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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우주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김영사 펴냄. 2만4900원 |
우리가 볼수 있는 우주는 물질에너지 총량의 4%뿐
우주란 무엇인가 삶의 존재의미에 물음
2001년 6월 빅뱅(우주 대폭발)의 흔적인 우주배경복사 관측을 위해 발사된 WMAP 위성이 전송해온 데이터를 토대로 계산한 우주의 나이는 137억년이다. 또 이 위성 자료에 따르면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질들, 즉 사람과 산 등 지구상의 자연과 행성, 항성, 은하 등은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과 에너지 총량의 4%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이 4%의 대부분은 수소와 헬륨이고 무거운 원소는 0.03%밖에 되지 않는다. 우주의 23%는 미지의 암흑물질이며 이는 은하수내 모든 별들의 질량을 합친 것보다 10배나 더 크다. 가시적인 물질 4%와 암흑물질 23%를 뺀 나머지 73%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에너지다.
빅뱅 이후의 우주는 영원히 계속 팽창하거나 다시 쪼그라들어(빅크런치) 빅뱅 이전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 지금까지의 관측 결과로는 팽창은 계속되며 결국 우주는 절대온도 0K(섭씨 영하 273도)에 수렴하는 상태로 완전히 식어 얼어붙고(빅프리즈) 모든 생명체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다만 그런 사건이 일어날 시간이 현실감이 없는 수백억, 수천억 내지 수조 년이라는 먼 장래라는 점에서 다소 위안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17세기 망원경 발명에서 시작돼 뉴턴과 아인슈타인, 허블, 가모브를 거쳐 양자역학적 최신 우주론에 이르는 ‘우주론 혁명’이 제공한 정보들은 인식론 또는 존재의미나 가치에 대한 인간의 관념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 도대체 우주는 무엇인가, 생명이란 또 무엇이며 인간은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막막한 듯한 우주론은 그런 점에서 자신과 세계의 존재의미에 관한 의문에 직결되는 현실의 문제이기도 하다.
뉴욕시립대 물리학과 석좌교수로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저명한 과학저술가 미치오 가쿠가 쓴 <평행우주(Parallel worlds)>(김영사 펴냄)는 그런 문제에 관한 백과전서와 같은 책이다. 하지만 결코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고 다양한 에피소드와 자료들을 종횡으로 구사하면서 재미나게 썼다.
이 책의 무게는 양자역학적 최신 우주론쪽에 놓여 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에 따르면 하나의 전자는 공간상의 한 점에 존재하지 않고 원자핵 주변에 분포하는 ‘전자가 놓일 수 있는 모든 지점들’에 동시에 존재한다. 전자의 위치는 확률로만 존재할 뿐 특정할 수 없다.분자들이 분해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곳에서 동시에 존재하는 이들 ‘평행전자(parallel election)’들이 양자적 춤을 추면서 분자들을 단단히 묶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주가 한때(빅뱅 이전에) 전자보다 작은 영역속에 응축되어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우주도 동시에 중층적으로 수없이 존재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평행우주(parallel worlds) 개념이다.
따라서 먼 훗날 은하와 우주가 팽창 끝에 결국 사멸해갈 수밖에 없을지라도 인류의 후손들을 포함한 한 우주의 지적 존재들은 웜홀이나 블랙홀 등 양자적 통로를 통해 또다른 우주로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주가 사실상 무에서 창조됐다는 이론은 물질과 에너지 보존법칙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 총량은 음의 형태로 저장된 부분과 합치면 결국 제로(0)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이치에 어긋날 것도 없다. 빅뱅으로 터져나온 엄청난 물질과 에너지는 결국 플러스 마이너스하면 제로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주란 진공의 요동에 의해 수시로 탄생하는 그 무엇”이다.
물리학자인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궁극적으로 나는 우주의 조화를 완벽하게 서술하는 단 하나의 방정식이 존재한다고 믿는 입장이지만, 이 방정식이 인간이라는 존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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