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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3 19:03 수정 : 2006.02.24 19:06

권력의 규칙 1, 2
쩌우지멍 지음. 김재영 옮김. 한길사 펴냄. 각각 1만6000원

“속임수를 꺼리지 말라 반드시 전임자를 부정하라
포상은 퍼주지 말고 질질 끌어라 대신 통크게 포용할지어다”
조직생활 생존기술 한가득 권력 관심 없더라도 중국 고사 읽는 맛

“권력술이란 곧 처세술이다. 군주가 신하와 백성을 지배하고 경영하는 임기응변의 기술이며, 소위 말하는 최고권력을 획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곽말약)

정치권뿐 아니라 모든 사회조직은 정치적이다. 윗사람, 아랫사람, 동료 등이 하나의 권력장으로 연결돼 상호작용에 의해 움직인다. 사회조직에서 권력술은 최소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이며 최대한 권력을 획득하여 유지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다.

<권력의 규칙>(한길사 펴냄)은 중국 고대 정계에서 추출해낸 권력의 쟁취, 관리, 안정 그리고 상실에 관한 규칙이다. 중국은 수천년에 걸쳐 수많은 왕조가 명멸하고 그 와중에 수많은 사람들이 권력장에서 부침했다. 표본집단이 많은 까닭에 추출해 낸 규칙들은 상세할 수밖에 없어 목차가 길고 1, 2권 합해 950쪽이다.

기원전 494년 월나라 왕 구천은 오나라 왕 부차에게 잡혔다. 구천은 노예의 옷을 입고 유람가는 부차의 말 고삐를 잡았다.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아첨과 애교 등 온갖 방법으로 부차의 비위를 맞췄다. 한번은 부차가 병으로 눕자 병문안을 갔다. 마침 부차가 설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똥을 보면 병의 경중을 가릴 줄 안다면서 똥통 덮개를 열어 똥 한 움큼을 입에 넣고 야금야금 맛을 보았다. 그렇게 신임을 얻은 구천은 석방되어 월나라로 돌아갔다. 10년을 절치부심한 그는 힘을 얻어 오나라를 공격해 해원을 했다.

여기에서 뽑아낸 규칙은 권력을 얻기 위해서 ‘속임수를 꺼리지 말라’다. 이에 더해 △바보와 약자를 이용하라 △핵심 부위를 공격하라 △대가를 아끼지 말라 △미인계를 이용하라는 규칙을 전한다. 핵심 부위를 공격한 예로 당송 팔대가로 꼽히는 한유(한퇴지)를 들어, 정식관직에 오를 수 있는 이부의 시험에 세번 낙방한 끝에 경조윤 이실한테 낯간지런 청탁편지를 넣어 벼슬길을 뚫은 일화를 소개한다.

중국 고대 정치사에서 추출

역사상 가장 여색을 좋아했던 당 현종이 집권 초에는 궁녀를 풀어주고 승려들을 해산했으며 사치품을 불태운 사실을 아는가? 태평공주, 조모 무측천으로 인한 원성을 자신의 선정으로 치환하기 위해서였다. 역사상 중대한 영향을 끼쳤던 누명사건이나 오심판결들은 최고 권력자의 비위를 건드린 경우가 많아서 이것들은 후임자의 손에 넘어가면 중요한 권력 밑천이 된다. 뒤집기만 하면 후임자의 위상과 명예가 갑자기 욱일승천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권력을 굳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임자를 부정하라’를 규칙을 도출한다. 이밖에 △위계질서를 엄하게 하라 △공덕을 선전하라 △속마음을 드러내지 말라는 규칙이 있다. 그러나 신비감과 외경심을 주기 위한 속마음 감추기는 뛰어난 군주한테는 신하를 지배하는 수단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권력을 잃는 길이 된다.

