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절많은 만화인생 에피소드로 정리
만화 '머털도사', '장길산' 등으로 잘 알려진 만화가 이두호(63.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화백이 자신의 40여 년 만화인생을 솔직하게 정리한 수필집 '무식하면 용감하다'(행복한만화가게 펴냄)를 펴냈다. 수필집에는 예순을 훌쩍 넘긴 작가가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얼굴이 붉어지는, 작가의 말마따나 '무식해서 용감했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진솔하면서도 재미나게 담겨있다. 작가가 떠올린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은 무척이나 고집 세고 성질 고약한 아이다. 툭하면 동네 친구들을 때려 울리기 일쑤였고 어른에게 혼이 나도 스스로 억울한 마음이 있으면 꼭 '앙갚음'을 해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교실에서 외사촌 형과 자리다툼을 벌이다 선생님에게 회초리를 얻어맞자 선생님 치마를 붙들고서는 '이노무 가시냐야, 와때리노'하며 대들었다가 동네에서 '부랑쟁이'로 찍혀 무척 고생한 적도 있다. 그때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내가 했던 행동들에 괜히 혼자 얼굴이 붉어질 때가 있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해야할까. 누구나 다 그런 때가 있지 않겠어요. 그냥 그런 것들을 솔직하게 적었지요." 특히 작가가 만화가와 미술가 사이에서 방황했던 순간들에 대한 고백은 무척 솔직하면서도 애틋하기까지 하다.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던 작가가 만화를 그리게 된 것은 사실 단순히 호구지책을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만화가로 이름을 날리면서도 순수미술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하고 오랫동안 방황했다. "거의 10년 가까이 만화를 그려왔는데도 나는 내가 만화가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고,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만화는 화가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잠깐의 수단이었는데 어느새 만화가 내 삶의 중심에서 버티고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본문 중) 미술가가 되고 싶다는 열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작가는 결국 만화 그리는 것을 중단하고 순수 회화 세계에 빠져들었다. 2년 여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작가는 순수미술에 대한 미련을 접을 수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 같은 천재성도 없고 그림에 미칠 수도 없는 나를 보고 조금씩 회화에 대한 미련이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2년이 다 되어가자 이상하게도 만화가 그리고 싶어졌다."(본문 중) 책에는 1997년 스포츠조선에 연재했던 '째마리성'이 폭력성과 음란성이 있다는 이유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격분해 절필을 선언했던 내막과 우여곡절 끝에 대학 강단에 서게 된 과정, 캐릭터의 구상 과정 등 곡절 많은 사연들이 가득 담겼다. 312쪽. 9천800원.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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