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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2 20:20 수정 : 2006.03.03 16:07

인터뷰/<왜 공공미술인가> 낸 박삼철씨

가장 비민주적인 예술은? 적어도 유통과정으로 보면, 그리고 감상하는 사람들의 많고 적음으로 보면 ‘미술’일 것이다. 작품을 가진 사람만이 그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속성 때문이다.

미술의 또다른 속성 하나. 어떤 작품이 훌륭하다고 인정받게 되면 그 작품이 오히려 더욱 꽁꽁 숨어버리게 된다. 미술사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미술관에 들어가 철저하게 보호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술관은 역설적으로 ‘미술품의 무덤’이 되어버린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근대가 ‘미술’이란 개념을 만들어내기 이전에는 꼭 그렇지 않았다. 유럽 성당의 조각이나 벽화, 우리 나라 동네 입구의 장승이나 성황당 이런 것들이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것으로 공동체를 꾸며주고 있었다. 요즘 개념으로 치면 바로 ‘공공미술’이었던 셈이다.

공공미술은 미술품이 개인에게 속하지 않고 공공공간으로 나와 모두의 것이 된다는 점에서 미술이 지닌 소유의 제한성을 극복하는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대형 건물을 지을 때는 건축비의 1%를 공공미술에 들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직은 갈길이 먼 수준이란 평이지만 조금씩 모범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대한민국 ‘간판빌딩’들이 즐비한 서울 광화문, 특히나 각종 문화시설이 이어져 ‘광화문 문화벨트’로 불리는 이 곳에서 가장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건물이 흥국생명 사옥이다. 건물 옆 망치질하는 사람 모습의 조각품은 그 해 ‘최고의 공공미술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 건물에서는 특히 앞길을 오가던 행인들이나 어린이들이 이 건물 곳곳에 놓인 작품들을 직접 만지고 즐기는 모습, 디카를 든 시민들이 건물 구석구석에서 사진찍는 모습을 쉽게 쉽게 마주칠 수 있다.

흥국생명빌딩이 이처럼 행인들에게 사랑받는 건물이 된 것은 다른 빌딩들보다 ‘공공미술’에 더 신경쓴 덕분이다. 이 건물의 공공미술 설치를 총괄한 이 가운데 한 명이 박삼철(42)씨다. 공공미술 큐레이터 집단인 아트컨설팅서울을 이끌고 있는 박씨는 미술판에서 몇 안되는 공공미술 전문가로, 공공미술에 조금만 신경쓰면 공공공간이 얼마나 재미나고 살맛나는 곳으로 바뀌는지 알려나가는 ‘공공미술의 전도사’다.


박씨는 최근 공공미술에 대한 종합적인 안내서 <왜 공공미술인가>(학고재 펴냄)를 펴냈다. 공공미술에 대한 국내 첫 저작이다. 박씨가 나라 안팎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찍은 풍성한 사진들을 보기만해도 절로 공공미술이 뭔지 느낄 수 있다.

박씨는 “공공미술은 사람들이 ‘관람’하는 게 아니라 ‘사용’하는 미술”이며, “공공미술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같은 미술”이라고 설명한다. “공공미술의 창의는 새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오래된 세상의 문제를 새롭게 보고 함게 해결을 도모하는 일입니다.”

박씨는 특히 정부와 지자체가 구태의연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지금 청계천 상징 조형물로 외국 작가 올덴버그의 <스프링>이 밀실행정으로 선정돼 시끄럽습니다. 서울시의 마인드는 ‘명품 하나 사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 전시하면 된다’는 데 그치는 것 같습니다. 미술을 통해 공공영역의 의미를 바꾸는 다양한 실천들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이미 선진국들은 미술을 중요한 사회 기간시설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아 한다고 박씨는 강조했다. 미국의 ‘사회기반시설향상법’(CIP)이 좋은 사레다. 건물 건축비의 일부를 공공미술에 쓰게하는 것을 넘어서 공공기능을 갖춘 시설을 만들고 운영할 때 예산의 1%를 공공미술로 보완할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건설부처가 다리 하나를 짓는다고 칩시다. 다리가 그냥 지나다니는 시설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길과 길을 잇고 주변 경치 감상할 수 있는 곳, 연인들이 사랑을 맹세하는 곳이 되는 다리가 되어야지요. 그런 다리를 짓는 것, 그게 공공미술입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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