어서 베스트셀러로 만들지 못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고 섭섭하고, 그렇다 할지라도 이 책의 가치를 세상이 덜 알아보거나 사람들이 못 알아봐서 덜 읽혀지는 것 같아 너무나 아깝게 생각하는 것이다.

류종렬/미다스북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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