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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17 17:50 수정 : 2006.03.17 17:55

박용두 전남 곡성군 농민회 부회장

‘박승옥씨의 농민운동 비판’ 에 대한 반론

농민운동의 발본적 전환을 촉구하는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의 글(<한겨레> 3월11일치 15면)에 대한 반론을 싣는다. 전남 곡성군 농민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농민’ 박웅두씨는 유기·친환경 농업을 현실적 대안으로 삼을 수 없는 정치·경제·사회적 조건을 이 대표가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글을 계기로 한국 농민운동에 대한 진지하고 솔직한 논쟁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농업문제 본질은 개방화 탓
농민에게 전가해선 안돼
경쟁논리 내몰려 화학농법 굴레
햇빛농업 대안되려면 제도적 뒷받침 우선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의 글에 대해 동의여부를 떠나 우선 반가운 마음에 곰곰이 곱씹어 읽어보았다. 전농으로 대표되는 농민운동에 대한 비판이 보수언론이나 제도정치권의 시각이 아닌, 가장 가까이 해야 할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제기됐다. 적잖은 당혹감이 들면서도 농민운동 진영이 자신을 성찰하면서 더욱 분명한 운동적 이념·대안을 깊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였다.

사실 박 대표가 제기한 문제는 농민운동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거론되는 문제다. 그러나 개방화나 농업구조조정 같은 거대담론과 정치적 현안에 밀려 생산적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문제제기가 감정적 논쟁으로 끝나기 보다는 농업회생을 위한 농민운동진영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새로운 소통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 대표의 고심어린 지적에 대해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의 한사람으로서 답하고자 한다.

박 대표의 글이 농민운동의 한계를 잘 지적하고 있음에도 대다수 농민들이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우선 중요한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박 대표는 ‘세계화는 막을 수 없다, 우리사회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돼 있다’는 점을 전제로 농민운동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현재 우리 사회의 농업·농민문제를 오히려 농민만의 문제로 국한시키고 그 해결방도 역시 농민 각자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자본과 지배의 논리를 사실상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미 농업문제의 본질적 모순은 전통적인 토지문제에서 초국적자본과 국가권력이 결합한 개방화·세계화에 따른 모순으로 전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거세당한 채 경쟁논리로 내몰리면서 이른바 ‘화학(고투입)농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산업구조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농업은 여전히 국가기간 산업이자 생명산업으로서, 자본주의의 심화에 따라 오히려 국가적 책무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는 기본적 원칙을 대안의 중심으로 세우고 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농민운동의 투쟁방식에 대한 비판의 대목에서는 자본과 권력의 일방통행식 농정이 갖고 있는 국가폭력에 대해 정당한 비판을 전제하고 있지 못하다. 생존권을 담보로 한 농민들의 투쟁에 대한 지나친 비판이 오히려 농민들과의 소통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닌지 뒤돌아 볼 일이다.

철학적 인식에 대한 차이는 존중한다 하더라도 ‘햇빛농업’으로 대별되는 대안적 전망에 대해서도 농민들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이른바 유기농·친환경농업으로는 생계유지가 안된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산물은 이미 수입유기농산물에 대해 가격경쟁력을 잃고 있으며 그나마 안정적 소비처를 확보하지 못해 비정상적인 과잉공급 상황에 놓여 있다.


생태주의에 입각해 환경친화적인 농업을 이끌어 오신 분들에게는 다소 미안한 표현이지만 지금까지 유기·친환경농산물이 그나마 시장 교섭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수입개방을 반대해온 투쟁이 갖는 우산효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유기·친환경농업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유기·친환경농업이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교묘한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모든 농민이 환경친화적 농업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사회적 임무에 대해 책임있게 나설 수 있는 정치·경제·사회적 뒷받침이 앞서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러하기에 농민운동진영의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박용두/전남 곡성군 농민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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