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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9 20:01 수정 : 2006.03.10 17:38

인터뷰/<대쥬신을 찾아서> 낸 김운회 교수

“내가 국사같은 역사학과 출신이라면 벌써 매장당했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그러니까 나같은 사람, 아웃사이더들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2004년에 출간한 <삼국지 바로 읽기>로 적잖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김운회 동양대 교수가 이번엔 아예 정면으로 한국 고대사 재구성을 겨냥한 <대쥬신을 찾아서>를 내놨다. 역시 먼저 인터넷을 통해 연재한 뒤 묶어 손질해서 책으로 펴냈는데, 이미 지지자들의 뜨거운 응원과 격려에서부터 비난자들의 거친 야유와 비판에 이르기까지 거센 회오리바람을 헤쳐온 듯 “목이 위태로울 지경”이었다고 그는 털어놨다.

찾아나선 ‘쥬신’이란 게 뭔가. 숙신, 조선과 같은 뿌리를 지닌 쥬신이란 말은 간단히 말하자면, 동북아시아 고대 역사무대를 달린 주체들 가운데 오늘날 한족 또는 중화민족이라 일컫는 집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민족들을 가리키는 명칭이며 그들을 하나로 묶는 큰 범주다. 거기에는 몽골, 흉노, 말갈, 선비, 부여, 맥, 여진, 숙신, 동호, 고구려, 백제, 신라, 그리고 왜 등이 포함되며 발해, 원, 요, 금, 후금, 청, 몽골, 일본, 조선 같은 개념으로도 포착된다. 몽골 쥬신, 만주 쥬신, (조선)반도 쥬신, (일본)열도 쥬신 등으로도 대별되기도 한다. 김 교수 생각으로는, 중국 판도를 넓힌 역대 중국 거대 왕조들의 주인은 대개 한족이 아니라 쥬신족이다.

<대쥬신을 찾아서>의 저자 김운회 교수
쥬신 개념으로 포괄할 수 있는 종족 또는 민족들은 핏줄이 같고 언어 등 문화적으로도 동질성을 지닌 ‘형제’와 같은 존재다. 그런 눈으로 보면 동아시아 고대사의 실제 주역은 한족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한족이 변방 오랑캐라고 차별한 쥬신이다. 아니면 그들은 적어도 한족과 대등한 지위를 누려 마땅하다. 그럼에도 현실은 동아시아 역사는 곧 중국의 역사이고 중국의 역사는 곧 한족의 역사인 것처럼 돼 있고, 쥬신은 현재 한반도 남쪽과 일본열도 정도를 빼면 존재감마저 가물가물하며, 이대로 가면 곧 과거의 숱한 쥬신 종족들처럼 사라져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를 자극한 것은 고구려사를 비롯한 동북아 비한족 역사를 모두 중국사의 일부로 포섭하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이었다. “동북공정이 실현되면 그것은 바로 동아시아의 인종적·문화적 사막화를 의미한다. 그런 사막화를 막는 유일한 길은 쥬신을 되살려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그는 역설한다.

당연히, 무슨 근거로 그런 엄청난 얘기를 하느냐, 황당하다, 국수주의, 과대망상, 심지어 “코미디”에 “대쥬신 공영권이냐”는 반응들도 있었다. 하지만 “사마천의 <사기> 이후 북사 등에 이르는 중국 정사 25사를 뒤지고 새롭게 해석해서 얻은 결론”이라고 그는 자신있게 말한다. 1차 사료라 할 25사 가운데 진수의 <삼국지> 정도를 빼고는 제대로 된 번역본조차 없는 게 우리 실정이다.


저자가 비전공에 “딸리는 한문실력”으로 공부해가며 이런 일을 해낸 것은 “밤잠을 줄이는” ‘초인적인’ 노력 덕이다.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그의 집념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든다. 자국민 중심의 일국 차원을 넘어 제 민족들간의 관계사를 추구한다고 강조하고는 있으나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류의 일본 우익이 빠진 함정을 피해갈 수 있을까. 그리고 김 교수가 애석해마지 않는 지금의 모순된 동북아 질서와 구조 창출에 더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할 쪽은 일본과 미국이며 동북공정은 그런 역사적 상흔에 따른 반동이면서 아직은 확정되지 않은 미래의 일이라는 사실이 ‘대쥬신’의 내셔널리즘적 광휘 때문에 가려지지 않을까.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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