강력한 권력자는 권력의 유지를 위해 상벌의 두 수단을 구사한다. 상은 독려하고 유도하고, 벌은 두려움에 떨게 한다. 상은 주도권을 신하한테 주고 벌은 주도권을 군주의 수중에 붙들어 둔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핏줄도 아랑곳않은 무측천. 그는 당 고종의 후궁서열 3위인 소의였을 때 자신이 낳은 딸을 죽여 황후에 올랐다. 고종 만년에는 퇴출을 두려워해 태자였던 두 아들을 살해했고, 제위에 오른 두 아들을 끌어내린 뒤 스스로 황제가 되었다. 대권독점 15년. 사진 한길사 제공
포상은 관직과 봉록으로 지배자의 여의봉이다. “항우는 남이 큰 공을 세워 마땅히 벼슬과 작위를 상으로 내려야 할 때 포상의 인장을 손바닥에서 굴리기만 하면서 상 주기를 아까워합니다.” 유방한테 투항해온 한신이 항우를 평한 말이다. 이에 비해 유방은 한신을 대장군에 발탁하고 극진한 예를 갖췄다. 하지만 포상은 한번에 퍼주지 말고 질질 끌어야 한다. 관직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공을 세우려는 동력을 갖는 까닭이다. 또 관직을 줄 때는 기대치에 못 미치게 줘야 한다. 높은 자리를 얻으면 진취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내려는 의지에 녹이 슨다.

말 몇마디 눈물 몇방울의 힘

친절하고 자상한 말 몇 마디, 감동어린 눈물 몇 방울 등은 돈 안드는 무형의 포상. 그 효과는 고위 관직이나 고액 봉급을 능가한다. 연회에서 술에 취해 애첩을 희롱한 부하를 감싸주었고 그 부하는 진나라와의 전쟁 때 다섯 번이나 적진으로 돌진해 적장을 사로잡아오는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초장왕, 부하의 몸에 난 종기의 피고름을 입에 대고 빨아냄으로써 부하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었던 전국시대의 유명한 군사가 오기의 예가 여기에 해당한다.

상벌은 비상한 경우일 따름. 일상적으로는 신하(부하)들을 자신을 중심으로 응집시키고 이탈을 방지하는 일이 필요하다. 조조가 북방의 군벌 원소와 맞붙었을 때 병력, 군량에서 완전히 열세였다. 조조의 부장들과, 후방의 대신들은 원소한테 편지를 띄워 조조가 패하기만 하면 귀순할 준비를 했다. 반년 뒤 전세가 역전돼 원소를 물리쳤는데, 원소의 군영에서 노획해온 문서에서 부하들의 편지가 발견됐다. 조조는 그것을 보지 않고 불태웠다.

과오는 묵히지 말고 바로잡아야

신하를 다룸에 통 크게 포용하라는 규칙이다. △사람을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 △신하의 힘이 과도하지 않도록 앞에서 띄워주고 뒤에서 깎아내려라 △파벌간 균형을 잡으라는 것도 권고사항.

일정한 직위에서 살아남으려면 공격 빌미를 없애면 되지 않겠는가. 드러나지 않으면 공격도 상처도 받지 않는다. 하여 △때를 알아 용기있게 물러날 줄 알아야 하고 △바람을 보며 노를 젓는 지혜가 필요하며 △작은 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권불십년이라던가. 권력자가 더 이상 통치할 수 없을 때가 온다. 백성을 핍박하여 민심을 잃을 때, 사리에 어둡고 유약하여 통제력을 잃었을 때, 날마다 조금씩 권력을 침식당해 기반을 잃었을 때가 그러한 때다. 즉, 위는 아래로써 존재한다는 것. 권력자는 백성한테든 부하한테든 공명정대해야 하며, 과오는 묵히지 말고 즉시 바로잡아야 하고, 은혜와 위엄을 함께 동원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직사회에 속한 사람이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권력 자체에 관심없는 사람은 몹시 지루할 테지만 읽고나면 인용된 풍부한 고사가 지루함의 반을 덜었음을 비로소 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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