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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16 17:48 수정 : 2006.03.17 16:37

한국형 잠수함 KSX
정의승 지음, 고려원북스 펴냄. 1만5000원.

강대국 틈바구니서 살아남으려면
잠수함이 ‘투자 대비 효율’ 최고
탐지 피하기 쉽고 전쟁 억지력 탁월
적국 에너지 공급 끊는 ‘통상 파괴작전’에도 효력
속히 방위전략 우선순위로 올려라

전쟁이 벌어졌다. 당신의 적은 대한민국이다. 자,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한국을 공격하겠는가.

현대전이 국가의 모든 잠재력과 경제력을 쏟아붓는 총력전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방법은 하나. 한국으로 들어가는 통상을 파괴하는 것, 그 가운데에서도 에너지를 차단하는 것이다. 석유 한방울 안나는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은 석유가 봉쇄되면 끝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에너지는 중동에서 인도양을 거쳐 말라카해협과 순다해협을 지나 동중국해를 지나므로, 이 길목만 막아버리면 된다.

답은 나왔다. 당신이 선택할 전장(戰場)은 바다, 그리고 바다 가운데에서도 한국의 에너지통로다. 그러면 과연 어떤 무기로? 항공모함도, 구축함도 필요없다. ‘똑똑한 잠수함’이면 된다. 고성능 잠수함이 바닷속에서 지키고 있다가 한국으로 가는 석유수송선들만 잡으면 한국은 숨통이 막힌다.

정의승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이사장이 생각하는 한국과의 전쟁 시뮬레이션은 위와 같다. 한국을 잡는 방법은 바다를 잡는 것. 그런데 한국의 가상적국이 이웃 나라들이라면 이런 약점을 떠나 한국이 이길 길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한국의 주변국들이 한결같이 ‘울트라강대국’들인 탓이다. 경제력이나 군사력이나 모두 한국을 압도한다. 첨단 군사기술력? 오히려 더욱 격차가 난다. 한국에서 비행기 한 대만 떠도 바로 첨단장비로 알아차린다. 현 상황대로라면 밟혀도 꿈틀조차 못할 지경이다.

해군장교 출신 잠수함 사랑 30년

그런데, 한번 거꾸로 생각해보자. 한국의 적들은 어떠한지. 공교롭게도 주변 나라들 역시 한국과 똑같은 약점이 있다. 동북아 나라들 모두 한국처럼 에너지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것이다. 그리고 수입하는 길도 한국과 같다. 그렇다면 한국에게도 방법이 생긴다. 적국의 에너지 공급을 막는 것이다. 동시에 각종 물자 공급도 함께 막는 ‘통상파괴작전’이 필요하다. 바로 잠수함으로!


정의승(66) 이사장은 ‘잠수함 전도사’다. 만나는 사람에게 ‘잠수함론’을 풀어놓는다. 강대국 틈바구니에 낀 작은 나라 한국이 생존하기 위해 선택할 무기는 핵탄두도, 항공모함도, 최신형 폭격기도 아닌 잠수함이라고.

항공모함 부근으로 부상한 미국의 핵잠수함. 잠수함은 국가기밀이어서 기술이 거래되는 법이 없다. <한국형 잠수함 KSX>의 지은이 정의승씨는 우리나라가 ‘작지만 강한 나라’가 되어 전쟁억지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이 잠수함이라고 역설한다.
스스로 ‘잠수함 마니아’라고 밝히는 정씨가 잠수함에 빠져든 것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젊은 해군장교였던 정씨는 일찌감치 한국 방위전략의 핵심은 해상 전투에 달렸으며, 해상 전투력을 증강하는 최고의 방법은 잠수함이라고 결론 짓고 잠수함에 모든 관심을 쏟았다. 군을 나온 뒤에도 잠수함 관련 장비를 국내에 도입하는 회사를 운영하며 한국군의 잠수함 도입에 관여해왔다. 그렇게 얻은 잠수함 지식을 바탕으로 정씨는 잠수함론을 정립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일일이 하고 다니기 지쳐 보다 효과적으로 잠수함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 책 <한국형 잠수함 KSX>를 펴내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책은 잠수함의 필요성을 조목조목 든 뒤, 우리가 잠수함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한 제안을 싣고 있다.

정씨는 잠수함이 국가안보의 첩경인 것은 ‘투자 대비 효율성’, 그리고 잠수함이란 병기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잠수함은 무엇보다도 ‘보이지 않는 병기’란 점이 특징이다. 강력한 적의 정보망에 탐지되지 않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잠수함 하나를 막으려면 수상에 수십척의 배가 필요하다. 또한 잠수함은 전쟁 억지력이 탁월하다. 정규 공격에는 한계가 있어 바다를 ‘통제’하지는 못하지만 대신 ‘억제’하는 데에는 제격이기 때문이다. 약하고 작은 나라가 강한 적국의 목줄을 죄는 데는 이만한 무기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 ‘해양강국’ 영국에 비해 해군력에서는 비교도 안되었던 독일이 1, 2차 세계대전에서 모두 영국을 궤멸직전까지 몰아넣었던 것은 ‘우-보트’(U-boot)란 탁월한 잠수함 덕분이었다. 우수한 잠수함으로 영국의 통상로를 봉쇄한 것이다. 미국이 뛰어들지 않았으면 영국은 항복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1987년 해군이 독일 HDW사와 구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잠수함 보유국이 됐다. 그러나 세계에서 43번째였으니 시작은 늦었다. 다행히 우리 해군의 잠수함 운용능력은 세계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98년 이후 해군 잠수함 이종무함과 박위함, 나대용함은 환태평양 해군 합동훈련인 ‘림팩’(RIMPAC)에서 혁혁한 성과를 내며 요주의대상으로 떠올랐다.

핵잠수함보다 디젤잠수함 유리

지은이는 그런데도 아직 잠수함이 국가 방위 정책의 우선순위에 밀려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아직 주변국가들이 잠수함에 관한 한 그닥 앞서가지 않고 있으니 바로 이때 우리가 잠수함에서 비교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우리가 갖춰야 할 잠수함은 최신예 핵잠수함이 아니라 재래식 디젤잠수함이라고 강조한다. 얼핏 의아하겠지만 핵잠수함은 현재 상황에서는 우리가 개발하기에 무리가 크고 공연히 주변 나라들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직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잠수함은 적에게 들키지 않고 숨어다니는 ‘은밀성’이 가장 중요하므로 성능이 같으면 작은 것이 훨씬 유리한 무기다. 그래서 덩치 큰 핵잠수함보다는 성능 좋은 소형 디젤잠수함이 훨씬 우리 실정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잠수함은 국가적 비밀병기이고 선진국들이 가장 소중하게 보호하는 기술상품이어서 후발 국가인 한국으로서는 그 설계능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결국 잠수함 선진국들에게 잠수함을 주문해 건조할 때에 설계실습을 배우는 것이 첨단기술을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그렇게해서 모두 300명의 설계인력을 양성하는 것, 그것이 바로 책이 제시하는 ‘고성능 한국형 잠수함 확보 로드맵’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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