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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2 17:20 수정 : 2006.04.03 17:26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애니메이션. 전 한겨레 만평 화백


아들의 바벨탑

3, 4년 전인가 아들 시현이가 고1 때 내가 프랑스에 갔다 올 일이 있어

선물로 편지 찢는 작은 칼 하나를 사왔다. 그걸 보던 시현이의 말,

-아빠, 이런거 말고 뭐 좀 실용적인 거 없어?

-아차! 아빠는 아직도 널 초등 학교 6학년으로 생각하고 있었어, 이런!

-아빠, 나 고1이야.

그렇게 말하는 시현이의 목소리는 변성기를 지난 어른의 목소리.


순간 내 고 1 때가 휘이익 스쳐 지나간다. 그 때부터는 나는 시현이를

친구로 대해야 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인도의 성현 마누의 ‘아들이 16살이

되면 친구로 대하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많은 괴로움이 성인이 된 아이를

친구로 대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고 여기면서….

그러나 아들을 친구로 대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애로가 따른다.

학교를 땡땡이 치거나 특히 담배를 피우다 학교에서 들켜 전화가 온다든가.

이럴 때 꾸지람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친구에게 꾸지람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시절 담배를 나도 피웠기도 하고. 하여 공범이 되는 길 밖에.

그럼에도 처음 아들의 이 꽁초탑(나는 바벨 탑으로 부른다.)을 처음 봤을 때는

저으기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찬찬히 보면서 차차 새로운 시각으로

이 작품(?)을 감상하는 눈을 가지게 된다. 역시 아들의 창조물이라 애정이

가서 그런 건지.

꽁초를 하나 하나 나름대로 정성들여 침으로 단단하게 붙여가며 쌓아 올린 것이

가만히 보면 우선 참신하고 또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고….

적어도 나 보다는 정결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혼잣말 한다.

-시현아, 너는 감각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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