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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규칙 1, 2
쩌우지멍 지음. 김재영 옮김. 한길사 펴냄. 각각 1만6000원 |
“속임수를 꺼리지 말라 반드시 전임자를 부정하라
포상은 퍼주지 말고 질질 끌어라 대신 통크게 포용할지어다”
조직생활 생존기술 한가득 권력 관심 없더라도 중국 고사 읽는 맛
“권력술이란 곧 처세술이다. 군주가 신하와 백성을 지배하고 경영하는 임기응변의 기술이며, 소위 말하는 최고권력을 획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곽말약)
정치권뿐 아니라 모든 사회조직은 정치적이다. 윗사람, 아랫사람, 동료 등이 하나의 권력장으로 연결돼 상호작용에 의해 움직인다. 사회조직에서 권력술은 최소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이며 최대한 권력을 획득하여 유지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다.
<권력의 규칙>(한길사 펴냄)은 중국 고대 정계에서 추출해낸 권력의 쟁취, 관리, 안정 그리고 상실에 관한 규칙이다. 중국은 수천년에 걸쳐 수많은 왕조가 명멸하고 그 와중에 수많은 사람들이 권력장에서 부침했다. 표본집단이 많은 까닭에 추출해 낸 규칙들은 상세할 수밖에 없어 목차가 길고 1, 2권 합해 950쪽이다.
기원전 494년 월나라 왕 구천은 오나라 왕 부차에게 잡혔다. 구천은 노예의 옷을 입고 유람가는 부차의 말 고삐를 잡았다.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아첨과 애교 등 온갖 방법으로 부차의 비위를 맞췄다. 한번은 부차가 병으로 눕자 병문안을 갔다. 마침 부차가 설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똥을 보면 병의 경중을 가릴 줄 안다면서 똥통 덮개를 열어 똥 한 움큼을 입에 넣고 야금야금 맛을 보았다. 그렇게 신임을 얻은 구천은 석방되어 월나라로 돌아갔다. 10년을 절치부심한 그는 힘을 얻어 오나라를 공격해 해원을 했다.
여기에서 뽑아낸 규칙은 권력을 얻기 위해서 ‘속임수를 꺼리지 말라’다. 이에 더해 △바보와 약자를 이용하라 △핵심 부위를 공격하라 △대가를 아끼지 말라 △미인계를 이용하라는 규칙을 전한다. 핵심 부위를 공격한 예로 당송 팔대가로 꼽히는 한유(한퇴지)를 들어, 정식관직에 오를 수 있는 이부의 시험에 세번 낙방한 끝에 경조윤 이실한테 낯간지런 청탁편지를 넣어 벼슬길을 뚫은 일화를 소개한다.
중국 고대 정치사에서 추출
역사상 가장 여색을 좋아했던 당 현종이 집권 초에는 궁녀를 풀어주고 승려들을 해산했으며 사치품을 불태운 사실을 아는가? 태평공주, 조모 무측천으로 인한 원성을 자신의 선정으로 치환하기 위해서였다. 역사상 중대한 영향을 끼쳤던 누명사건이나 오심판결들은 최고 권력자의 비위를 건드린 경우가 많아서 이것들은 후임자의 손에 넘어가면 중요한 권력 밑천이 된다. 뒤집기만 하면 후임자의 위상과 명예가 갑자기 욱일승천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권력을 굳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임자를 부정하라’를 규칙을 도출한다. 이밖에 △위계질서를 엄하게 하라 △공덕을 선전하라 △속마음을 드러내지 말라는 규칙이 있다. 그러나 신비감과 외경심을 주기 위한 속마음 감추기는 뛰어난 군주한테는 신하를 지배하는 수단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권력을 잃는 길이 된다.
강력한 권력자는 권력의 유지를 위해 상벌의 두 수단을 구사한다. 상은 독려하고 유도하고, 벌은 두려움에 떨게 한다. 상은 주도권을 신하한테 주고 벌은 주도권을 군주의 수중에 붙들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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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위해서라면 핏줄도 아랑곳않은 무측천. 그는 당 고종의 후궁서열 3위인 소의였을 때 자신이 낳은 딸을 죽여 황후에 올랐다. 고종 만년에는 퇴출을 두려워해 태자였던 두 아들을 살해했고, 제위에 오른 두 아들을 끌어내린 뒤 스스로 황제가 되었다. 대권독점 15년. 사진 한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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