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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9 19:31 수정 : 2006.03.10 17:37

나만 모르는 내 성격
오카다 다카시 지음, 유인경 옮김.
모멘토 펴냄. 1만원

남을 매료시키려 거짓말 일삼는 사람
기분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사람
남에게 지나치게 매달리는 사람
주변사람 괴롭히지만 정작 자신은 모른다
성격장애의 가면 벗기려 들면 악화…일관성 있게 대하라

아주 아주 유명한 과학자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만약, 이 아주 유명한 과학자가 이룩했다던 업적이 모두 거짓이었다면? 듣는 이들을 절로 감동하게 만들던 그 화려한 언변과 믿음직하던 모습도 모두 거짓이었다면?

전혀 거짓말까지 할 필요 없을 것 같은 사람이 세상을 속이는 일이 벌어진다면 다른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진다. 도대체 왜, 뭐가 부족해서?

그러나 ‘성격장애’란 틀로 이런 반사회적 행위를 분석하면 예상보다 명쾌하게 답이 나온다. 그리고 비슷한 성격장애자들의 행동을 통해 그런 어처구니없는 짓의 배경과 경향성을 유추할 수 있게 된다. 사기꾼 과학자가 있다면 그는 ‘히스테리성 성격장애’를 지닌 이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뜻밖에도 이런 사람들은 아주 드물지 않다! 전체 인구의 2~3%에 이른다. 요즘처럼 겉으로 나타나는 성과에 집착하는 사회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숨어있을지 모른다. 다만 들키지 않을뿐이다.

그러면 히스테리성 성격장애자는 왜 이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할까? 남을 매료시키지 못하면 자기 존재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을 매료시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자기 존재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남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남을 매료시키는데 모든 것을 쏟아붓다보니 이성에 강한 이들이 많다. 남의 주목을 받으려고 거짓말을 일삼게 되는데, 자기 스스로도 차 자기 거짓말에 반쯤 취해 절반은 믿는 것도 특징이다.

영·유아기 애정 결핍이 주원인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이 한 두명은 있다는 것을. 주위를 둘러보면 병적이다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소심한 사람, 병적으로 기분이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사람, 도무지 남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 남에게 지나치게 매달리는 사람들 말이다. 틀림없이 성격상 문제가 심각한데 ‘정신병자’라고 꼬집어 말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정상은 아닌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성격장애’자들이다.


이 성격장애자들은 제법 많다. 문제는 이들의 가족 등 주변사람들은 정말 심각하게 고생하게 된다는 데 있다. 게다가 남들을 괴롭히면서도 성격장애자들은 정작 자기가 문제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일본의 성격장애 임상치료 전문가가 쓴 이 책은 성격장애의 다양한 유형별 특징을 설명해주면서 주변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치료를 위한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책이다. 책을 읽고나면 이해할 수 없었던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어느정도 ‘독해’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말한 히스테리성 성격장애로 돌아가보자. 정말 유명한 공인이 이런 성격장애에 따른 거짓말쟁이라면 처벌을 받거나 비난받아 마땅하겠지만, 내 가족이나 내 친구, 내 동료가 이렇다면 대응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히스테리성 성격장애는 여러 성격장애 가운데에서도 가장 충동적이어서 불륜이나 자살, 범죄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지은이는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을 때 무리하게 그 사람의 가면을 벗겨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 이런 사람의 거짓을 폭로하면 바로 ‘뒷담화’와 ‘거짓 악평’의 보복을 당하기 쉽다. 그가 성격장애자인지 모르는 이들은 그의 거짓말을 믿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게다가 성격장애자와 싸우면 상식적인 사람이 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성격장애 극복땐 매력적으로 원숙

성격장애의 한가지인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칭찬만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다. 과도한 자신감과 자존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생활에서는 어린애처럼 무능하고 의존적이 되는 것이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특징이다. 자기애성 성격자는 오만함과 스스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강해 창조적인 작업을 할 때 대단한 능력을 보이기도 한다. 괴상한 치장과 과도한 자기애로 유명한 화가 살바도르 달리를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요즘 급속히 늘어나는 성격장애로는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다. 기분이 양극단을 어지럽게 오가는 것이 특징인데, 심해지면 자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애정 결핍감과 의존하려는 이에게 버림받지 않으려는 심리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경계성 성격장애자는 자기를 싫어하며, 부모에 집착한다. 남성보다는 여성에 많다. 이들과 함께 지내는 요령은 태도가 한결같아야 하는 ‘일관성’이다. 처음에는 잘해주고 도와주다 이들의 변덕에 지쳐 포기하게 되면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남겨 악순환이 계속된다. 가능한 선을 정해 한계를 분명히 하면서 느긋하게 지켜보는 것말고는 별다른 뾰족수가 없다.

이런 다양한 성격장애들은 드러나는 증상은 천차만별이지만 근본적인 공통점이 있다. ‘지나치게 자기 자신에게 집착한다’는 점과 ‘아주 상처받기 쉽다’는 점이다. 그 결과 모든 성격장애자들은 대등하고 서로 믿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소중한 능력인 ‘자기애’에 장애가 있는 것인데, 심리학적으로 풀이하면 ‘손상된 자기애가 자기 부정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영·유아때 애정 결핍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며 요즘에는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새로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장과정에서 겪은 신체적 학대와 성적학대는 물론 정신적 학대, 부모나 또래들의 놀림이 성격장애를 부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왕따’가 치명적이라는 이야기다.

지은이는 그러나 고통과 어려움을 부르는 이 성격장애가 자기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선택한다면 긍정적인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눌려있던 용수출이 튕겨나올 때 큰 힘을 내듯 성격장애자가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으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관건은 성격장애자가 현실에 적응하도록 주위사람들이 도와주는 것이다. 성격장애를 극복한 사람은 대단히 매력적인 성격으로 원숙해지게 되는 삶의 훈장을 받게 된다는 점을 지은이는 힘주어 말한다.

“내가 성격장애에 끌린 이유 중 하나가 장애를 지닌 사람이 짊어진 과중한 무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떨쳐내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인간의 멋진 강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불우한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통해서 얻은 강인함과 상냥함으로 틀림없이 재기하리라 믿고 싶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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