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욱 장편소설, 일처다부제 통해 결혼 제도의 모순 그려
"워낙 파격적 소재다 보니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좀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심사위원들이) 재미있게 읽고 잘 봐줬다니 무척 다행입니다." 세계일보사가 주관하는 1억원 고료 제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박현욱(39)의 장편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가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김별아의 '미실'에 이은 두 번째 수상작이다. 28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작가는 수상과 단행본 출간을 기뻐하면서도 '일처다부제'를 소재로 다룬 자신의 소설을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스러워 했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비독점적 다자연애'의 결혼관을 갖고 이중결혼한 아내를 둔 한 남자의 '기구한' 인생 이야기다. 주인공은 여자 친구 인아가 자신만을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인아는 자신이 한 남자만을 사랑하기를 원치 않으며 남자가 자신만을 사랑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둘은 '누구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상대를 놓아주는 것'을 전제로 결혼에 성공했다. 결혼생활은 꽤나 행복하다. 그러나 아내의 '예언대로' 어느날 아내에게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다고 아내는 주인공과의 이혼을 원치는 않았다. 단지 새로 생긴 남자와도 결혼하고 싶어할 뿐. 주인공은 아내와 아내의 남자를 만나 협박과 회유를 해가며 별의별 짓을 다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아내의 남자 역시 아내처럼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아내의 남편은 두 사람이 됐다. 작가는 "남녀간 사랑과 결혼제도라는 것에 숨어있는 모순은 극단적 상황을 통해 더욱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며 "일부다처제라는 것이 오랜 역사에 걸쳐 존재해왔듯 일처다부제라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소설은 사랑과 인생, 결혼제도의 통념을 깨는 전체적 이야기를 해박한 축구 지식을 활용해 풀어내고 있는 점이 독특하다. 축구마니아이기도 한 작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장면들을 축구의 역사와 축구 경기의 묘미를 빌려 묘사했다 "리네커는 이런 말을 남겼다. '축구는 22명이 공을 따라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결국 독일이 이기는 스포츠다.' 독일은 월드컵이나 유로대회 같은 메이저 대회에서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중략) 우리의 부부싸움이란 해봤자 결국 아내가 이기는 그런 싸움이다." 작품을 쓰는 데 참고한 축구 관련 전문서적과 홈페이지 주소만 10여 개에 이를 만큼 '축구'에 공을 들인 작가는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하니까 그런 파격적 소재에 덜 놀라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나름대로 현실감을 부여해주는 면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주인공이 여자에게 너무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작가는 "남자가 여자에게 욕망을 느낄 때는 오히려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때"라며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에 대한 애정을 느낄 때 긴장의 끈은 더욱 팽팽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사는 남자 주인공은 과연 행복할까. 작가는 이에 대해 "사랑하지 않으면서 같이 사는 부부보다는 행복할 것이고 서로 사랑하는 온전한 부부들보다는 불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문학평론가 하응백 씨는 이 작품을 "한 번 읽었을 때는 그냥 재미있게 읽었는데 두 번째 읽을 때는 정말 우리 가부장제 사회의 몰락을 미리 보는 것 같아 무척 쓸쓸했다"고 평했다. 박씨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나와 2001년 장편소설 '동정 없는 세상'으로 제6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받았으며, 2003년 장편소설 '새는'을 출간했다. 362쪽. 9천800원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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