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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탄생
엘리자베스 애보트 지음. 이희재 옮김. 해냄 펴냄. 3만원 |
아테나·잔다르크·나이팅게일 처녀성 예찬
사제·종교개혁가 등 남성 독신들 ‘여성 혐오자’로
비자발적 독신도 대부분 남성주의 산물 해석
여신의 후광도 좀팽이 조롱도 다 거추장스럽다
독신 옹호·비난 아닌 ‘스스로 선택’ 권유
<독신의 탄생>(해냄 펴냄)이라. 제목 참 묘하다. 원래는 . Celibacy가 독신 또는 금욕이란 뜻이거니 ‘독신 또는 금욕의 역사’쯤 되리라. 언뜻 보아 좁고 갑갑한 주제를 가지고 이처럼 방대한 책을 만들다니 지은이나 읽는이나 피장파장이다.
자국 캐나다의 한 고아원에서 일어난 신부들의 어린이 성학대 사건과 금욕주의 남자가 아내와 외간남자의 동침을 묵인한다는 얘기가 이 연구를 하게 된 계기다. 6년에 걸친 연구 결과가 이 책일 터인데, 연구 중반 무렵 지은이는 독신(금욕)주의자가 되었다.
“독신(금욕)의 눈에 보이는 장점은… 집안살림의 고역으로부터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어리석게도 한때 나는 내가 세탁소 주인보다 옷을 잘 다린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여보 내 양말 어딨어?’라는 끔찍한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더없는 행복이었다.”
6년 연구하다 독신주의자로
금욕(독신)은 가톨릭이나 절의 풍경쯤으로 생각하지만 지은이는 그것이 고대에서 현대까지, 그리스에서 잉카 중국에 이르기까지 언제 어디서나 널려 있음을 700쪽에 걸쳐 콩이야 팥이야 기술한다.
예컨대 고자. “황제의 첩을 임신시킬 가능성 없다는 이유로 지밀한 곳에서 황제를 보필했던 중국의 내시한테 잘린 성기는 가보였다. 그것 없이는 고위직에 오를 수 없었고 죽을 때도 성한 몸으로 내세에 무사히 도착하려면 꼭 필요했다. 거세시술 경황 중에 그것을 챙기지 못했다면 나중에 수술비의 8배를 물고 찾아가야 했다. 내시 자리는 경쟁이 치열해 명나라 말기(1644년) 3000명 자리에 무려 2만명이 몰렸다.”
간디 절제심 시험하려 소녀와 동침 이렇게 흥미진진한(?) 뒷부분에 이르기 위해서는 사회학 교과서 같은 전반부를 돌파해야 한다. 성마른 사람들은 뛰어넘어도 무방하지만 논쟁적인 고갱이를 지나쳤음은 알아두라. 우선 지은이의 여성주의적 시각. 남성의 금욕(독신)은 끊임없이 조롱하는 반면 여성의 그것은 희생과 고귀함으로 승화시킨다. 남성주의로 뒤발된 역사기술이었으니 그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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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의 머리에서 튀어나온 아테나는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처녀성을 지녔다. 미모에다 지략이 출중한 그는 황금투구에 창과 방패를 휘두르며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터를 휘젓고 다녔다. 성격이 불같았지만 만능재주꾼으로 말길들이기, 배와 마차 만들기에 능했다. 사진은 클림트의 ‘팔라스 아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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